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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Dec 03. 2015

특별한 연말을 위한 장소 10곳

10 Places for Year-End Holidays

꼭 멀리 떠나지 않아도 좋다최고의 음향 시설을 갖춘 음악 문화 공간과 도심 한복판의 럭셔리 호텔원스톱 쇼핑 명소프라이빗 파티 플레이스까지특별한 연말을 위한 장소 10곳을 소개한다.


Music Hall

1. 음악이 있는 풍경

© 스트라디움/AHN WOONG-CHUL


헤드폰 너머로 빌리 조엘(Billy Joel)의 ‘피아노 맨(Piano Man)’이 흘러나온다. 음향 기기의 볼륨을 한껏 올리자 다음 순간, 마치 다른 공간에 와 있는 듯 외부와 완벽하게 단절된다. 지난 10월, 서울 이태원에 개관한 스트라디움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다. 온종일 음악을 듣는 행위,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곳.


건물 전면을 1만 개의 나무 벽돌로 채운 모노톤 외관은 중후하면서도 진지하다. 그렇다고 겉멋만 잔뜩 들어 폼을 잡거나 방문객을 주눅 들게 만드는 위압적 분위기는 결코 아니다. 그와 반대로 음악이 주는 기쁨 앞에서 극진한 예의를 갖춘 느낌. 실내로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사운드 갤러리는 이 공간의 순수성을 보여준다. 한쪽 벽면엔 음악을 향한 수많은 고백이, 맞은편 벽면엔 고음질 음원 플레이어 아스텔앤컨(Astell&Kern) 15대가 걸려 있다. 물론, 이건 몸풀기에 불과하다. 1층만 내려가면 서가 사이에 파묻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사운드 알코브와 2개의 뮤직룸이 등장한다. 뮤직룸의 문을 살짝 열어보니 어둑한 방 안에선 단 1명의 관객을 위해 뮤직 큐레이터의 해설이 진행 중이다.


2층과 3층에 자리한 녹음 스튜디오는 런던의 애비 로드 스튜디오(Abbey Road Studio)를 비롯해 세계적 레코딩 스튜디오를 설계한 샘 토요시마(Sam Toyoshima)의 작품으로, 소규모 공연장을 겸한다. ‘Listen & Talk’라는 타이틀 아래 연주회, 토크 콘서트, 해설이 있는 음악 감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한 달에 두 번, 정기적으로 열리는 <김태훈의 ‘듣다’>는 스트라디움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공연이다. 해설자와 관객이 마주 앉아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격식 없는 자리지만, 음악 한 곡에 쏟는 정성은 상상 이상. 조명이 모두 꺼진 녹음 스튜디오에서 음악이 울려 퍼지는 단 몇 분 동안 최선을 다해 음악을 듣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불이 켜진 뒤,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던진 이 한 마디보다 더 적합한 표현은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죽이지 않나요?”


 스트라디움 
입장료 1만 원(4층 루프톱 카페 음료 포함),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51, 02-3019-7500, stradeum.com


Spa

2. 여행과 일상, 예술의 만남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 임학현

반얀트리 스파에 머무는 내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한 가지를 꼽으라면, 주저 앉고 ‘향기’라고 답하겠다. 어느 스파 시설이라고 좋은 향이 나지 않겠냐 마는, 이곳에는 미묘하게 다른 무언가가 있다. 사방에 은은하게 퍼져 있는 향은 전혀 과하다거나 인공적이지 않아, 트리트먼트 룸에 들어선 지 십여 분이 지나서 이를 감지하고 감탄하게 된다. 마치 자연이 뿜어내는 내음처럼 말이다. 반얀트리 스파의 철학은 이 향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화학 성분이 포함된 코스메틱 제품과 기계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반얀트리 스파의 특징이에요. 오직 천연 재료와 사람의 손에 의존하죠.” 반얀트리 스파 앤 서울(Banyan Tree Club & Spa Seoul)의 홍보 담당자가 덧붙인다. 


