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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Sep 16. 2019

배정남의 당일치기 부산 여행

스케줄이 비는 늦여름의 단 하루. 배우 배정남이 부산으로 향했다.

서핑

am 09:00 _ 다대포 해수욕장

서프보드를 들고 다대포 해변에 선 배정남. ⓒ 최남용


누군가 부산의 매력을 물으면 배정남은 항상 바다를 언급한다. “부산에 가면 일단 기분이 좋잖아요, 바다도 있고. 아침에 바다를 보면 기분이 새로우니까요.”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에 바다를 낀 도시가 부산만 있는 건 아니니, 그의 설명은 ‘부산 바다만의 특별한 분위기가 있다’는 뜻을 내포할 것이다. 단순히 고향이라서 그런 걸까? 다대포 해수욕장 앞에서 서핑 숍 로깅데이즈를 운영하는 강민석 대표는 그 이유를 ‘접근성’에 두었다. 도심 한가운데까지 바다가 들어와 있다는 특징 때문에, 부산을 여행할 때는 바다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건 부산 시민에게도 마찬가지예요. 출퇴근길에 보거나, 일하다 잠깐 바람 쐬러 가거나, 아무튼 일상 속에 늘 바다가 있죠. 도시 불빛 때문에 야경이 아름답다는 점도 매력일 테고요.”


시침이 오전 9시를 조금 넘기자 배정남이 서핑숍으로 들어선다. 그는 스케줄이 없는 날을 틈타 당일치기로 부산에 왔다고 한다. 지난밤에도 늦게까지 촬영이 이어졌다지만, 인사를 건네는 얼굴에 피곤한 기색은 별로 없다. “부산에 오면 일단 마음이 편해지니까요.” 촬영 때문에 왔을 때도, 바쁜 일정 탓에 한나절도 못 머물렀을 때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고. 바다로 향할 채비를 하는데 그가 선뜻 서핑복 대신 트렁크 하나만 걸치려고 한다.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가 2개, 곧 크랭크인이 들어가는 영화가 하나. TV 예능 프로그램까지 소화하는 스케줄을 고려할 때 분명 운동할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사진을 찍을 텐데 괜찮겠느냐 물으니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 “그렇긴 한데. 날씨도 더운데 저 서핑복 입으면 땀이 터질 것 같아서요.” 땀이 ‘터진다’는 표현도 재미있거니와 ‘트진다’에 가까운 발음이 호쾌해 둘러싼 사람들 사이에 웃음이 퍼진다.


다대포는 부산의 바다 중에서도 서핑 마니아의 성지와 같은 곳. 해역이 굉장히 너른 데다 서핑 구역에 대한 제한도 없다. 부드럽게 떠밀어주는 파도의 품질도 발군이다. 특히 여름이면 거의 매일 보드를 탈 수 있다. 오늘처럼 드물게 파도가 잘 들지 않는 며칠을 제외하면 말이다. “내일은 엄청날 거예요. 서퍼 모두 내일 아침만 벼르고 있죠. 저희도 2시간 정도 일찍 문을 열 예정이고요.” 시침 뚝 뗀 채 잔잔한 바다를 보며 강민석 대표가 아쉽다는 듯 말한다. 서핑은 파도가 좋은 날 해야 한다는 걸 배정남도 모르지 않겠지만 아무튼 그의 휴일은 오늘 하루뿐이다. 바다 끝머리에 발을 담가보던 그는 강민석 대표에게 답하듯 말한다. 괜찮다고. 사실 딱히 파도를 타려고 온 건 아니라고. “실은 제가 서핑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거든요. 바다에 빠져서 물 먹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 괜히 격한 운동을 하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촬영 예정인 작품에 폐를 끼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수영을 더 좋아해요. 보드는 일종의 핑계인 거죠.”



미술 전시 관람

am 11:00 _ 을숙도

(좌)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 중인 배정남. (우) <마음현상: 나와 마주하기>는 관객 참여형 전시로, 배정남이 작품 내부에 소중한 사람의 이름을 써넣고 있다. ⓒ 최남용


대다수 관광객에게 부산은 부산역을 등지고 나왔을 때 오른쪽으로 쭉 뻗은 형태의 도시다. 서면, 광안리, 해운대, 기장까지. 그 반대편인 ‘서부산’은 외지인이 좀처럼 접할 기회가 없는 지역이다. 아니, 그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근 몇 년 간 사하구 인근이 개발되면서부터 서부산이 현지인 사이에서 ‘힐링 여행지’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2018년 여름께 들어선 부산현대미술관도 이런 흐름의 주역 중 하나. 다대포에서 오전 나절을 보낸 후 곧장 강변대로를 타고 을숙도로 들어와 미술관을 찾는다.


