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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Feb 28. 2019

여행자가 된 셰프, 박준우

전 세계로 발걸음을 옮기고 미각을 넓히는 박준우 셰프와의 인터뷰 

온다빌레의 셰프 박준우. ⓒ 오충석



지난 한 해 정말 많은 곳을 다녀오셨습니다.

전부 세보니까 지난해만 해외 출장을 23회 갔더라고요. 방송 프로그램 출연이 가장 많았고, 취재 형식으로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인가요?

광주 MBC가 홍어를 색다른 방식으로 조명하는 <핑크피쉬> 방송을 기획하면서 저와 박찬일 셰프를 섭외했는데, 행선지가 아이슬란드였어요. 우리네와 유사한 방식으로 홍어를 먹는 아이슬란드의 식문화를 다루었지요. 상온에서 4주 동안 삭힌 홍어에 양 기름을 얹어 맛봤습니다. 사실 저는 홍어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는데, 아이슬란드에서 새롭게 맛을 들이게 됐어요. 박찬일 셰프는 전라도 홍어만 못하다고 평가하긴 했지만요.


가장 최근에 다녀온 곳은 어디인가요?

지난해 페루관광청으로부터 ‘셰프의 미식 여행’을 주제로 방문을 제안받은 적이 있어요. 처음에는 시간이 맞지 않아 무산됐는데, 여행 인플루언서와 함께하는 팸 투어로 다시 초청하더군요. 저는 인플루언서가 뭔지도 모른 채 페루로 떠났어요. 요즘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는 보통 부지런한 게 아니더라고요. 쉴 새 없이 사진을 촬영하고, 드론을 띄워 영상도 만들고, 그 와중에 자신의 SNS 채널에 포스팅도 하죠.


페루 여행은 어땠나요? 

단연 마추픽추가 놀라웠어요. 하늘이 허락해야 본모습과 대면할 수 있다는데, 다행히 저희가 도착했을 때 날씨가 굉장히 좋았죠. 페루의 자연은 정말 기묘한 것 같아요. 드넓은 태평양과 높다란 안데스산맥 심지어 사막까지 두루 갖췄으니까요. 특히 이카(Ica) 사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행이 모두 샌드 보딩을 하러 떠났을 때, 전 사막 언덕에 남아 조용히 석양을 감상했어요. 그때의 적막한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페루의 미식은 어땠나요?

리마 센트랄(Central) 레스토랑의 스타 셰프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스(Virgilio Martínez)가 쿠스코에 새로 오픈한 밀(Mil)을 방문했어요. 페루 요리는 세비체 말고는 잘 몰랐는데, 안데스 고산 지역의 식자재를 활용한 창의적 요리가 무척 훌륭하더군요. 페루에서 맛본 음식 중에는 기니피그 요리가 가장 강렬했어요. 전기구이 통닭과 비슷한 식감이 놀라웠죠. 쿠스코를 여행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꼭 한 번 통째로 구운 기니피그를 맛보시길!


낯선 음식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편인가봐요.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입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상어 고기나 훈제한 염소 머리도 맛봤죠. 다만, 고추가 들어간 요리는 잘 못 먹어요.


여행할 때 수집하는 게 있나요?

주로 술을 모으곤 해요. 처음에는 와인을 많이 구입했고, 최근에는 아르마냑이나 보드카, 위스키 같은 증류주에 호기심이 생겼죠. 사실 독한 증류주를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라서 보관만 해요. 증류주는 시간이 오래 지나도 맛이 크게 달라지지 않으니 기념품으로 적합하죠. 페루에서는 2종류의 피스코를 사왔습니다. 피스코 사워의 베이스로 사용하는 이 술은 프랑스에서 포도로 빚는 시로크(Cîroc)와 좀 비슷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지난해 한남동에 문을 연 온다빌레는 어떤 레스토랑인가요?

오은 시인이 먼저 문을 열었고, 저는 작년 하반기에 합류했어요. 디뮤지엄의 구슬모아당구장과 함께 기획 전시를 열고, 문학 낭독회나 공연을 진행하는 일종의 복합 문화 공간을 지향하죠. 현재 내부에 진열한 그림은 모두 이강훈 작가의 작품입니다. 제가 담당하는 레스토랑은 낮과 밤이 바뀌는 콘셉트로 운영해요. 낮에는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카페였다가 저녁에는 프렌치 요리를 내는 다이닝으로 바뀌는 식입니다.


여행에서 얻은 영감을 요리에 반영시키나요? 

보통은 쿠킹 클래스를 개최할 때 여행 중 알게 된 새로운 식자재를 사용하거나 아이디어를 적용하는 편이에요. 온다빌레에서도 이러한 메뉴를 곧 내볼 생각입니다.


2019년의 활동이 궁금합니다.

최근 출연진을 개편한 tvN의 <수요미식회> 패널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연복 셰프와 함께 중화권 미식을 탐방하는 <주유천하> 시즌 2 촬영도 계획되어 있고요. 이후에는 프랑스 미식 문화를 다루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예정입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도 꽤 많은 곳으로 떠날 것 같네요.


올해 꼭 가보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요?

프렌치 요리를 하다 보니 그간 유럽 위주로 여행을 다니곤 했어요. 그러다가 지난해 <주유천하> 방송 덕분에 중국, 베트남, 타이완 등 아시아권 식문화를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죠. 해외를 제법 자주 다녀도 가장 가까운 일본을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평소 일본 요리에 대한 호기심이 많기에 올해는 일본 여행을 해보고 싶네요.


글과 요리, 방송에 이어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요즘 너도 나도 유튜브를 시작하는데, 저는 과거지향적 사람인 듯해요. 유행이 한풀 꺾인 팟캐스트에 관심이 생겼거든요. 지난 몇 년간 ‘쿡방’, ‘먹방’의 영향으로 요리에 뛰어든 학생들이 굉장히 늘어났어요. 반면 그 열기가 조금 가라앉은 요즘에는 막상 제대로 된 음식 콘텐츠가 부족한 실정이죠. 각 분야의 셰프와 함께 요리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실제 도움이 될 만한 음식 콘텐츠를 팟캐스트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박준우 셰프가 경험한 세계의 맛


ⓒ TERJE RAKKE/NORDIC LIFE-VISITNORWAY.COM

노르웨이 킹 크랩 

노르웨이에서 10킬로그램에 이르는 그야말로 ‘킹’ 크랩을 맛봤습니다. 통째로 바닷물에 삶은 맛이 기가 막히죠.










© Laura Edwards / Lonely Planet

이탈리아 토르텔로니

수제 파스타로 만드는 이탈리아식 만두입니다. 좋은 버터와 건강한 허브, 신선한 파스타가 결합된 볼로냐의 별미죠.










ⓒ 박준우

베트남 삶은 여주 

여주는 쓴맛을 내는데, 베트남에서는 삶아서 안주로 먹더라고요. 숙취 해소에 좋은 애주가의 음식입니다.












박준우는 올리브 채널의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 2 준우승 이후, 본격적으로 셰프 활동을 시작했다. 디저트 카페, 와인 바 운영을 거쳐 지난해 온다빌레에 합류했으며, 틈틈이 방송 프로그램, 매체를 통해 여행을 떠나며 세계 각국의 폭넓은 미식 문화를 알리고 있다. 인스타그램 @seoul_1983 


글. 고현 사진. 오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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