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기억을 남기고 싶을 때,
나만의 숨은 재능을 발견하고 싶을 때,
누군가와 취미를 공유하고 싶을 때.
연말을 알차고 흥미진진하게 보내기 위한 클래스를 신청해보자.
여기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스태프의 취향을 보탠
다섯 가지 클래스를 참고하면서.
<론리플래닛 매거진 김지혜 마케터 Pick!>
성수동의 ‘아틀리에길’로 알려진 서울숲 골목으로 향한다. 널찍한 숲에 면한 작은 건물에 올라서니 전면 유리창 밖으로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낭만적 가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인터벌 트레이닝을 전문으로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넉아웃 스튜디오다. 오늘 내가 신청한 프로그램은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인 KNT HIIT 스트렝스. 보디 웨이트를 기반으로 복싱과 소도구를 활용해 4라운드 전신 운동을 소화하는 코스다.
초반 20분은 호흡 명상과 웜업 시간. 배꼽 위에 손을 올린 채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한다. 그다음 가벼운 스트레칭과 요가 동작을 취한다. 웜업을 마친 뒤에는 네 가지 핵심 동작을 각 1분씩, 4세트에 걸쳐 반복하는 것이 KNT HIIT 스트렝스의 핵심이다. 본격적인 트레이닝은 제자리에서 앞뒤, 사방으로 빠르게 달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복싱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 앞에 선다. 처음 경험하는 복싱 동작이다. 일단 두 가지 복싱 동작을 빠르게 익혀야 한다. 처음엔 가볍게 앞쪽으로 잽을 날린 뒤, 제자리에서 뛰기. 이어서 왼쪽, 오른쪽으로 훅을 날린 후 몸을 낮춰 양쪽으로 번갈아 피하는 자세를 취한다. “훅, 훅, 원, 투!” 훅을 날리고 한 방향씩 몸을 피하는데 박자의 리듬이 맞지 않아 몸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고, 고, 고!” 그다음엔 암벽을 오르는 것처럼 양 손과 발을 바닥에 댄 채 박자에 맞춰 빠르게 제자리 달리기. 숨이 가쁘게 차오른다. 마지막으로 볼링 공처럼 생긴 4킬로그램짜리 케틀 벨을 가슴 앞쪽 방향으로 들어올리며 스쿼트 동작을 10회 반복한다. 한 세트가 끝난 뒤엔 잠시 물을 마시거나 호흡을 고를 틈을 준다. “텐, 나인, 에잇!” 박세인 대표가 카운트다운을 칼같이 외치긴 하지만.
네 가지 동작을 번갈아 따라 하니 2라운드까지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3라운드부터는 몸과 머리가 알아서 반응하며 동작이 제법 익숙해진다. 간단한 동작의 반복인데, 어느 순간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다. 4라운드 때는 포기하고 싶을 만큼 체력의 한계에 도달한다. 머릿속으로는 ‘45분이 왜 이렇게 긴 거야!’라고 외친다. 실질적인 트레이닝은 4분씩 4세트니까 16분 남짓에 불과한 데도 말이다.
마지막 10분은 만트라 명상 시간이다. 요가 매트 위에서 가쁜 호흡을 고르고 코브라 자세를 잡는다. 허리를 쭉 편 뒤 아기 자세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일어서서 목 스트레칭을 한다. 요가 매트에 누워 명상을 하며 오늘의 트레이닝을 마무리한다. 한껏 에너지를 쏟고 나니 온몸의 근육이 당겨온다. 그간 사용할 일없던 근육을 깨우며 보낸 이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창밖으로 햇살이 비치는 서울숲의 풍경을 바라보며 숨가쁘게 몸을 움직인 45분.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고 돌아가는 길에 가볍게 즐기는 산책까지. 오늘의 아침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알려준 듯하다.
박세인 대표의 홈 트레이닝 Tip
✽ 운동기구를 구매하기보단 맨몸 운동이나 집에 있는 도구를 활용해보자.
✽ 온라인의 피트니스 영상을 통해 여러 동작을 따라 하며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보자.
✽ 운동은 골고루 할수록 덜 지루하다. 유산소, 근력, 근지구력, 스트레칭 등 일주일 동안 운동 순서를 분배해 계획하자.
고강도와 저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가꾸는 라이프스타일 피트니스를 지향한다. 박세인 대표는 미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글로벌 IT 기업에서 근무하며 쉼 없이 달려오는 동안 식이 장애와 불안 장애, 우울증을 겪었다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자신처럼 심신이 지친 이에게 균형 잡힌 삶을 권하는 마음으로 넉아웃을 운영하고 있다.
ⓘ 1회 3만4,000원부터, knockoutglobal.com
넉아웃은 복싱 프로그램, 고강도와 저강도로 나뉜 인터벌 트레이닝, 빈야사 요가 강좌 등 총 5종류의 클래스를 운영한다. 1회, 5회, 10회, 20회, 30회, 40회 단위로 클래스를 구입할 수 있다.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클래스 횟수를 구매한 다음 본인의 스케줄에 맞춰 예약하면 된다. 6주간 심신을 단련하고, 명상과 감정 체크, 액티비티, 워크숍을 소화하는 넉아웃 시즈널 클럽도 시범 운영 중이다.