수목이 우거진 남산 자락에 자리 잡은 반얀트리 스파 앤 서울은 도심 속 오아시스라 부르기에 손색없는 곳이다. 특히 이곳에서도 클럽동에 위치한 스파 시설은 고요 그 자체. 소규모 갤러리 겸 숍이 딸린 스파 리셉션을 지나면 낮은 조도의 조명이 깔린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11개의 트리트먼트 룸이 나온다. 반얀트리 스파는 전 세계 67개 시설에서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테라피스트 또한 푸켓에 위치한 반얀트리 스파 아카데미에서 전문 교육 과정을 수료한 이들. 다시 말해, 언젠가 동남아시아의 반얀트리 시설에서 경험하고 감탄했을 마사지를 이곳 서울에서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반얀트리 스파의 시그너처 메뉴인 발리니스를 포함해 아시아 블랜드, 핫스톤지, 스웨디시 등 10여 종류의 마사지 프로그램을 선보이는데, 최근에는 강한 압을 선호하는 한국인 취향을 반영해 ‘한국식 스파 트리트먼트’가 추가했다. 1~2시간짜리 스파 코스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면 ‘반얀데이’를 선택해보자.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총 360분 트리트먼트와 30분 원기 회복 시간으로 이루어진 1일 스파 프로그램. 건강 식단으로 구성된 점심 식사도 포함돼 있어 한 해의 묵은 피로를 남김 없이 털어낼 수 있을 것이다. 완벽한 리프레시를 위한 한 가지 팁이라면, 클럽동을 나서기 전 같은 층에 위치한 몽상클레르(Mont St. Clair)에 들를 것. 가벼워진 몸과 마음에 달콤한 기운을 불어넣어줄 케이크 한 조각이 더해지면 더 이상 부러울 것 없을 테니까.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발리니스 마사지 20만 원부터(60분), 10am~10pm, 02-2250-8115, banyantreeclub.com


Hotel

3. 호텔에서의 완벽한 하루

포시즌스 호텔 서울 © 임학현


“아, 호텔 방에 쳐 박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따금 우리는 호텔에서의 하룻밤을 꿈꾼다. 그저 집이 아니라 다른 곳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여행 못지 않은 해방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 게다가 그곳이 내가 사는 도시에 있는, 수시로 스쳐 지나던 어느 건물이라면, 그건 꽤나 이색적인 경험이기도 하다. 10월에 오픈한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 발을 들이면서 묘한 기분이 드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분명 늘 지나다니던 길이고 눈에 익을 대로 익은 풍경인데, 묘하게 낯선 느낌이다. 은은한 조명 탓일까? 로비의 통유리창 너머로 바라본 해 질 녘 광화문 거리는 심지어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몇 년 전 한 포시즌스 호텔 관계자를 만나 서울엔 언제쯤 포시즌스 호텔이 들어설 지 물은 적이 있다. 그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최적의 위치를 찾고 있어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우리도 기다리고 있죠!”  결국 포시즌스가 찾던 최적의 장소는 광화문 한복판이었던 것. 이곳이 외국인 여행자에게 매력적인 위치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지만, 현지인마저도 서울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만드는 걸 보니 장고(長考)의 이유가 납득이 간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 임학현

군더더기 없이 모던한 객실은 서울 시내 특급 호텔 중 가장 널찍한 규모로, 경복궁과 N 서울타워, 청계천,인왕산 등 창밖으로 펼쳐지는 도심 풍경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호텔 내에 자리한 1920년대 상하이를 콘셉트로 한 중식당 유유안(Yu Yuan), 미슐랭 가이드 스타 셰프가 이끄는 일식당 키오쿠(Kioku),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칼리노(Boccalino)와 뷔페 레스토랑 더 마켓 키친(The Market Kitchen)에선 수준 높은 미식을 경험할 수 있다. 식사 전 바 보칼리노(Bar Boccalino)에 들러 식전주를 마시고, 식후엔 로비 라운지 마루(Maru)나 바로 옆 컨펙션스 바이 포시즌스(Confections by Four Seasons)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것도 잊지 말자. 하루의 마무리로는 지하 1층에 은밀하게 숨어 있는 찰스 H.(Charles H.)에서 칵테일 한잔이 제격. 미국 금주법 시대의 스피크이지를 테마로 꾸민 이 멋스러운 공간 안에 들어오면 이곳이 서울인지, 뉴욕인지 착각이 들지도 모른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죄책감이 들 땐 실내수영장이나 피트니스, 인도어 골프 시설을 이용해도 좋겠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따위를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 한 가지 단점이라면 하루가 너무 짧게 느껴진다는 사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44만5,000원부터,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97, 02-6388-5000, fourseasons.com/kr/seoul


