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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Jan 02. 2019

수프 안에 떠 있는 수탉의 머리

페루 깊숙한 지역, 한 가정의 환대를 받은 여행자는 다소 흉물스러운 음식에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졌다.



 ⓒ 앤드루 배네커(Andrew Bannecker, bannecker)

“설마 그거 먹는 건가요?” 수탉 머리 하나가 수프에 둥둥 떠다닌다. 당신은 페루의 빽빽한 밀림 속, ‘정글의 눈썹’이라는 뜻의 세하 드 셀바(Ceja de Selva)에 자리 잡은 가정집 안에 있다. 어도비 벽돌로 지은 방 2칸짜리 집이다. 페루의 한 가족이 자신들의 작은 농장에서 당신의 캠핑을 허락했는데, 저녁 식사에도 초대한 것이다. 첫 번째 요리가 나온다. 노란색의 수프. 한데 그 안에 수탉의 머리 1개가 떠다닌다. 피부도 눈도 없는 해골이. 두개골의 구멍 안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여행자가 한두 번쯤 해봤을 질문을 그때서야 처음 나에게 해보았다. ‘나를 놀리는 건가? 아니면 수탉 머리 수프가 정말 호의를 표현하는 요리인가?’ 나는 수프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그 짧은 시간에 머리를 굴렸다. 첫 번째, 그들은 사실 나를 놀리는 거다. 괜찮다. 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무엇일까? 내가 연약한 두개골을 부숴버리고 모두를 웃게 만드는 거? 나는 그저 다른 모든 이와 함께 웃기만 하면 그 상황을 구할 수 있다. 나를 바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무도 모욕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 두 번째 가정. 그 수탉 머리 수프가 지역의 별미라고 가정하자. 만약 당신이 그것을 농담으로 대한다면, 집주인과 멀어질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물론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는 않겠지. 이따금 가파른 길이 1,500미터 아래로 무너져 내리는 절벽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정글의 눈썹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말이다. 만약 당신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전의 유적지가 어디 있는지 듣고 싶다면, 그 장소를 알려줄 수 있는 집주인과 소원해질 수는 없다. 현지 문화에 진정으로 깊은 관심이 있기 때문에 그들과 가까운 곳에서 며칠간 머물고 싶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별미를 거부하는 행동이 치명적인 모욕일 경우. 마체테(machete) 칼이 난무하는 복수극을 유발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아마 아닐 거다. 그러니 왜 위험을 무릅쓰나? 차라리 그들을 웃게 해주고 말지.


그러니 대답은 간단하다. 당신 앞에 놓인 것을 먹는다. 전혀 문제없다. 그저 수프에 떠다니는 하얀 수탉의 해골일 뿐이다. 가금새에 얽힌 이 일화는 30여 년 전에 페루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동안 많은 시간을 여러 나라의 중간 지대를 여행하면서 보냈는데, 이와 비슷한 사건을 모든 대륙에서 경험했다. 남극대륙을 빼면 말이다. 어떤 친절한 가족은 한눈에도 맛없어 보이는 음식을 내주기도 했다. 구운 거북의 폐나 양의 눈알처럼.


웃으며 먹어치우기. 그게 내 방침이다. 만약 야자수 와인이나 옥수수 맥주 같은 애매한 알코올 음료까지 있다면 더 좋다. 중앙아프리카의 비룽가(Virunga) 화산 아래에서 사람들은 ‘폼베(pombe)’라고 일컫는 바나나 맥주 비슷한 것을 제조하는데, 원래 진짜 맥주가 들어 있던 1리터짜리 갈색 유리병에 담아서 낸다. 폼베는 스와힐리(Swahili)어로 단순히 맥주라는 뜻이었지만, 나는 바나나 성분에 대해 주의를 들었다. 맥주 양조업자는 폼베의 실체를 보기 싫을 테니 유리잔에 따르지 말라고 했다. 폼베는 나무잔에 따라 마실 때가 가장 괜찮다. 유리잔에는 발효된 바나나의 두껍고 까만 찌꺼기가 남기 때문이다.


웃으며 먹어치우기. 그게 내 방침이다. 만약 야자수 와인이나 옥수수 맥주 같은 애매한 알코올 음료까지 있다면 더 좋다.


