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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Jan 25. 2019

안동 미식의 현주소

지역색이 담뿍 묻어나는 고유의 미식 문화를 발전시켜온 안동. 안동에서 나고 자란 식자재를 사용하고, 개성 넘치는 맛과 멋을 더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오늘날 안동의 미식을 탐하다.





알면서도 몰랐던 안동 진미

안동갈비골목

커다란 간판을 내건 갈빗집 노포가 모여 있는 안동갈비골목. ⓒ이두용

안동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자 고소한 냄새가 발길 을 잡아 끈다. 순간 시장함이 느껴진다. 자연스레 냄새의 범인을 찾아 발길을 튼다. 안동의 중심가인 안동 문화의 거리 한쪽에 있는 안동갈비골목으로 말이다. 35년 넘게 전통 갈비의 맛을 이어오는 이 골목에서는 15곳의 노포가 성업 중이다. 찬 바람에 스민 갈비 굽는 냄새가 좁은 골목 사이사이에 가득하다. 이곳에 들어서면 어지간한 강단이 있어도 침샘을 자극하는 유혹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이영자가 안동갈비골목 맛집인 문화갈비를 소개해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가수 홍진영와 배우 마동석도 자신의 SNS에 이 골목을 소개해 가게마다 손님이 크게 늘었다. 주말에는 줄을 서야 간신히 갈비 1대를 뜯을 수 있을 정도라고. 평일 저녁에 찾아간 골목은 의외로 한산하다. 혹시 줄을 서야 하나 싶었는데 다행이다. 바람이 차서 행인은 적었지만, 냄새만으로도 골목을 찾는 건 쉬웠다. 안동갈비골목 최초의 갈빗집으로 알려진 55년 전통 구서울갈비를 중심으로 일대에 노포가 줄지어 있다. 그러나 이영자의 생생한 표정이 떠올라 조금 떨어진 문화갈비로 향한다. 


 “저희 집은 일단 고기가 좋아요. 최고급 안동 한우만 쓰거든요. 양념도 중요하지만 고기 맛은 무조건 품질이 먼저죠.” 황정숙 주인장이 자랑을 늘어놓는다. 안동갈비는 품질 좋은 한우에 마늘과 생강, 과일 즙을 갈아 넣고 조선간장으로 간을 한 게 특징이다. 하루에 팔 분량만 숙성시킨 뒤, 즉석에서 구워내기 때문에 신선하고 육질이 살아 있다. 


안동 갈비는 안동 한우에 마늘과 생강, 과일 즙을 갈아 넣고 조선간장으로 간을 한 것이 특징이다. 문화갈비에서는 잘 익은 갈빗살과 파절임을 함께 먹는다. ⓒ이두용

숯불 위에 갈비를 얹으니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 냄새가 진동한다. 아직 젓가락을 들지도 않았는데 소리와 냄새에서 맛이 전해지는 것 같다. 고기가 익는 몇 분이 길게 느껴진다. 드디어 잘라낸 갈빗살 1점을 입에 넣는다. 육질의 부드러움이 다르다. 육즙과 함께 고기에 밴 양념이 입안으로 퍼진다. 담백한데 고소하고 또 달콤하다. 안동갈비는 꼭 참기름에 버무린 파절임을 함께 얹어 먹어야 한다. 고기와 양념, 파와 참기름의 하모니가 절묘하다. 양이 조금 적어 보통 둘이 와도 3인분을 먹는다고 한다. 갈비를 다 먹을 때쯤 된장찌개와 몇 가지 나물이 나온다. 찌개에 공깃밥과 나물을 넣고 쓱쓱 비비면 또 다른 별미. 기분 좋은 포만감과 함께 추위도 잊게 된다.


문화갈비 갈비 1인분 2만5,000원, 10am~10pm, 054 857 6565, 경상북도 안동시 음식의길 32-5.



What’s More

안동갈비골목은 안동역 맞은편에 위치해 찾아가기 쉽다. 좁은 골목에 갈빗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문화갈비만 골목에서 조금 떨어진 길 건너에 자리한다.





국화 향 깃든 7번가의 비밀

카페 세븐스트릿

유럽풍으로 꾸민 카페 세븐스트릿의 2층.  ⓒ 이두용

카페 문을 열자 온기와 함께 국화 향이 달려든다. 찬바람을 맞으며 걸어온 터라 따뜻한 양손이 볼을 감싸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 국화 향이 워낙 강해서 신발을 갈아 신고 나서도 가만히 서 있다. 중문을 열면 카페가 아니라 마치 국화 밭이 펼쳐질 듯하다.


곧 반전이 펼쳐진다. 국화 향에 취해 고즈넉한 전통 찻집을 생각했는데 실내가 생각보다 화려하다. 벽에는 인도코끼리가 그려진 큼지막한 천이 걸려 있고, 크고 작은 앤티크 소품과 장식이 사방에 전시하듯 놓여 있다. 창밖으로 목가적 전원이 펼쳐지는 가운데 카페의 이국적 인테리어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이런 분위기는 계단을 타고 고스란히 2층까지 이어진다. 설명을 들어보니 1층은 인도풍으로, 2층은 유럽풍으로 채워보려고 했단다. 아들과 며느리가 직접 설계와 공사를 도맡아 카페를 꾸몄다고.