Library

4. 도서관으로 떠나는 여행

©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타다닥, 타다닥. 벽면에 걸린 수동식 비행기 출도착 안내판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행선지를 바꾼다. 청담동에 위치한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이 아날로그식 장치 하나로 손쉬운 마법을 부린다. 분명 도서관에 왔는데 마음은 어느 새 공항. 입구 한쪽에 마련된 아담한 숍에선 일러스트 지도, 포켓 가이드북, 알록달록한 필기구와 자물쇠 등 각종 소품이 여행의 욕구를 자극한다. 자, 이제 이 설렘과 흥분을 안고 도서관 정복에 나서자. 


럭셔리 쇼핑 명소로 통하는 청담동과 여행 전문 도서관. 이 둘은 딱 봐도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했다. 여행을 통해 뜻밖의 발견을 경험하고 우연한 영감을 얻는 것처럼 익숙한 일상 속에서 새로운 여행을 꿈꾸길 제안하는 공간. 그런 이유로 과감하게 소비와 변화의 중심지에서 닻을 내린 것이다. 탁 트인 복층 형태의 내부로 들어서면 사방의 벽과 천장을 가득 메운 책장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역별·테마별로 구분한 1만5,000여 권의 도서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지고, 매월 주제를 정해 여행에 어울리는 책을 전시한다. 속내를 한번에 다 드러내지 않는 구조 또한 인상적.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계단이 등장하고, 그 너머로 널찍한 테이블이 놓인 북 카페와 야외 테라스가 이어지고, 1층과 2층 혹은 책장 사이사이 틈새를 활용한 공간이 등장하는 식이다. 나지막한 천장 아래 책의 동굴을 형상화한 2층 서가에는 구글 어스를 통해 가상 체험을 할 수 있는 플레이 룸이 숨어 있다. 여기에 곡선 대신 직선을 택한 설계와 높이가 서로 다른 천장, 편리성을 포기한 동선까지. 라이브러리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동안 모험심을 발휘하지 않고선 못 배길 것이다.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현대카드 회원 본인 및 동반 1인 무료, 화~토요일 12pm~9pm, 일요일 11am~6pm,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152길 18, library.hyundaicard.com/travel


Temple

5. 나를 돌아보는 시간

범어사 © TEMPLESTAY, LEE HAN-KOO


부산시와 양산시의 경계에 걸쳐 있는 금정산(金井山). 금빛 우물이 있다는 이 산에 그 물에서 놀았다는 물고기를 기리는 사찰 범어사(梵魚寺)가 있다.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본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수도자나 불자가 아닌 이도 한번쯤 시도해볼 만한 일이 아닌가? 게다가 범어사와 같은 도심 속 사찰은 굳이 큰 맘을 먹지 않아도 얼마든지 방문할 수 있으니 부담도 없다. 지하철 범어사역에서 3.5킬로미터 떨어진 일주문 코 앞까지 버스가 다니고, 1시간 정도 산책 삼아 걸어도 되니 지나는 길에 혹은 여행 중에 잠시 들러도 좋겠다. 


지척인 바깥 세상과 경내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일주문이다. 늘씬한 기둥 2개를 세운 보통의 일주문과 달리 두툼한 돌기둥 4개 위에 맞배지붕까지 얻은 묵직한 조계문(曹溪門)이 객을 맞는다. 천왕문과 불이문을 차례로 지나면 범어사의 주요 법회 의식이 치러지는 보제루(普濟樓)가, 그 너머에는 돌계단 위에 우뚝 서 있는 대웅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범어사는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 10대 사찰 중 하나로, 임진왜란 때 화제로 모두 소실되기 전까지 번영을 누렸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경내 건물은 17세기에서 18세기초 사이에 중건한 것. 조계문과 대웅전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참선을 중시하는 선찰대본산(禪刹大本山)답게 범어사는 템플스테이 역시 이에 중점을 둔다. 불교 문화 체험, 선요가 수행, 휴식, 산행 등 테마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연말에는 ‘휴휴 템플스테이’에 집중한다. 아침·저녁 공양과 예불, 108배 서원주 만들기, 발우공양 등 스님과의 대화를 제외하면 특별한 일정이 없어 사색과 명상을 즐기며 차분한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하다. 시간이 된다면 일주문 옆 계곡을 따라 등나무 500여 그루가 이룬 야생의 숲도 그냥 지나치지 말자. 생명의 기운이 잠시 숨을 돌리는 고즈넉한 겨울 숲길에서 또 다른 깨달음을 얻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범어사 
휴휴 템플스테이(주말) 7만 원, 부산광역시 금정구 범어사로 250, 051-508-5726, beomeo.kr


