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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Mar 27. 2019

8인의 창작자가 여행에서 찾은 것

여행에서만 얻을 수 있는 대체불가능한 영감들. 크리에이터 8인과의 인터뷰


영상감독 허남훈

뮤직비디오 감독 허남훈은 아내인 김모아 작가와 함께 365일간의 캠핑카 여행기를 담은 에세이 <여행하는 집, 밴라이프>를 펴냈다. 여행과 삶의 경계를 허물며 사진, 글, 음악, 영상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프로젝트 그룹 ‘커플의 소리’를 운영하고 있다. lesonducouple.com


ⓒ 오킹



유튜브 채널 ‘커플의 소리’에 연재 중인 ‘생활연작’은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일상을 여행처럼 살기 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예요. 평소에 사진 찍듯 촬영한 영상에서 시작했죠. 아내 김모아 작가가 생활에 대해 쓴 글에서도 영감을 받았고요. 취미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고 싶을 때 만들어요. 집에서도 찍고, 여행지에서도 찍고요.


생활연작 24편 ‘아무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는 일본 여행의 마지막 밤을 담고 있더군요.

지난가을 도쿄를 여행했어요. 우연히 긴자의 애플 매장 직원 추천을 받아 시부야의 작은 클럽에 갔는데,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노래 한 곡이 흘러나왔어요. 재즈 음악 그룹 에고래핀(Ego-Wrappin’)이 부른 ‘시키사이노 브루스(色彩のブル-ス, 색채의 블루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날 밤 시부야 거리가 떠올라요. 생활연작 24편에도 배경에 낮게 흐르죠. 그 여행에서 제가 숙소 창밖으로 도쿄 시내 야경을 찍을 때, 모아 작가가 제 뒷모습을 찍었어요. 그 이야기가 24편에 담겨 있답니다.


허남훈 감독과 아내인 김모아 작가가 출연한 생활연작의 한 장면. ⓒ 허남훈


어떻게 여행하나요?

일상을 여행하듯 살고, 여행지에서는 일상처럼 지내려 해요. 가능하면 걸어 다니고, 전시를 보거나 클럽에 가곤 하죠. 여행지에서 하루에 2만 보를 넘게 걸어요.


기억에 남는 여행의 순간이 있다면?

뻔할 수도 있지만, 3년 전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오로라를 보던 때요. 며칠을 기다려서 오로라를 처음 봤는데, 그 뒤로는 매일 밤 오로라를 봤어요. 경이로웠죠.


다음 여행 계획은?

베트남 다낭, 호찌민, 푸꾸옥에 갈 예정이에요. 공간을 촬영하는 외주 작업인데, 자연스럽게 생활연작도 찍을 수 있겠죠?





뮤지션 에이칸

에이칸은 대학 시절 3개월간 떠난 아프리카 여행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빚을 갚기 위해 1년간 호주 냉동 창고에서 일한 뒤, 3년간 호주 자동차 여행을 다녔다. 이를 담은 에세이 <길 위에서 샤우팅! 노 뮤직 노 트래블>을 펴내고 동명의 음반을 냈다. 지금은 부산에서 유튜브 채널 ‘나쁜 여행’을 운영하며 음악과 영상 작업을 하고 있다. @BADTRIPKR 
ⓒ 오킹


음반 'no music no travel'은 어떤 여행에서 영감을 받았나요?

1998년산 중고 토요타 자동차로 3년 동안 호주 대륙 1만 킬로미터를 달렸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전 세계 친구들을 만나 함께 파티를 하기도 했죠. 와인과 고기를 사서 구워 먹으며 음악을 들으면서요. 이 음반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Chiller NO. 5’예요. 처음 녹음한 곡이기도 한데, 친구들과 놀다가 즉석에서 비트를 만들고 현지 래퍼 친구가 피처링을 했어요. 제목대로 5번 냉동 창고에서 만난 친구들 이야기예요. ‘망했지만 그래도 다시 해볼까?’ 하는 긍정적 에너지가 있는 곡이죠.


어떻게 여행하나요?

사실 음악을 위해 여행한다는 게 맞겠네요. 제게 음악은 여행을 기록하는 하나의 방식이에요. 여행지에서 만난 뮤지션 친구들 영향도 많이 받고요. 최근에는 ‘리믹스 유어 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각 도시의 소리를 채집해 비트를 만들고, 여행지에서 만난 뮤지션이 그 도시의 이야기를 담아 작사와 피처링을 맡아, 현지에서 함께 뮤직비디오를 찍는 거죠. 작년에는 방콕의 어느 레코드점에서 우연히 찾은 1970년대 태국 펑크 음악을 바탕으로 비트를 만들고 방콕의 소리를 삽입해 곡을 만들었어요. 아이들의 웃음, 툭툭의 경적 소리 같은 것들이 들어가 있죠.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뮤지션 에이칸. ⓒ 에이칸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작년 뮤직비디오 작업을 위해 후쿠오카에 다녀왔어요. 이와이 슌지(岩井俊二) 감독의 1990년대 일본 영화 느낌을 내고 싶었거든요. 또 샘플링 힙합으로 유명한 도시기도 해요. 특히 재미있던 곳은 친구가 소개해준 돈 파인드(Don’t Find)라는 편집숍이에요. 그라피티와 음악 활동을 전개하는 현지 독립 레이블 오일웍스(Oilworks)가 운영하는데, 멋진 음반, 옷, 소품 등을 판매하죠.


