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부상한 성수동에서도 힙스터가 출몰하는 곳은 따로 있다. 연무장길 샛골목에 깊숙이 자리 잡은 유쾌하고 개성 넘치는 공간이 그곳. 대부분 간판이 없거나 출입구가 숨어 있어 찾는 재미는 덤이다.
1970년대에 지은 스웨터 공장이 성수동을 대표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났다. 약 1만 제곱미터의 대규모 부지에 자리한 에스팩토리가 그 주인공. 옛 모습을 간직한 4개 동에서 각종 전시나 공연, 마켓 등이 쉴 새 없이 열리고, 메인 건물 1층과 2층에는 다양한 숍과 공방이, 잔디가 깔린 루프톱에는 식당가가 들어섰다.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선도하는 브랜드 세이버와 바이커를 위한 가죽 패션 제품을 만드는 코만치커스텀은 꼭 들러야 할 대표 숍이다. 에스팩토리는 입주한 브랜드, 아티스트와 함께 지역 커뮤니티 문화를 만드는 다양한 활동도 펼친다.
ⓘ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15길 11, 인스타그램 sfactory_seongsu
페넥은 다채로운 컬러와 높은 품질, 합리적 가격으로 사랑받는 7년차 가죽 잡화 브랜드다. ‘컬러 스튜디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3~4개월마다 새로운 컬러의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특징. 첫 직영 매장이자 쇼룸인 이곳에서는 시즌 컬러 콘셉트에 맞춰 해외에서 공수한 오브제와 제품을 전시한다. 이번에 매장을 물들인 컬러는 은행잎을 닮은 옐로. 지갑, 가방, 휴대폰 케이스 등의 전 라인을 만날 수 있으며, 상시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방문 구매 시 시즌 컬러 계열 제품은 15퍼센트, 그 외 제품은 5퍼센트 할인받을 수 있다.
ⓘ 지갑 3만5,000원부터, 11am~7:30pm, 브레이크 타임 12pm~1pm, 인스타그램 fennec_colour_studios
뉴욕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공간 디자인 하우스인 호스팅하우스에서 오픈한 쇼룸 겸 콘셉트 스토어다. 마치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한 가정집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공간에서 가구, 조명, 테이블웨어 등 자체 제작 상품부터 해외에서 수집한 앤티크까지 온갖 인테리어 제품을 판매한다. 그중에서도 뉴욕의 니치 향수 브랜드 르 라보(LE LABO)의 보디용품, 가구 브랜드 비아인키노와 협업해 선보인 쇼파 등이 인기라고. 인테리어 상담을 받을 수도 있고, 브루클린 스타일로 꾸민 카페 겸 바도 마련돼 있어 겨울철 실내 데이트 코스로도 제격이다.
ⓘ 인테리어 소품 1만 원부터, 12pm~9pm,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hostinghouse
일본 유학 중에 인연을 맺은 3명의 셰프가 운영하는 다이닝 겸 바. 태국, 발리, 홍콩 등을 여행하며 얻은 영감을 집약한 퓨전 아시아 요리를 선보인다. 코코넛 밀크와 시금치 퓌레로 풍미를 더한 일본식 카레를 동남아식 꼬치와 함께 내거나, 분짜를 재해석해 수제 라이스 페이퍼 쇠고기 롤에 베트남의 느억맘 소스를 곁들이고, 아보카도 튀김을 살사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 식. 저녁이 되면 분위기 좋은 바로 변모한다. 하이볼과 칵테일, 내추럴 와인 등 다양한 주류와 함께 안주로 삼기 좋은 다채로운 요리가 식탁에 오른다.
ⓘ 코코넛 커리 1만2,000원, 11:30am~12am, 브레이크 타임 3pm~5pm,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3_of_us_
오와 열을 맞춘 의자와 테이블, 사방을 온통 하얀색으로 칠한 간판 없는 가게. 미니멀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는 TBD는 낮에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밤에는 내추럴 와인과 유러피언 요리를 선보인다. 유명 빵집인 뺑드에코에서 공수한 바게트에 말린 토마토와 주키니 또는 무화과와 살구 등으로 속을 꽉 채운 샌드위치는 단순한 조합임에도 맛이 뛰어나다. 저녁에는 병아리콩 후무스를 곁들인 구운 가지 요리, 수제 양고기 소시지 등 와인과 함께하기 좋은 메뉴로 구성했다. 이는 개성이 강한 20여 가지 내추럴 와인과 조화를 잘 이룬다.
ⓘ 샌드위치 8,000원부터, 12pm~12am, 브레이크 타임 3pm~6pm,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tbd_kr
2010년 광진구에서 커피점빵으로 시작한 로우키가 남양주에 이어 성수동에 새로운 매장을 열었다. 원두 선별부터 로스팅까지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성껏 내린 스페셜티 커피는 여전히 인기 만점. 아메리카노와 라테 등 기본 메뉴를 네 가지 블렌드 원두 중에 고를 수 있으며, 파나마 게이샤 같은 최상급 원두도 갖췄다. 특히 엘살바도르 컵 오브 엑설런스에서 2위를 차지한 엘 만자노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맛볼 수 있다고. 넌지시 들려주는 커피와 농부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흥미진진하다. 다양한 커피를 시음해보는 퍼블릭 커핑도 매주 열리니 참여해봐도 좋겠다.
ⓘ 커피 4,000원부터, 11am~9pm, 인스타그램 lowkey_coffee
“최상의 원두를 매주 수요일마다 1달간 정기 배송하는 ‘백반’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반가운 편지를 받을 때와 같은 설렘을 선사하기 위해 원두를 서류 봉투에 담아 보냅니다.”
By 로우키의 조제인 실장
7.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
자고로 술은 좋은 음악과 함께하면 더욱 맛있는 법.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에서는 이 말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매일 저녁 검증된 뮤지션의 재즈 라이브 공연이 열리는 데다, 와인 150여 종과 싱글 몰트위스키 50여 종 등을 갖춘 훌륭한 주류 리스트를 보유했기 때문. 소믈리에가 직접 품질 좋은 와인을 발굴하고, 그날그날 음악에 따라 어울리는 술을 추천해주기 때문에 믿고 마실 수 있다. 프로슈토를 올린 멜론, 이베리코 스테이크 등 와인별로 어울리는 음식을 페어링한 세트 메뉴도 괜찮다.
ⓘ 공연비 1만1,000원, 와인 세트 메뉴 7만5,000원부터, 6pm~2am,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positive_zero_lounge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의 구현경 매니저
“연무장길은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 매력적이에요. 어느 하나 유난스럽게 튀거나 화려하게 눈길을 끄는 곳이 없죠. 구두 공방과 노포가 뒤섞인 골목 구석구석에서 푸근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답니다. 이 골목에서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 즐기고 가는 아지트가 되고 싶었습니다.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에서는 좋은 와인과 음식 그리고 재즈를 손님과 뮤지션이 함께 어우러지며 즐길 수 있죠. 이게 바로 문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연무장길을 방문한다면 먼저 곳곳에 숨은 개성 있는 카페와 바를 찾아보세요.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말이죠. 평지라서 걷기 편하고, 골목을 누비다 보면 숨바꼭질을 하는 듯한 기분도 든답니다. 저희가 최근에 오픈한 카페 포제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성수동’ 하면 떠오르는 구두를 쇼핑해도 좋아요. 골목에 크고 작은 구두 공방이 자리하는데, 대개 수제 구두이기 때문에 질이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에요.”
글/사진. 문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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