Café & Bookshop

6. 여행과 일상, 예술의 만남

도시여행자 © 임학현

‘삶은 여행’이라는 모토를 내 건 카페가 있다. 아니, 서점이자 갤러리. 그도 아니면 여행자를 위한 사랑방이라 해도 무방한 곳. 대전의 원도심에 가면 카페 겸 서점 도시여행자가 기다린다. 여행을 좋아하는 두 남녀가 옛 것과 새 것이 공존하는 대흥동 거리에 매력을 느껴 평소 꿈꾸던 공간을 이곳 거리에 손수 일궜다. 도시여행자에는 각종 여행 서적과 독립출판물이 있고, 주인장이 여행과 일상 속에서 수집한 물건도 있다. ‘우유니 딸기 사막’ ‘노란 잠수함’ 같은 작명 센스가 돋보이는 음료를 마시며 대전 여행에 관한 정보도 얻을 수 있고, 음악, 축구, 백패킹 등 다양한 주제로 소모임도 열린다. “일상 속에서 소중한 가치를 놓치지 않고 살고 싶다”는 박은영 대표의 말처럼 53제곱미터 남짓한 2층 건물 안에서만큼은 여행하듯 사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그간 공연, 영화, 잡지 등 다방면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박 대표는 지역 청년과 함께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기획·운영한다. 12월이 가기 전에 꼭 도시여행자를 만나러 가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여행 페스티벌 <시타, 페스타!> 때문이다. 10월부터 3개월 동안 이어진 축제의 큰 주제는 여행과 삶과 예술.앞선 2달 동안 책을 테마로 한 강연회와 여러 뮤지션의 공연이 있었고, 마지막 12월에는 각각 ‘도시의 공존’과 ‘도시의 순간’을 화두로 한 강연과 영화 상영회가 열려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통영에 기반을 둔 출판사 ‘남해의 봄날’ 정은영 대표와 ‘국경 없는 기자회’의 한국 통신원 김혜경 기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 도시여행자 
강연 참가비 1만2,000원(예매 시 1만 원, 음료 1잔 포함), 월~금요일 12pm~10pm, 토·일요일 1pm~9pm, 대전시 중구 보문로 260번길 17, citytraveller.co.kr


Brewery

7. 맥주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 KOREA CRAFT BREWERY CO.


연말이라고 꼭 흥청망청 마시고 취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진정한 애주가라면, 이번 기회에 브루어리 투어를 떠나보길 추천한다. 술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알코올에 취하는지 분위기에 취하는지 모르고 술을 들이킬 때는 결코 알 수 없는 진짜 ‘음주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목적지는 물맛 좋은 충북 음성. 작년 가을, 원남산업단지 내에 문을 연 수제 맥주 양조양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다. 멋스러운 빨간 벽돌 건물은 국내 최초로 탭 룸(Tap Room)을 갖췄고,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덕에 이 외딴 곳까지 일반인을 끌어들인다. 이왕이면 1달에 두 번, 소규모로 진행하는 비어 긱 투어(Beer Geek Tour)를 선택하자. 드라이 존, 핫 존, 콜드 존의 세 구역으로 나뉜 공장을 차례로 둘러보며 몰트를 으깨는 것부터 발효와 숙성까지 맥주 제조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그것도 헤드 브루마스터 마크 헤이먼(Mark Hamon)과 함께. 숙성실 맥주 탱크에서 갓 뽑은 신선한 생맥주 1잔은 이 투어의 하이라이트다. 모든 코스가 끝난 뒤에는 탭 룸에서 생맥주 1잔을 더 마실 수 있는데,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단 하나를 고르는 것이 고문처럼 느껴진다면 푸어링 티켓(Pouring Ticket)을 구매하면 된다. 2시간 동안 탭 룸에서 제공하는 생맥주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으니 대신 시간과의 싸움을 각오할 것. 귀가길이 걱정인 이라면 유 드링크 위 드라이브(You Drink, We Drive) 프로그램을 이용하시라. KCB 비어 버스를 타고 서울과 음성을 오가는 KCB 비어 버스 당일 투어다.


