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리플래닛이 선정한 2020년에 떠나야 할 최고의 도시 10곳.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아일랜드 골웨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 론리플래닛이 선정한 2020년에 떠나야 할 최고의 도시 10곳.
잘츠부르크 페스티벌(Salzburg Festival) 100주년을 앞두고 알프스 자락의 낭만적인 도시가 떠들썩하다.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는 이 클래식 음악 축제에서는 언제나 오페라와 고전 음악, 연극 공연이 다채롭게 열리는데, 2020년은 역대 가장 성대한 예술의 장이 될 것이다. 100주년을 맞이해 역사 지구 전역에서 특별 전시와 여러 행사가 진행되면 콘서트와 연극, 낭독회, 모차르트 마티네 등 원하는 건 무엇이든 관람할 수 있다. 늘 그렇듯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극작가 휴고 폰 호프만슈탈(Hugo von Hofmannsthal)의 희곡 <예더만>. 이 작품은 돔플라츠에서 최고의 공연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그러니 일찌감치 표를 예매하고 격식 있는 옷을 챙겨 잘츠부르크의 여름을 준비하자.
여성 투표권을 보장한 수정 헌법 제19조가 비준 100주년을 맞이하는 2020년 워싱턴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 국립 초상화 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 국립 미국사 박물관(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국립 여성 예술가 박물관(National Museum of Women in the Arts) 등 여러 장소에서 인권 운동사와 관련한 전시가 열리고, 여기에 대통령 선거의 열기까지 맞물리면 2020년 미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는 워싱턴이 될 것이다. 정치 이슈 외에도 수변 구역 재개발, 유명 박물관 개관, 호황을 맞은 음식 업계가 이곳의 새로운 부흥기를 알리고 있다. 게다가 지속가능성이 커다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친환경 도시의 모습을 갖춰나가는 중이다.
2018년 투탕카멘의 보물을 월드 투어로 떠나보낸 이집트는 파라오의 부장품을 해외로 반출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선언했다. 앞으로 고대 이집트의 금은보화를 보려면 카이로 기자 지구의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Grand Egyptian Museum)으로 가야 한다. 2020년, 이 최첨단 박물관이 드디어 문을 연다. 물론 그간 일정이 계속 지연된 걸 보면 개관 여부는 신의 뜻에 달린 듯 하지만. 문명을 다루는 전시관 중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이곳에서 경이로운 소장품을 감상하자. 기자에 개장한 스핑크스 공항(Sphinx Airport)에서 국내선 운항을 시작했으니 홍해와 룩소르(Luxor)를 찾는 휴가객도 피라미드와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을 어렵지 않게 방문할 수 있다.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골웨이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임이 틀림없다. 펍은 라이브 음악으로 들썩거리고, 카페에서는 버스커의 공연을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2020년 골웨이가 유럽 문화 수도(European Capital of Culture)로 선정된 것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면 창의적 에너지가 더욱 솟을 것이다. 축제 일정표는 손님이 바글거리는 토요일 밤의 바처럼 빽빽하게 채워졌다. 거리 행사, 라이브 아트, 디지털 아트는 물론 세계 정상급 음악과 연극, 춤판을 기대해도 좋다. 버스커들도 밤 늦게까지 공연할 예정이니 잠은 잠시 미뤄둬야 할지도 모른다. 활기와 상상력으로 가득할 골웨이에서 2020년 한 해 동안 파티를 즐겨보자.
과거 서독의 수도였던 본은 1990년 베를린이 통일 독일의 수도가 되고부터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이해 이 도시가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독주자, 사이먼 래틀 경(Sir Simon Rattle)이나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 같은 지휘자의 공연이 1년 내내 끊이지 않을 예정이다. 그 밖에도 베토벤의 천재적 음악성을 주제로 한 전시와 경연 대회를 선보이고, 야외 연주회와 현지 음악가의 집에서 여는 홈 콘서트도 준비된다. 본 극장(Theater Bonn)은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 작품 <피델리오>를 상연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의 케이블카 시스템을 따라 도시 위를 미끄러지듯 오가는 캡슐 모양의 케이블카는 라파스의 새로운 야망을 상징한다. 2014년에 3개뿐이었던 케이블카 노선은 2020년 11개까지 증설될 예정. 케이블카 아래로 보이는 도시는 칙칙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빛나는 미래를 향해 질주 중이다. 라파스에서는 대담한 건축가부터 요리 학교를 갓 졸업한 새내기 요리사까지 모두가 흥한다. 아이디어를 빌려오거나 세계적인 흐름을 좇아온 게 아니라 그들의 뿌리인 원주민을 향한 자긍심을 되살린 덕분이다. 볼리비아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일이 볼리비아가 독립한 지 20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야 드디어 인정받게 되었다.
