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더로드 Jul 23. 2019

다섯 가지 색깔의 노르망디

예술, 역사, 바다, 건축, 문화유산까지. 노르망디의 매력을 만끽하다. 

인상파가 사랑한 마을, 해안 절벽을 품은 바다, 세계 최초의 계획도시까지.
노르망디는 도시마다 뚜렷한 개성과 색깔로 여행자를 이끈다.
숨은 보석 같은 도시를 발굴하며 다섯 가지 매력 포인트를 살펴보자.


Art - 지베르니

모네의 그림 속 정원 


(좌) 박물관으로 복원한 모네의 집. (우) 모네의 아틀리에에서 본 모네의 흉상과 사진. ⓒ 김은주



노르망디의 날씨는 요란스럽다. 세찬 바람에 노란 물결이 이는 유채밭 위로 먹구름이 무너질 듯 드리우다가도 소나기가 한바탕 내리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파랗게 갠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날씨가 반복된다. 반나절도 안 돼 벌써 몇 차례 소나기가 쏟아졌건만, 운전대를 잡은 노르망디관광청의 마케팅 담당 에두아르 발레르(Edouard Valere)는 이마저도 자랑스럽다는 듯 말한다.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가 인상파 화가들이 노르망디를 사랑한 이유입니다. 변화무쌍한 구름과 빛을 포착해 화폭에 담고 싶어 했죠.” 


‘인상주의 발상지’ ‘인상파의 고향’ 등 노르망디에 붙는 수식어는 발레르의 말을 뒷받침해준다. 사실주의 사조에서 벗어나 이젤을 들고 야외로 뛰쳐나간 인상파 화가에게 노르망디만큼 매혹적인 도시는 없었을 게다.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기암절벽을 이루는 바다, 파리의 부유한 컬렉터가 모이는 휴양지까지. 이를 모두 품은 노르망디는 인상파 화가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장소이자 경제활동까지 해결할 수 있는 무대였다. 


인상파 회화의 거장 클로드 모네(Claude Monet)가 생의 절반을 보낸 지베르니 또한 노르망디에 자리한다. 파리에서 기차로 1시간 남짓한 거리의 시골 마을로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까닭은 오로지 모네의 집 때문이다. 1883년, 그는 여덟 아이를 포함한 가족과 함께 지베르니에 정착한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가난한 화가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성공을 거두고 7년 후 농가 주택을 장만한다. 그곳에서 그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평생 집에 애정을 쏟았다. 오늘날 박물관으로 복원한 모네의 집에서는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작업실, 부엌, 침실, 가구 등 모두 예전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모네가 수집한 예술품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좌) 모네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물의 정원. 모네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정원을 가꿨다. (우) 박물관으로 복원한 모네의 집. ⓒ 김은주



모네가 가진 또 다른 재능은 정원에서 빛을 발한다.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두 가지는 그림 그리는 일과 정원 가꾸는 일이다."라는 말을 남길 만큼 모네는 제법 실력 있는 정원사였다. 그는 미적 감각을 총동원해 집 앞에 꽃의 정원을 디자인하고, 개화 시기를 계산해 꽃을 심어 계절마다 분위기가 달라지도록 연출했다. 길 건너편에 있는 물의 정원은 그가 심취하던 일본 판화를 모티프로 설계했다. 한껏 늘어진 버드나무와 대나무에 둘러싸인 연못에 둥둥 떠 있는 수련, 그 위를 지나는 일본식 다리가 동양적 정취를 자아낸다. 말년의 대작으로 평가받는 <수련> 연작이 바로 이 연못에서 탄생했다.


화가의 발자취는 담장 너머 지베르니 마을로 이어진다. 모네의 집에서 빠져나온 관광객들은 무리를 지어 마을 안에 조성된 거리를 따라 걷는다. 대부분 루트는 비슷하다. 지베르니 인상파 박물관(Musée des Impressionnismes Giverny)에 들러 모네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의 작품을 감상한 뒤, 모네의 단골 호텔과 카페 앞에서 사진을 찍고, 생트 라드공드 교회(Church of Sainte￾Radegonde)에서 짧게 머문다. 마지막 코스인 교회에는 모네와 그의 가족이 잠들어 있다. 갖가지 꽃과 식물을 심은 모네의 무덤을 보며 그가 지금도 작은 정원을 가꾸고 있으리라는 상상을 해본다.




History - 루앙

역사는 강물처럼 흐른다


(좌) 모네의 옛 작업실에서 바라본 루앙 대성당. (우) 고딕 양식 기둥이 웅장한 루앙 대성당의 내부. ⓒ 김은주



루앙에 도착하자 웅장한 종소리가 가장 먼저 여행자에게 환영 인사를 건넨다. 루앙을 ‘100개의 종탑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도시’라고 한, 빅토르 위고(Victor Hugo)가 말한 그 종소리일까? 루앙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Rouen)은 연신 종을 울리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압도적 크기와 화려한 파사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더욱 뽐내기라도 하는 듯.