ⓘ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비어 긱 투어 5만 원, 유 드링크 위 드라이브 4만 원, 충청북도 음성군 원남면 원남산단로 97번지, 043-927-2600, koreacraftbrewery.com


Track

8. 질주 본능을 깨워라

BMW 드라이빙 센터 © 임학현

“끼이익~!” 질주하던 차량이 굉음과 함께 멈춰 선다. 이곳은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근방에 위치한 BMW드라이빙 센터. 성능 좋은 BMW 혹은 MINI 차량을 타고 커브 구간만 17개에 달하는 2.6킬로미터 길이의 트랙을 달릴 수 있는, 드라이버를 위한 해방구다. 총 6개 체험 프로그램 중 각자의 운전 능력과 성향에 맞게 고를 수 있는데, 처음 방문한 이라면 80분 동안 이론 교육과 실전 주행을 체험하는 ‘챌린지 A’ 프로그램이 알맞다. 


“그 동안의 운전 습관은 버리세요. 양 손으로 핸들의 3시와 9시 방향을 붙잡고 최대한 몸 쪽으로 끌어당겨야 트랙에서 보다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습니다.” BMW 328i M 스포츠 패키지 차량에 탑승한 뒤, 다목적 코스에서 인스트럭터의 설명대로 급제동과 코너링을 차근차근 연습해본다. 본격적으로 메인 트랙에 진입하면 제 아무리 베테랑 드라이버일지라도 긴장되게 마련. 처음 2바퀴는 인스트럭터의 지시에 따라 트랙을 파악하는 시간이다. 트랙이 서서히 눈에 들어올 즈음, 속도를 올려 질주 본능을 발휘해보자. 먼저 직선 구간을 따라 힘차게 액셀을 밟아 엔진의 rpm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커브 구간에서는 코너 끝 지점에 시선을 고정한 뒤 핸들을 좌우로 과감하게 튼다. 레이싱 대회처럼 다른 차량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아슬아슬한 경주를 벌이는 것은 아니지만, 트랙을 마음껏 누비는 사이 짜릿한 쾌감이 온 몸으로 밀려온다. “오늘의 드라이빙은 센터 밖으로 나가는 순간, 모두 잊으셔야 합니다. 실제 도로에서 그렇게 달리면 큰 일 나니까요.” 살짝 어지러움을 느끼며 차에서 내리자 인스트럭터는 마지막 주의 사항을 건넨다.    


BMW 드라이빙 센터는 드라이빙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운전에 능숙하지 않는 이라면 전문 드라이빙 인스트럭터가 트랙 위에서 직접 시연하는 ‘M택시’에 동승해 짜릿한 질주를 공감할 수 있다. 센터 내에는 현재 BMW에서 출시한 모든 차량을 전시한 쇼룸과 1929년부터 이어 온 BMW의 클래식 차량을 소개하는 갤러리, BMW와 MINI 테마의 소품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숍, 트랙이 시원하게 내다보이는 레스토랑까지 갖췄다. 아이들이 직접 자동차의 원리를 보고 듣고 만지며 배우는 주니어 캠퍼스도 인기 프로그램.누구와 함께 방문하든 흥미진진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 BMW 드라이빙 센터 
챌린지 프로그램 6만 원부터, 인천 중구 공항동로 136, bmw-driving-center.co.kr


Mall

9. 원스톱 쇼핑의 피할 수 없는 매력

이케아 광명점 © 임학현

올해 가장 뜨겁게 떠오른 서울 쇼핑 명소는 어디일까? KTX 기차역을 중심으로 이케아(IKEA)와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코스트코까지 덩치 큰 쇼핑 매장 3개가 모여 있는 광명. 스케일로 보나, 접근성과 편의성으로 보나, 현재까진 이 도시를 뛰어넘을 만한 곳이 딱히 없어 보인다.