<론리플래닛 매거진 이기선 에디터 Pick!>
평소 나만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지만 어디 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던 차에 성수동 안전가옥의 ‘원데이 시놉시스 완성반’을 신청했다. 5시간 동안 하나의 시놉시스를 완성하는 수업으로, 콘텐츠를 창작하는 소셜 벤처 기업 코어스토리 대표이자 판타지·무협 작가인 김선민 씨가 이끈다. 토요일 낮 1시. 비밀스러운 철문 너머 <반지의 제왕> 속 숲을 본떠 만들었다는 정원을 지나, 1층 카페에서 주문한 바닐라 라테를 들고 강의실로 향한다. 우중충한 날씨가 창작의 분위기를 돋우는 것 같다.
“이 수업에서는 소설은 물론이고 게임 등 다양한 장르의 근간이 되는 스토리텔링을 배웁니다.” 김선민 작가가 설명한다. 7명의 수강생은 비밀 유지 서약서를 받은 뒤, 각자 자기소개(이 수업에서는 필명을 쓸 것을 권장한다)와 좋아하는 작품, 오늘 쓰고 싶은 이야기를 발표한다. 나는 요즘 많이 생각하는 주제를 즉흥적으로 떠올린다. ‘사양산업의 종사자는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가?’ 여기에 블랙코미디와 SF 요소를 살짝 섞고 싶다.
수업은 시놉시스를 완성하기 위해 단계별로 진행한다. 단계마다 소요 시간을 분 단위로 측정해 제법 박진감 있게 흘러간다. “우리의 머릿속은 끊임없이 폴더가 생성되는 바탕화면과도 같아요. 뒤죽박죽 섞인 아이디어를 정리해 패턴을 만드는 것이 이야기를 짜는 첫걸음이에요.” 김선민 작가가 말한다. 첫 단계는 스토리에 관한 아이디어를 포스트잇에 하나씩 적어 보드에 붙이기. 구체적인 단어나 문장을 36개 이상 적어야 하기에, 일단 떠오르는 대로 적고 본다. “어서 쓰세요! 마지막 1분 동안 엑기스가 나오는 거예요!” 김선민 작가가 머리를 감싸 쥔 수강생을 독려한다. 그다음 순서. 캐릭터와 배경, 플롯, 설정 칸으로 구분된 보드에 각각 해당하는 포스트잇 옮겨 붙이기. 설정 칸은 꽉찬 반면 캐릭터 칸은 텅텅 비었다. 주인공 캐릭터를 급조해본다. 많은 소설가가 자기 자신 또는 주변인을 투영해 등장인물을 창조하는 이유를 깨닫는다.
주인공과 대적자, 조연 캐릭터 설정, 인물 사이의 관계성 지도 구축, 세계관 형성까지 차근차근 밟아간다. 솔직히 말하면 점차 스토리 형태가 갖춰지긴 하는데, 어쩐지 스토리가 내 통제를 벗어나 제 갈 길을 가는 것 같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으니 마저 완성이나 하자. 어찌어찌 ‘푸른 밤 우주에서’라는 허접한 SF 시놉시스 1편이 완성(급조)됐다. 그러는 동안 강의실에 비치된 과자는 내가 다 먹어 치운 듯하다. 마지막은 시놉시스 발표 순서. 간간이 “헉!” 하는 감탄사가 나오거나 웃음보가 터진다. 수강생끼리 질문을 하고, 김선민 작가가 조언을 보탠다. 컴컴해진 바깥세상으로 나가며 두 가지 생각을 떠올린다. 어찌 됐든 이야기 하나를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어서 저녁을 먹으러 가야겠다는 것.
안전가옥 스태프가 추천하는 겨울밤에 읽으면 좋은 책
<나무의 노래>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에이도스, 2만 원)
처음엔 생태학 책인 줄 알았는데 인문학 같고, 인문학 같으면서도 소설적 경이를 느끼게 한다. 이불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지구적 신비. - Rick
<피프티 피플>
(정세랑, 창비, 1만2,000원)
한 해를 돌아보게 되는 이맘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들 사는지 궁금하다면? 단 1권으로 50개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책. – Sol
<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케트, 민음사, 7,000원)
겨울밤, 누군가든 무엇이든 기다리며 읽기 좋은 희곡. “그럼 갈까?” “가자.” (그러나 둘은 움직이지 않는다) - Shin
<먼 북쪽>
(마르셀 서루, 사월의책, 1만3,000원)
언젠가 찾아올 우리 모두의 마지막에 대한 서글프면서도 놀라운 1편의 우화. - Teo
2017년 성수동에 오픈한 안전가옥은 ‘이야기들의 안식처’를 표방하는 문화공간 겸 커뮤니티다. 옛 공장을 개조한 공간은 카페와 장르 문학을 위주로 갖춘 라이브러리, 스튜디오로 구성되어 있다. 취향을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뜻의 이름처럼 장르 문학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며 대담, 강연, 워크숍, 공모전 등을 선보인다. 올해는 매달 1~2명의 초청 작가와 대담하는 작가 살롱이 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12월 초에는 방 탈출 카페 셜록홈즈와 협업한 방 탈출 게임을 안전가옥 내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안전가옥 스토리 디자인 워크숍의 하위 클래스로, 김선민 작가가 전담해 진행한다. 매달 둘째 주 토요일에 열리며, 총 정원은 10명인데 보통 과반수가 넘는 인원이 수강한다. 일반인뿐 아니라 스토리 구상에 어려움을 겪는 기성 작가도 여럿 참여한다고. 김선민 작가는 경영학과 시스템 다이내믹스의 방법론을 차용해 아이디어를 데이터화하고 모델링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는데, 본 수업에서도 이 방법론을 사용한다. 수강료는 5만 원이고, 안전가옥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글. 김지혜, 이기선 사진. 임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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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남의집 프로젝트 - 남의집 수수께끼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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