“루앙 대성당은 세 가지 면에서 프랑스 최고입니다.” 루앙관광청 소속 한국인 가이드이자 루앙 한글학교 교사로 활동하는 조지숙 씨가 입을 연다. “첫째, 프랑스에서 가장 높은 151미터의 첨탑을 갖고 있습니다. 두 번째, 프랑스에서 가장 무거운 10톤짜리 잔다르크 종이 달려 있죠. 세 번째, 노르망디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랍니다.” 최고란 타이틀에 걸맞게 루앙 대성당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건축물이다. 이러한 성당이 있는 까닭은 루앙이 노르망디공국의 수도이자 한때 파리에 이어 가장 부유한 도시였기 때문. 루앙 대성당은 8세기 노르망디공국을 건국한 바이킹 롤로(Rollo)가 프랑스 영토를 다스리는 대가로 가톨릭으로 개종하고 세례를 받은 곳이자, 롤로와 영국의 왕이기도 한 사자왕 리처드 1세(Richard Ⅰ) 등 노르망디의 위대한 공작들이 안장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좌) 루앙 대시계는 시간과 요일,  달의 모양 등을 모두 표시한다. (우) 잔다크르 교회와 추모 십자가. ⓒ 김은주



조지숙 가이드가 루앙 대성당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 있다며 일행을 이끈다. 성당과 마주한 관광안내소 2층으로 향하자 이젤 하나가 덩그러니 놓인 방이 나온다. 성당 파사드가 정면으로 보이는 이 작업실에서 모네는 30여 점의 <루앙 대성당> 연작 중 가장 많은 28점의 작품을 남겼다고. 그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미묘한 빛의 변화를 캔버스에 담기 위해 하루에도 수차례 붓을 들고, 조금씩 자리를 옮겨가며 루앙 대성당을 관찰했다고 한다. 모네를 비롯한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 폴 고갱(Paul Gauguin) 같은 인상파 거장부터 20세기에 활동한 앤디 워홀(Andy Warhol)과 로이 릭턴슈타인(Roy Lichtenstein)까지. 수많은 예술가가 루앙에 매료된 데는 고색창연한 도시 전경도 한몫한다.

대성당 주변으로 형성된 구시가지는 2,000여 채의 중세 시대 목조 가옥이 골목골목을 이룬다. 비를 막기 위해 위층이 돌출된 노르망디 특유의 옛 가옥이 독특한 모양새로 눈길을 끄는가 하면, 시내 어디서나 눈에 띄는 찬란한 문화유산은 도시의 낭만적 풍취를 고조시킨다. 과거로 회귀한 듯한 거리를 걷다가 14세기에 제작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기계식 시계 루앙 대시계(Gros-Horloge)를 발견할 수도 있다. 루앙 대성당에서 출발해 루앙 대시계를 지나 중앙 광장으로 이어지는 거리는 잔 다르크(Jeanne d’Arc)가 화형대로 향하던 길이기도 하다. 탁 트인 비외 마르셰 광장(Place du Vieux-Marché)에서 잔 다르크의 흔적을 찾기란 아주 쉽다. 거대한 십자가 조형물이 세워진 곳이 바로 잔 다르크가 처형당한 자리다. 그 앞에는 그녀를 추모하는 현대식 잔 다르크 교회(Église Sainte-Jeanne-d'Arc)가 들어서 있다. 마치 불꽃이 이는 듯한 디자인의 교회 건물은 한때 국민 영웅이었지만 화염에 싸여 한 줌의 재로 변한 소녀의 안타까운 삶을 떠오르게 한다.




글. 문지연 사진. 김은주

ⓘ 취재 협조 프랑스관광청(kr.france.fr), 에어프랑스(airfrance.co.kr), 노르망디지역관광청(normandie-tourisme.fr)

문지연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다. 루앙 대성당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해 이른 아침에 혼자 루앙 시내를 누볐다. 취재에 동행한 사진가 김은주는 취재 중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소나기에 대비해 청록색 우비를 항상 입고 다녔다.




'다섯 가지 색깔의 노르망디'에 이어진 이야기

▶ 다섯 가지 색깔의 노르망디 pt.2 - 페캉~에트르타

다섯 가지 색깔의 노르망디 pt.3 - 르아브르~몽생미셸

노르망디 여행 노하우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와 함께 최고의 여행을 만나보세요.

▶ 론리플래닛 코리아 웹사이트

▶ 론리플래닛 코리아 페이스북       

작가의 이전글 최창수 피디의 청춘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