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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Jan 04. 2019

김종관 감독의 겨울 영화

Interview_일본 하코다테에서 찍은 겨울 영화 비하인드 스토리

간절한 바람으로 하코다테에 눈이 내렸다.
 두 남녀의 쓸쓸한 여행이 한 편의 영화로 완성됐다.




김종관 감독. ⓒ 고현




Q. 얼마 전 홋카이도 하코다테에 다녀오셨습니다.

홋카이도를 수년 전 여행한 적이 있는데, 당시 기차를 타고 하코다테를 그냥 지나쳤어요. 문득 겨울의 하코다테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습니다. 프로젝트 제안을 받고 단편영화 형식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보면 좋을 것 같았죠. 최소한의 스태프만 참여하고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영화를 구상했고, 선뜻 함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Q. 어떤 콘셉트의 영화인가요?

이별한 남녀의 여행을 따라가는 영화입니다. 하코다테를 여행하는 두 사람의 대화가 오가는 형식이죠. 텅 빈 도시를 부유하듯 대사로만 이야기를 전하는 주인공의 아이러니한 상황이 쓸쓸한 정서를 만들고, 그 속에서 하코다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Q. 하코다테의 겨울은 어땠나요?

촬영을 떠나기 전, 눈이 내리길 간절히 바랐어요. 이번 영화에서 하코다테의 설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반갑게도 도착하자마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촬영하는 3일 내내 쉼 없이 폭설이 쏟아졌어요. 나중에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였죠. 덕분에 눈이 흩날리는 하코다테의 모습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Q. 하코다테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눈이 내려서일까요? 도시 자체가 슬로모션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어요. 하코다테는 홋카이도의 도시 중에선 제법 규모가 큰 축에 속하지만, 아기자기한 소도시의 매력이 가득한 곳이더군요. 개성 있는 카페와 서점, 분위기 있는 선술집 등 여러 문화를 향유하기 좋은 도시 같았어요. 거리에서 마주친 현지인의 인상도 무척 온화해 보였습니다.


Q. 촬영을 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눈이 완전히 그친 하코다테의 모습도 좀 궁금하긴 합니다.


단편 영화 <하코다테에서 안녕> 포스터 ⓒ 양기업


Q. 이번 영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가 있다면?

일단 하코다테만의 아름다운 겨울을 보여주는 게 목표였어요. 익히 알려진 관광 명소 말고도 영화적으로 즐거움을 주는 공간을 찾아 카메라에 담고 싶었죠. 보통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장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많아요. 영화의 스토리텔링과 함께 무명의 장소가 새롭게 힘을 얻는 셈이죠. 여러 영화에 등장하면서 관광 명소가 된 하치만자카 언덕처럼요. 이번 영화의 주제가 ‘이별 여행’인데, 전 슬픈 이야기가 간직한 힘을 믿어요. 저마다 간직한 이별의 기억과 함께 하코다테의 매력이 잘 전달되길 바랍니다.


Q. 이번 촬영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소를 꼽는다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기차 건널목입니다. 새벽에 모토마치로 이동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죠. 단량 열차가 지나가고 화물차가 오가는 그야말로 인적이 드문 장소였어요. 촬영을 시작하는데, 거리의 노란 우산 하나가 왈츠를 추는 것처럼 스르륵 움직이더군요. 전 촬영을 할 때 우연이 만들어낸 묘한 상황을 영화에 활용하는 편이예요. 그때가 딱 그런 순간이었죠.


Q. 하코다테 촬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일단 삿포로에서 하코다테까지 렌터카로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웠습니다. 차창 밖으로 흩날리는 눈보라를 하염없이 바라보았죠. 이번 촬영 기간 중 이틀에 걸쳐 새벽 촬영을 시도했어요. 도시의 텅 빈 장면을 담고 싶었거든요. 당시의 적막과 고요한 골목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Q. 영화 촬영을 해보고 싶은 다른 지역이 있나요?

홋카이도의 다른 소도시도 좀 궁금합니다. 홋카이도 출신의 소설가 사쿠라기 시노(桜木紫乃)를 좋아하는데, 그의 단편소설 <호텔 로열> <빙평선>에 등장한 척박한 지역에서 촬영을 해보고 싶군요. 개인적으로 차나 술 같은 마실 것에 호기심이 많고, 역사적 이야기가 풍부한 지역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에서 위스키를 주제로 한 영화도 만들어보고 싶네요.


Q. 2019년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영화 작업과 여러 프로젝트 촬영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2019년에 확정된 영화 작업 중에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한국판 리메이크 연출이 있어요. 현시대에 어울리는 내용으로 각색을 마친 상태고 곧 촬영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김종관 감독이 포착한 하코다테의 영화적 공간



성 요한 교회(聖ヨハネ教会) 인근 언덕길.
ⓒ 고현




신카와 공원(新川公園) 근방의 이발소. 
ⓒ 고현




교아이카이 병원(共愛会病院) 앞 버스 정류장.
ⓒ 고현






김종관 감독은 서정적 영상미로 호평받은 단편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2004) 이후, <조금만 더 가까이>(2010) <최악의 하루> (2016) <더 테이블>(2017) 등 여러 저예산 장편영화를 연출했다. 하코다테에서 촬영한 단편영화 <하코다테에서의 안녕>은 1월 초 론리플래닛 코리아와 일본정부관광국 온라인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monologue707



+ 단편 영화 <하코다테에서 안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더 알고 싶다면?

김종관 감독의 브런치 - https://brunch.co.kr/@jongkwankimnrzi/9





글/사진. 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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