바나나 폼베 마시기는 나를 데리고 산악고릴라를 관찰하고 온 아프리카의 가이드 2명에게 일종의 퇴근 후 자유였다. 저녁 때 집으로 돌아가면서 그들은 튼튼한 나무판으로 지은 집을 살펴봤다. 만약 현관에 놓인 꽃병에 꽃이 있다면, 그 집에 사는 양조업자한테 폼베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 우리는 한 신사가 보유한, 유통기한이 48시간 남은 맥주를 처리하는 일을 도와야 했다. 그건 의무였다. 영장류를 찾아 기어 다니느라 땀투성이가 된 하루를 마무리한 후에 빨대로 폼베를 홀짝거리면 기분이 괜찮았다. 나는 그날 양조업자와 지역사회의 맥주 애호가를 도와주면서 정신이 멀쩡한 상태라면 결코 발견하지 못했을 고릴라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다. 내 앞에 놓은 것은 무엇이든 먹는다는 나의 철칙이 있는 한, 거기에 부응하기 위해 수년을 노력해왔다.


나는 보통 캠핑 음식을 먹는데, 이를 통해 배운 한 가지는 지구상 어느 누구도 냉동 건조 스크램블드 에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조리한, 기억에 남는 식사가 생각난다. 트리 하우스에 사는 파푸아의 코로와이(Korowai)족을 방문했을 때다. 강에서 멀리 떨어져 지내는 코로와이 사람들은 특히나 바깥세상을 알지 못한다. 내가 늪을 가로질러 나아가서 만나고자 한 부락은 겨우 1년 전에야 연락이 닿았다. 우리 일행은 나무집에서 코로와이 사람들을 만나 협상을 진행했는데, 모기들이 구름 떼처럼 에워싼 곳에 서서 나뭇가지 사이로 15미터 위를 향해 소리쳐야 했다.


결국 우리는 환대를 받았다. 그 집은 나무 자체에 그늘이 드리워진 커다란 나무 거실 같았다. 모기도 거의 없었고 바람은 신선했다. 우리는 3명의 남자를 만났는데, 2명은 나이가 많았고 1명은 젊었다. 여자는 3명이었다. 남자들은 성기를 나뭇잎으로 감싸고 있었기에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여자들은 짚으로 만든 치마를 입고 있었다.


나무로 된 벽에는 송어만 한 크기의 물고기 뼈가 걸려 있었다. 훌륭한 식사를 마치고 난 후의 쓰레기일까? 벽 하나를 대신해서 수십 개의 돌로 화덕을 만들어놓았고, 여자들은 석탄 위에 하얗고 투박한 무언가를 올려놓았다. 내가 들은 바로는 사고야자나무의 가루로 만든, 전분 성분이 많은 주식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들은 빵 같은 물질을 떼어 내게 건네주었다. 마치 가벼운 찰흙 장난감처럼 보였는데, 거의 맛을 못 느낄 정도로 무미했다. 하지만 나는 아주 맛있다고 표현하기 위해 밝게 웃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코로와이 사람들은 뚱하게 나를 쳐다봤다. 그게 무슨 맛인지 잘 알고 있으니 당연했다. 매일 먹는 음식 아닌가. 왜 그런 거짓말을 하기 위해 빈약한 사다리를 타고 15미터나 올라간 것이란 말인가?


코로와이 사람들과 며칠을 함께 지냈고, 어느 날 밤 저녁 식사를 만들어 먹어도 되는지 그들에게 물어봤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식자재는 쌀이었다. 거기에 기름과 레몬주스와 마늘 소금을 조금 뿌려서 맛을 냈다. 코로와이의 젊은이가 그걸 먹더니 눈가에 습기가 생겼다.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손가락으로 밥을 또 한입 먹었다. 번역을 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나는 그 남자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쌀밥이 그가 지금껏 살면서 먹어본 음식 중 최고였기 때문이다. 다른 코로와이 사람들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어떤 요리사도 그렇게 칭찬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괜한 자신감을 가지고, 모든 이를 위해 냉동 건조 스크램블드 에그를 준비했다. 그들은 스크램블드 에그를 먹다가 간혹 나를 쳐다보며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 표현을 알아챘다. 그건 바로 지난 수년간 내가 여러 번 보인 미소였다. 당신이 수탉의 머리를 먹으면서 지었던 바로 그 미소를, 그들도 당신에게 짓고 있었다.




글. 팀 카힐(Tim Ca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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