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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Oct 21. 2015

새롭고 색다른 7가지 뉴욕 즐기기

지금 뉴욕에서 가장 핫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 그리고 이 도시의 진짜 매력을 만날 수 있는 일곱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표영소


1. 새 단장한 뮤지엄 마일

뮤지엄 마일에 새로운 야외 공간을 선사한 데이비드 H. 코크 플라자. © PYO YOUNG-SO

블루밍데일스(Bloomingdale’s), 버그도프 굿맨(Bergdorf Goodman) 등 뉴욕 최고의 백화점부터 명품 브랜드 매장과 부티크 숍, 애플 플래그십 스토어까지 줄줄이 들어선 피프스 애버뉴(5th Avenue). 그런데 이 거리에서 끊임없이 달라지는 것이 쇼윈도의 최신 상품만은 아니다. 피프스 애버뉴의 또 다른 주인인 미술관과 박물관 역시 새 단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을 포함해 9개의 미술관으로 이루어진 ‘뮤지엄 마일(Museum Mile)’에서 요즘 화두는 2년여의 공사 끝에 완성한 메트로폴리탄의 새로운 파사드다. 2014년 9월 모습을 드러낸 데이비드 H. 코흐 플라자(David H. Koch Plaza)는 미술관 입구 양옆을 차지한 2개의 대형 분수와 가로수, 야외 테이블, 한층 널찍해진 통행로를 갖췄다. 덕분에 이제 메트로폴리탄의 어마어마한 컬렉션을 만나기 직전 혹은 직후, 야외 계단에 앉아 피프스 애버뉴와 광장의 풍경을 감상하거나 나무 그늘 아래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건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미술관을 찾은 방문객에겐 또 하나의 즐길 거리가 생겼고, 거리를 오가는 뉴요커에게도 희소식이긴 마찬가지. 지난 연말에는 쿠퍼 휴이트 스미스소니언 디자인 박물관(Cooper–Hewitt, Smithsonian Design Museum)도 3년간의 레너베이션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가 살던 우아한 조지 왕조풍 건물은 그대로 복원하는 한편, 전시 공간을 60퍼센트나 확장했다고. 터치스크린, 인터랙티브 시스템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전시를 선보인다고 하니, 재개관을 손꼽아 기다려온 시간이 아깝지 않을 듯하다.


+ 입장료 25달러, metmuseum.org


2. 밤은 브로드웨이를 타고

194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온 더 타운>은 주목할 만한 브로드웨이의 신작 뮤지컬로 꼽힌다. © PYO YOUNG-SO

‘잠들지 않는 뉴욕’의 근원을 찾는다면 그건 아마도 미드타운(Midtown)일 것이다. 밤이 깊을수록 화려해지는 조명과 휘황찬란한 전광판,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 밤 늦도록 영업 중인 상점 그리고 밤의 여흥이 최고조에 이르는 브로드웨이가 이곳에 있다. 40번가에서 55번가 사이, 40여 개의 극장이 모여 있는 시어터 디스트릭트(Theater District)를 거닐다 보면 번쩍이는 극장 간판과 뮤지컬 광고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중에서도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공연은 <온 더 타운(On the Town)>. 194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가장 뉴욕다운 뮤지컬로 꼽힌다. 미 해군 3명이 겪는 뉴욕에서의 하루라는 극의 줄거리는 물론, ‘New York, New York’ ‘Lonely Town’ 같은 뮤지컬 넘버의 제목을 봐도 분명 그렇다. 여기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유명한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이 이 작품의 작곡자라는 사실까지 더하면 게임 끝. “춤, 노래, 연기 모두 진짜 뉴욕을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고요!” 공연 시작 전 브로드웨이 관계자인 제러드 푸르니에르(Jered Fournier)가 흥분해 외친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생전 처음 뉴욕에 발을 디딘 혈기왕성한 주인공 3인방의 24시간은 보는 것만으로도 숨가쁜 이 도시 그 자체니까. 특히 객석에 앉아 있는 여행자라면 그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에 묘한 동질감까지 느낄 터다. 춤과 음악, 객석의 뜨거운 열기에 흠뻑 취해 극장을 나서는 길, 뉴욕의 밤은 이제 시작이다.


+ 37달러부터, 213W 42nd St., Lyric Theatre, onthetownbroadway.com


3. 테러를 추모하는 뉴욕의 자세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자리에 들어선 리플렉팅 풀과 9/11 메모리얼 뮤지엄 내부 © PYO YOUNG-SO