다음 여행 계획은?

호주 여행에서 만난 친구가 파리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 6월에 독일 함부르크에서 시작해 파리까지 여행할 계획이에요. 호주에서 만난 친구들 모두 함께요. 정말 엄청날 거예요. 3주? 1개월? 아니 더 오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스티커 타투 작가 김지연

김지연은 스티커 타투 브랜드 원더러스트 (Wanderlust)를 운영한다. 여행의 조각을 모아 도안을 만드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특별한 순간을 그림으로 풀어내거나 사람들과 함께 나눴던 대화를 레터링으로 표현한다. wanderlust.imweb.me
ⓒ 오킹


스티커 타투에 얽힌 여행 에피소드를 하나 얘기해주세요.

‘It’s wine o’clock(와인 마시는 시간이야)’ 시리즈가 떠오르네요. 도쿄 여행 중에 만난 한 친구에게 배운 말이에요. 함께 와인을 마시다가 주고받던 농담이 기억에 남았죠. 제가 워낙 와인을 좋아하기도 해서 여행 중에 마주친 와인에 관한 것들을 그렸어요. 프랑스 보르도의 한 숙소에서 주인장 부부가 손을 꼭 잡고 가는 모습에 감명을 받아 ‘노부부’란 작품이 탄생했지요.


여행의 어떤 순간에서 영감을 받나요?

오래된 물건, 사람, 자연. 저는 이 세 가지를 가장 좋아해요. 여행을 가면 반드시 빈티지 마켓이나 공원에 들러 사람들을 관찰하곤 합니다. 표정이나 옷차림을 유심히 보다가 색채가 강한 사람이나 주변 풍경을 발견하면 즉시 필름 카메라로 찍죠. 그때 남긴 사진을 보며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여행을 스티커 타투로 표현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건 무엇인가요? 

스티커 타투로 만든 그림과 문장이 여행의 순간을 잘 반영하는지,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지 제 자신에게 되물어봅니다. 저부터 마음속 울림을 받아야 다른 사람도 제 여행을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행 중 필름 카메라로 찍은 공원 풍경. ⓒ 김지연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있다면?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난 프랑스입니다. 파리, 안시, 보르도, 리옹을 돌아보는 여정이었어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와인, 특유의 차가운 공기까지 모두 완벽했답니다.


다음 여행 계획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요! 1년 넘게 연락하는 스페인 친구 로라(Laura)를 만나러 가기로 했어요. 날씨 좋은 가을에요. 로라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하는 친구입니다. 저에게 가장 좋은 스페인어 선생님이기도 하고요. 밤새도록 묵힌 이야기를 나누고 셰리 와인도 콸콸 마실 거예요. 





인스타툰 작가 양서연

양서연은 5년 전 혼자 대만을 다녀온 뒤 여행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30여 개국을 여행하고, 인스타그램에서 여행 중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집떠난 집순이’ 인스타툰을 연재 중이다. 론리플래닛 코리아 인스타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다. @zipsoooni_travel
ⓒ 오킹


인스타툰 ‘집떠난 집순이’를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는 내향적인 성격에다 집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집순이’입니다.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한 번 집을 떠나면 오랫동안 안 들어가죠. 2017년에 장기 여행을 떠나면서 ‘어떤 식으로든 매일 기록하기’를 목표로 삼았어요. 처음에는 일기를 쓰다가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어졌어요. 데이터 로밍이나 유심을 사용하지 않고 여행하는 편이라 이동 중에 여유 시간이 많기도 했고요. 20시간 넘게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너무 심심해 이것저것 끄적이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여행의 어떤 순간에서 모티프를 얻나요?

한순간에 소재가 떠오르기보다는 기차나 버스 안에서 지난 일을 되새김질하며 에피소드를 찾는 편이에요. 그래서 만화를 보면 화났거나 고생했던 이야기가 대부분이죠. 힘든 일은 계속 곱씹게 되잖아요. ‘이런 힘든 일이 있었는데 친구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과연 내 고생을 이해할까” 이런 생각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제 만화에서 인도나 쿠바 이야기의 비중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겠죠. 평화로운 여행은 특별한 에피소드가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한 인스타툰의 모티프가 된 오토바이로 가득한 베트남의 거리. ⓒ 양서연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있다면?

칠레의 이스터섬은 사실 호불호가 갈리는 여행지예요. 제주도와 비슷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해서요. 저는 그런 심심함이 좋았습니다. 아침에는 바다에서 수영하고, 점심에는 모아이 석상을 따라 산책하고, 밤에는 별 구경도 하고. 이런 일상을 4일 내내 반복해도 질리지 않더라고요. 마지막 날엔 아쉬운 나머지 바닷가에서 일몰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청승도 떨었죠.


다음 여행 계획은?

중국에 다시 가보고 싶어요. 몇 달 전에 다녀왔는데 마라탕을 못 먹고 왔어요. 다시 방문해 현지 마라탕이 어떻게 다른지 꼭 느껴보고 싶습니다. 중국은 땅덩어리가 워낙 넓어 가볼 만한 도시도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아, 가서 중국 당면도 엄청 사올 거예요.




글. 편집부



'창작자의 여행법'에 이어진 이야기

▶ 창작자의 여행법 p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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