인도 남부의 한가로운 도시 코치가 마침내 빛을 보고 있다. 케랄라주의 말라바르 해안(Malabar Coast)에 접한 코치는 최근 몇 년 새 재생 에너지 분야의 모범 사례로 등극했다. 세계 최초로 태양 에너지만 사용하는 공항을 열어 유엔 지구환경대상을 수상한 것.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보헤미안 스타일 카페, 여유로운 분위기의 식민지 시대풍 뒷골목에 숨은 홈스테이 숙소, 아트 갤러리가 수없이 많은 코치는 문화유산을 그대로 품은 채 새로 발견한 멋을 열심히 뽐내고 있다. 2020년에 열릴 코치-무지리스 비엔날레(Kochi-Muziris Biennale)에서 시내 곳곳을 장식한 거리 예술을 전면에 내세워 현대미술 축제의 본고장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듯하다.
태평양의 푸른 바다와 노스 쇼어의 산봉우리 사이에 당당하게 끼어 있는 이 자연의 놀이터는 그린피스(Greenpeace)가 탄생한 곳답게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장서서 노력해왔다. 여행자는 밴쿠버가 다년간 실행한 친환경 도시 2020 사업 계획(Greenest City 2020 Action Plan) 덕분에 더욱 깨끗한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된 셈이다. 해변과 강가를 따라 난 28킬로미터 구간을 포함해 길게 뻗은 자전거 도로와 도보 여행로를 누비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대중교통으로 여러 명소를 편하게 둘러보자. 2010년부터 꾸준히 심은 10만 2,000그루의 나무가 우거진 그늘에서 그저 쉬기만 해도 좋다.
미래는 지금 두바이에 있다. 최고가 되기를 열망하는 아랍에미리트가 준비 중인 초대형 프로젝트들이 2020년에 공개되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화제가 되는 소식은 6개월간 열릴 2020 세계 엑스포다. 190여 개 참여국은 각자 개성 있게 디자인한 파빌리온에서 지속가능성과 이동성 분야의 최신 기술(예를 들면 플라잉 카)을 선보일 예정이다. 차세대 신기술을 보여줄 미래 박물관(Museum of the Future)도 아랍어 캘리그래피로 장식한 눈 형상의 건물에 개관을 앞둔 상태다. 연안에서 3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인공 섬, 더 월드(The World)에 들어선 환상적인 유럽풍 리조트도 수중 환경과 만년설로 꾸민 객실 등 두바이 유일의 시설을 선보이며 손님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하다.
매력적인 신흥 도시 덴버가 마일 하이 시티(Mile High City)라는 별명에 걸맞게 예술, 미식, 도시 산업 성장에 힘입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산이 첩첩이 펼쳐진 지평선 곳곳에 건설 크레인이 올라오고 하루아침에 최신 호텔이 들어서는가 하면, 밀크 마켓(Milk Market) 같은 신진 푸드 홀에서 현지 식자재를 이용한 세계 요리를 선보인다. 예술가 그룹 미아우 울프(Meow Wolf)는 2021년 5,000만 달러를 들여 상설 전시관을 오픈하기에 앞서 덴버 중심부에 조성된 엘리치 가든 테마파크에 사이키델릭한 놀이 기구를 디자인했다. 한편, 커클랜드 미술관은 올슨 쿤딕(Olson Kundig)이 설계한 건물로 이전하면서 주요 명소가 다수 모인 골든 트라이앵글 크리에이티브 디스트릭트에 자리 잡았다.
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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