도심 한복판, 승객을 태운 여객기가 110층짜리 빌딩을 들이받았고, 약 3,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당시 뉴욕 시민은 무너져 내리는 건물을 눈앞에서 목격했고, 하루아침에 친구와 가족을 잃었다. 9·11 테러가 발생한 지 13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상처는 얼마나 아물었을까? 9/11 메모리얼은 당시의 사건을 결코 잊지 않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추모이자 남은 이의 몫임을 보여주는 장소다.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바로 그 자리에 들어선 2개의 리플렉팅 풀은 희생자의 이름을 새긴 청동 패널을 둘러 그 자체로 거대한 추모비 역할을 한다. 중앙에 뚫린 구멍으로 끊임없이 쏟아지는 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슬픔과 공포, 평온의 감정이 묘하게 교차한다. 그리고 작년 5월, 9/11 메모리얼 뮤지엄이 가세했다. 박물관 한쪽 벽면에 건물의 잔해를 활용해 새긴 로마 시인의 시구는 이 공간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No day shall erase you from the memory of time(시간이 흘러도 시간의 기억을 지울 수는 없다).” 기존 건물의 토대부터 사건 당시 훼손된 철골 구조, 생존자가 탈출할 때 사용한 계단까지 그대로 보존했으며, 사진과 영상으로 희생자 개개인의 삶을 기억한다. 심지어 9·11 테러 훨씬 이전인 1993년 이 건물 주차장에서 폭발 테러로 목숨을 잃은 6명의 희생자 또한 잊지 않는다. 행여 이 사건의 작은 조각 하나라도 놓치지 않을까 곱씹고 또 곱씹는 집요함. 타지에서 온 관람객조차 당시의 공포를 섬뜩하게 체감할 정도로 선명하게 기록한 역사 속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이후’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 박물관 입장료 24달러, 180 Greenwich St., 911memorial.org


4.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투어 중에도!

투어와 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이색 엔터테인먼트 더 라이드의 외관. 버스에 올라 맨해튼 중심을 누비는 동안 거리에서는 각종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 PYO YOUNG-SO

천장 뚫린 2층 버스에 올라탄 관광객을 보고 촌스럽다고 여긴 적은 없는지. 싱가포르나 시애틀에서 물과 육지를 넘나드는 덕 투어 차량을 보고 코웃음 친 적은? 평소 시티투어 프로그램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더 라이드(The Ride)는 당신이 상상한 어떤 것과도 같지 않다. 수식어도 갖다 붙이지 않고 일반 명사를 내세운 것부터 대단한 자신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최근 뉴욕의 가장 뜨거운 엔터테인먼트로 떠오른 더 라이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투어와 쇼의 결합’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새로운 탈것의 매력은 직접 탑승해보기 전까지는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 외관은 일반 버스와 동일하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극장 같다. 객석처럼 3열로 이루어진 좌석은 정면이 아니라 측면을 향해 있고, 통유리창 너머로 바깥 풍경이 스크린 속 한 장면처럼 담긴다. 여기에 3,000개의 LED 조명, 40대의 모니터, 서라운드 시스템까지 갖춰 ‘달리는 극장’ 완성. 그런데 과연 무엇을 관람하느냐고? 42번가의 포트 오소리티 버스 터미널(Port Authority Bus Terminal) 인근에서 출발한 버스가 총 75분 동안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와 미드타운 등 맨해튼 중심부를 누비는 동안, 거리에서는 오직 더 라이드의 관객만을 위한 공연이 펼쳐진다. 뉴욕 거리가 곧 이 특별한 라이브 공연의 무대인 셈. 캐릭터 분장을 한 사람의 익살극부터 랩, 악기 연주, 노래, 심지어 발레까지, 장르는 이 도시의 매력만큼이나 다채롭다. 공연 자체도 볼거리인 데다, 수많은 인파가 오가는 거리에서 천연덕스럽게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이들의 모습에 포복절도하지 않을 수 없다. 재기 발랄한 입담을 자랑하는 두 진행자가 동승해 한껏 분위기를 돋우니 버스 안은 환호성으로 들썩인다. 그야말로 뉴욕에서만, 뉴욕이기에 가능한 특별한 체험이다. 이렇게 설명해도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겠다면, 별 수 없다. 직접 타보는 수밖에.