“부산 시장님께서 추천하셨어요. 꼭 한번 들러보라고 말이죠. 처음에는 본인이 진행한 프로젝트라 그러시려나 했는데, 몇 번이나 당부하시니 궁금해지더라고요.” 배정남이 글로 빼곡히 채워진 벽면을 향해 걸으며 말한다. 글의 내용은 일상과 예술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들. 그는 공중에 매달린 헤드폰을 쓰고 주위 시선에 아랑곳없이 작품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는 <마음현상: 나와 마주하기>다. 인사차 나온 미술관 관장이 오픈을 며칠 앞둔 전시도 미리 둘러보겠느냐고 권했지만 배정남은 웃으며 사양할 뿐이었다. 그의 휴일에는 미술관을 찾아 우연히 마주친 전시를 차분히 돌아보는 일상적 경험이 더 와닿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스스로와 마주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는 이 작품들이 그에게 한층 더 영감을 안겨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해외여행을 할 때에도 미술관은 꼭 들르려고 해요. 잘 알지 못해도 작품을 보면 그냥 그 자체로 재미 있잖아요. 패션이나 스타일에 대한 영감을 받을 때도 많고 말이죠.” 배정남이 헤드폰을 내려놓으며 말한다. 연기에도 영감을 끼치느냐고 묻자 그는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다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답한다. 여지를 남기듯, “뭐 어쩌면” 하는 말을 덧붙이며.



드라이브

pm 01:00 _ 산복도로

산복도로를 드라이브 중인 배정남. ⓒ 최남용


부산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를 논하자면 십중팔구는 광안대교나 해운대 달맞이길을 꼽을 터. 하지만 부산 토박이의 사랑을 받는 곳은 따로 있다. 산 위 곳곳의 동네를 연결하며 이어지는 산 중턱의 도로, 산복도로다. 해안까지 산지가 이어진 부산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도로 위에서 밀집한 도심과 바다를 한눈에 내려볼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이 좁고 험난한 길을 부산 사람 모두가 좋아하는 건 아니나, 적어도 배정남은 부산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여긴다. “언뜻 브라질에 온 듯 이국적인 느낌이 나잖아요. 재미있는 게 많기도 하고요. 가다 보면 경사가 하도 가팔라서 옥상이 주차장인 건물도 만날 수 있어요. 어디서 또 이런 풍경을 보겠어요?”


천마산로를 오르던 차가 갓길에 멈춘다. 아미동과 초장동 사이의 언덕배기다. 한쪽에 하늘산책로와 거리 미술이 조성되어 있으나 배정남의 모습을 보니 산책이나 구경을 하려 차를 세운 건 아닌 듯하다. 다만 차도 옆 난간에 기대어 부산 시내를 눈에 담을 뿐. 가까이는 부평동의 아기자기한 건물부터 멀리 부산 민주공원의 충혼탑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산복도로가 좋은 게, 일단 예쁘잖아요. 바다도 보이고 건물들도 알록달록하고.” 배정남이 먼 곳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한다. 직접 당도하니 미처 언급하지 않은 매력이 생각났다는 투로. 산복도로에서는 아무리 갓길에 차를 세웠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자동차의 통행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 부산에 오면 늘 산복도로를 찾는다는 배정남도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기에, 채 몇 분 지나기도 전에 “가시죠” 하며 발길을 돌린다.


천마산로 하늘산책로 인근에서 볼 수 있는 부산 시내 전경. ⓒ 최남용





배정남의 당일치기 부산 여행 영상으로 만나보기 ↓↓






글. 오성윤 사진. 최남용


오성윤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다. 사진가 최남용과 함께 배정남의 부산 휴가를 뒤쫓았으며, 바 모티에 본인의 휴가 때에도 오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그때는 푸지게 한번 마셔보겠다는 약속도.





'배정남의 당일치기 부산 여행'에 이어진 이야기

▶ 배정남의 당일치기 부산 여행 pt.2 - 저녁나절의 부산 중부

▶ 배정남이 알려주는 부산 당일치기 여행 추천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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