작년 12월, 이케아(IKEA) 광명점은 새로운 쇼핑 트렌드를 예고했다. 합리적 가격대와 실용성을 내세운 스웨덴 브랜드의 국내 첫 진출이자, 가구와 인테리어를 총 망라한 대규모 쇼핑 공간의 등장이었기 때문.많은 사람이 단순히 제품 구입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 주거 공간을 재현한 쇼룸에서 아이디어를 얻고,레스토랑에서 미트볼과 연어 라자냐 등을 스웨덴 음식을 맛보기 위해 이케아를 찾는다. 한 발 더 나아가 건물 5층에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광명점으로 연결되는 것도 상당한 이점이다. 알고 보면 이케아보다 먼저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이 스타트를 끊었다. 최초의 ‘도심형 프리미엄 아울렛’을 내세운 이곳은 310여 개의 패션 브랜드 매장은 물론, 하이마트와 롯데시네마, 옥상공원, 얼음썰매장, 키즈 카페 등 다양한 부대 시설을 갖춰 여느 복합 쇼핑몰을 능가한다. 부산 기장의 풍원장, 미사리의 밀빛초계국수 등 각 지역의 소문난 맛집이 입점해 있는 식당가는 이 일대에서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보기 드문 장소. 오픈 1주년을 맞은 이번 연말에는 풍성한 이벤트까지 마련돼 있다. KTX 광명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이 채 1킬로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으니 뚜벅이 쇼핑객도 부담 없이 도전해보자. 연말 선물과 휴식을 위해 언제든 지갑을 열 마음의 준비만 단단히 하면 될 듯.


 이케아 광명점 
10am~10pm(레스토랑 9:30am~9:30pm), 경기도 광명시 일직로 17, ikea.kr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광명점 
월~금요일 11am~9pm, 토·일요일 11am~10pm, store.lotteshopping.com


Party House

10. 잇츠 파티 타임!

이화루애 © PARK SANG-SOO, IHWARUAE/Z-LAB


얼마 전 주말, 이화동을 찾았다가 어마어마한 인파에 깜짝 놀랐다. 낙산공원 아래 자리한 이 동네는 최근 몇 년 사이 전국에서 가장 성공한 ‘벽화마을’이 된 듯하다. 큰 길가의 오래된 집 대부분은 카페나 상점으로 바뀌었고, 휴일이면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물밀 듯이 밀려든다. 그렇다고 지레 질려 이 동네를 등지진 말길. 좁은 골목을 따라 조금만 안쪽으로 혹은 위쪽으로 들어가면 바깥 소음에 아랑곳 않은 채 오래된 달동네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 


“주말을 제외하면 조용한 편이에요. 일대가 전부 주택이고, 주민의 70퍼센트 이상이 노인 분들이라 외부 유입 인구도 거의 없죠.” 이화루애를 지키는 장연학 매니저가 말한다. 이화동 언덕 한쪽에 자리한 이곳은2층짜리 적산가옥의 원형을 최대한 살려 오픈한 렌탈 하우스다. 크리에이터 그룹 지랩이 서산 제로플레이스, 동대문 창신기지, 제주 눈먼고래에 이어 진행한 네 번째 프로젝트로, 변화와 보존 사이에서 균형 잡는 법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 수십 년 동안 증축해온 집의 원형을 그대로 살린 공간은 안팎 할 것 없이 흥미롭다. 그중에서도 1층을 통째로 차지한 오픈 키친은 단연 돋보인다. 최대 10명이 앉을 수 있는 널찍한 테이블부터 드롱기 아이코나 빈티지 토스터기와 커피포트 등 각종 조리 도구와 식기까지 프라이빗 파티를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갖췄다. 식탁 위에 음식과 와인이 오르고, 마주한 창문 너머로 펼쳐질 해 질 녘 이화동 골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진다. 마음 맞는 이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히 기분 좋지만, 시간이 켜켜이 쌓인 특별한 공간에서라면 더욱 훈훈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매니저가 귀띔한 바로는 연말 시즌 예약이 꽤 진행된 상황이라고 하니 서두르자. 12월 31일은 이미 2달 전에 예약이 마감됐다고. 


 이화루애 
40만 원부터(숙박은 최대 6인까지), 서울시 종로구 낙산성곽서길 107-32, ihwaruae.com


 표영소, 고현 · 사진 임학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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