“국화를 만진 게 벌써 18년 됐어요. 이곳에서 조그맣게 시작한 국화밭을 약 3만 제곱미터 규모까지 키웠으니 대단하죠.” 조소순 대표가 국화차를 우려내며 묵은 이야기를 꺼낸다. “원래는 인근의 한 스님이 국화를 키워 차로 만들어 드셨는데, 어느 날 저희 가족에게 방법을 전수해주고 떠나셨어요. 이후 저희가 유기농 재배와 맛을 연구하면서 지금까지 이끌어왔죠. 저희 때문에 마을 주소도 ‘국화향길’이에요. 카페 주소가 ‘국화향길 7’이라 이름도 ‘세븐스트릿’으로 지은 겁니다.” 올해로 62세인 조소순 대표는 과거 건강이 좋지 않고 여러 차례 중풍까지 찾아왔지만 차와 유기농 식단으로 치료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국화 재배와 차 개발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조소순 대표가 직접 국화차를 우리는 중이다. ⓒ이두용

 카페 세븐스트릿은 유기농으로 재배한 국화로 수제 차를 생산하는 가족 회사 ‘남탑산방’의 직영 매장 겸 카페다. 조소순 대표의 남편인 박문영 씨가 국화 재배와 생산을, 아들 박정식 씨가 가공과 유통을 맡고 있다. 카페에서는 조소순 대표와 며느리 우향임 씨가 차를 직접 소개하며 판매한다. 많은 차 브랜드가 위탁 재배로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남탑산방은 가족이 모든 과정을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맛과 품질에 늘 신경을 쓴다.

추운 날씨 탓도 있지만, 진하고 따뜻한 국화차는 여러 번 우려서 마실수록 좋다. 건조되면서 몸을 움츠렸던 꽃송이가 따뜻한 찻잔 속에서 다시 만개한다. 차를 마시며 찻잔을 유영하는 국화 송이를 보는 것도 재미다. 국화가 한창인 시기에 찾아오면 사방이 노랗게 물든 풍경을 보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다.


카페 세븐스트릿 유기농 국화차 5,000원, 11am~5:30pm, 월요일 휴무, 010 5552 7800, 경상북도 안동시 서후면 국화향길 7.



What’s More

이국적 분위기의 카페 세븐스트릿은 인증샷을 찍기에 안성맞춤이다. 남탑산방에서 만든 유기농 국화차와 상황버섯을 달인 물에 보이차 찻잎을 우려낸 보이숙차가 대표 메뉴. 차 외에도 커피와 디저트 메뉴도 갖췄다. 





젊은 안동에 취하다

안동맥주

매주 토요일에만 한정 판매하는 캔 맥주. ⓒ 이두용

안동에서 맥주라니. 귀가 솔깃하다. 전라도의 전주처럼 경상도에선 안동이 전통을 잇는 도시가 아니던가. 술 좀 마신다는 지인에게 안동에 대해 물으면 찜닭과 간고등어도 제치고 안동소주를 먼저 떠올릴 정도로 안동은 전통주가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안동맥주라는 이름만 듣고도 호기심이 발동한다. 브루어리에 들어서니 낯선 음악이 먼저 반긴다. 미국 가수 NoMBe(Noah McBeth)의 ‘Jump RightIn’이라는 곡으로, 리듬이나 멜로디가 요즘 말로 ‘힙’하다. 국내 온라인 검색창에선 가수도 노래도 찾을 수 없다. 말 그대로 ‘레어템’. 안동맥주 이미지와 딱 어울린다.


 “진짜 술을 좋아해서 시작했어요. 저는 맥주 소믈리에 자격증이 있고, 동갑내기 공동 대표 양준석 씨는 양조 경력이 있거든요. 서로 대화도 잘 통하고 마음도 잘 맞아서 2016년에 의기투합했죠.” 파마머리에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이인식 대표가 말한다. 그는 경상북도 문경의 한 양조장에서 술을 만들던 양준석 공동 대표와 맥주 사업을 구상하고 경북권에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안동에서 브루어리를 시작하게 됐다고. 젊은 두 대표는 맥주를 만드는 일이 즐겁다고 말한다. 이런 마인드는 모두에서 사랑받는 대중적인 맥주를 탄생시켰다. 


현재 안동맥주에서 생산하는 맥주는 안동라거와 안동금맥주, 홉스터 IPA 등 총 세 가지다. “안동맥주를 시작한 지 이제 1년이 됐어요. 아직 저희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안동라거와 안동금맥주는 좀 더 대중성에 초점을 맞췄죠. 사실 만들고 싶은 맥주가 많아요. 홉스터 IPA가 그 방향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이인식 대표가 맥주를 건네며 말한다.


안동라거와 안동금맥주는 청량감이 느껴지면서 신선한 맛이다. 라거와 에일, 각각의 느낌을 잘 살려 냈다. 홉스터 IPA는 쓴맛이 도드라지지만 향이 풍부하고 뒷맛은 더 깔끔하다. 알코올 6.5퍼센트로 안동맥주에서 만드는 맥주 중 도수도 가장 높다. 현재 시험적으로 밀맥주도 만들고 있다. 더욱 다양한 맥주를 고민하며 타 매장이나 양조장과의 협업도 진행한다고. 맥주 1잔을 비우고 나니 문득 안동맥주 덕분에 많은 이가 안동의 매력에 취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안동맥주 브루잉 컴퍼니 포장 판매 캔 맥주 4,000원, 경상북도 안동시 강남1길 49, 인스타그램 andongbrewing



What’s More

안동맥주의 브루어리에는 펍이나 매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다만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갓 양조한 신선한 맥주를 담은 캔 맥주를 한정으로 포장 판매한다.





이두용은 사진가 겸 여행작가다. 매체에 글을 쓰고 사진 관련 강의도 한다. <오늘부터 행복하다>(부즈펌, 1만3,800원)를 썼고, 종종 EBS <세계테마기행> 같은 여행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한다.





안동 미식의 현주소 이어진 이야기

Part 2. 안동식 하몬과 연 요리

안동 미식 여행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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