+ 64달러부터, 234 West 42nd Street, New York, experiencetheride.com


5. 하이라인 전 구간 걷기

허드슨 강변까지 확장된 하이라인의 세 번째 구간 © PYO YOUNG-SO

하이라인(High Line)은 모든 뉴요커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존재다. 철거 위기에 놓인 지상 9미터 높이의 고가 철로를 재활용해 공중 공원으로 탄생시킨 이 프로젝트를 정부가 아닌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진행했기 때문. 나아가 지역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동참까지 이끌어냈으니 어깨를 으쓱할 만도 하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이 산책길이 너무 빨리 끝난다는 것? 하지만 그마저도 이제 옛 이야기가 되었다. 작년 가을, 하이라인의 세 번째 구간이자 마지막 구간이 개장했으니까. 이로써 갱스부르트 스트리트(Gansevoort Street)에서 출발해 미트패킹 디스트릭트(Meatpacking Districk)를 가로지른 뒤 맨해튼 서쪽의 허드슨 강변까지 약 2.4킬로미터를 걸을 수 있게 됐다. “이 구간의 가장 멋진 점은 오래된 것과 새것의 조화예요.” 뉴욕 관광청 브릿 히쿠프(Britt Hijkoop)의 말은 하이라인의 핵심을 담고 있다. 한때 공장과 창고가 즐비하던 낙후 지역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예술적인 동네로 거듭난 웨스트 사이드(West Side)의 현재를 이곳만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도 없으니 말이다. 한쪽에는 ‘새로운 록펠러 센터’로 불리는 복합 시설 허드슨 야즈(Hudson Yards)가 거대한 위용을 뽐내며 오픈을 앞두고 있고, 반대쪽에는 제이콥 재빗 컨벤션 센터(Jacob Javit Center), 시외버스 터미널, 철도역 등이 자리해 있다. 자칫 어수선해 보일 수 있는 이 풍경을 탁 트인 허드슨 강이 감싼다. 고층 건물을 양옆에 둔 채 맨발로 잔디밭을 걷거나, 벤치에 누워 일광욕을 하는 건 어느 도시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아니다. 게다가 대형 설치 작품부터 공연,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이 길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고, 무료 워킹 투어를 포함해 시시때때 수많은 프로그램이 대기 중이다. 즉 하이라인을 걷는다는 건 산책 그 이상의 체험이라 할 수 있겠다. 올해 뉴욕 방문을 계획 중인 이들을 위해 한 가지 더 귀띔하자면,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이 곧 갱스부르트 스트리트의 새로운 건물로 이전해 하이라인의 이웃이 될 예정이다.


+ thehighline.org


6. 현지인과 함께하는 동네 탐방

개성 넘치는 숍과 카페가 곳곳에 숨어 있는 윌리엄스버그는 현지인과 함께 돌아보면 훨씬 더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는 동네다. © PYO YOUNG-SO

현지인의 뉴욕을 만나려면, 전문 가이드나 투어 프로그램 대신 다른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이를테면 빅 애플 그리터(Big Apple Greeter) 같은. ‘방문객을 맞이하는 사람’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들은 뉴욕 여행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단체다. 1992년 설립한 이래 매년 3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그리터를 자처해 7,000여 명의 여행자와 뉴욕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목적은 단순하고, 의도는 순수하다.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현지인이 여행자에게 진짜 뉴욕을 보여주는 것. 일체의 비용을 지불할 필요 없는 여행자 입장에서는 고마워서 절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지만. 그리터 1명당 1~6명의 소규모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정해진 틀이 없기 때문에 각자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얼마든지 조율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빅 애플 그리터를 통해 줄스 피모엘러(Jules Peemoeller)를 만나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를 여행했다. 1937년생으로, 평생을 대부분 뉴욕에서 산 그는 브루클린과 퀸스 등 여러 지역에 빠삭할 뿐 아니라 이 도시의 현재와 과거를 두루 알고 있었다. 여든을 앞둔 피모엘러와 뉴욕 힙스터의 성지로 알려진 윌리엄스버그. 처음에는 그 둘이 과연 어울릴까 의심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윌리엄스버그의 인기 레스토랑과 바, 카페를 지날 때마다 서슴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고, 덕분에 나는 이 동네의 속살을 마음껏 엿봤다. 현지 디자이너 브랜드와 각종 수공예품을 만날 수 있는 더 마켓 뉴욕 시티(The Market NYC),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이스트 리버 주립공원(East River State Park)을 방문했다. 그리고 윌리엄스버그의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위스 호텔(Wythe Hotel)의 루프톱 바 디 아이즈(The Ides)에서 브루클린 맥주를 마시며 석양을 즐겼다. 물론, 그리터가 없어도 이 모든 것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함께하는 동안 피모엘러가 들려준 뉴욕의 이런저런 이야기는 돈 주고도 얻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 특별한 동네 투어가 끝날 때쯤엔 아마 이렇게 외치게 될 것이다. 땡큐, 빅 애플 그리터!


+ bigapplegreeter.org


7. 스케일이 다른 공연 예술

앨리스 튤리 홀에서 열리는 아메리칸 클래시컬 오케스트라 연주회. © ACO

링컨 센터(Lincoln Center)에선 길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특히 공연 시간이 임박해 공연장을 찾아가는 길이라면. 이름만 듣고선 하나의 건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링컨 센터는 6.6헥타르 대지에 5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대형 복합 예술 단지다. 뉴욕필하모닉,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뉴욕 시티 발레단, 줄리아드 음악 학교 등 11개의 단체가 이곳에 상주하며, 30여 개의 실내·외 공연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클래식 공연부터 오페라, 발레 등 뉴욕 최고의 공연 예술을 경험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 이게 다가 아니다. 매년 뉴욕 영화제가 열리는 링컨 센터 필름 소사이어티(Film Society of Lincoln Center)에서 희귀 영화를 감상하거나, 앨리스 튤리 홀(Alice Tully Hall)에서 아메리칸 클래시컬 오케스트라(American Classical Orchestra)의 바흐 연주를 즐길 수도, 로즈 홀(Rose Hall)에서 정통 재즈에 입문해볼 수도 있다. 한껏 차려 입은 뉴욕에서의 마지막 밤을 훌륭한 공연 1편과 함께 마무리해보는 건 어떨까? 단, 이 도시를 떠나기가 훨씬 더 아쉬워질 것쯤은 각오하길.


+ lc.lincolncenter.org, americanclassicalorchestr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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