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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Apr 06. 2020

조승연 작가의 탐구생활

MEET

인문학 강사에서 스타 유튜버가 되기까지.
호기심을 원천 삼아 대중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조승연(@originvoca) 작가에게
일상과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조승연 작가 인터뷰 영상 ▶ https://youtu.be/R2EJB5uOn6U



ⓒ 오충석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제 삶의 최우선 순위는 ‘모빌리티’예요. 언제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삶을 갈망하죠. 그래서 작가의 길을 택한 건데, 그런 만큼 요즘의 상황이 좀 답답해요. 저는 세계화와 현지화의 반복으로 역사의 흐름을 바라보는데, 대체로 세계화가 꺾이고 현지화로 가는 계기가 전쟁 아니면 전염병이거든요. 지금의 시기가 지속되지 않아야 할 텐데, 저처럼 디지털 노마드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걱정스러운 시기죠. 


인문학자, 세계 문화 전문가, 강연자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는데, 본인의 직업을 규정한다면?
방송을 할 때마다 제작진이 저를 여러 직함으로 불러주는데, 저는 그냥 작가예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죠. 사실 작가의 작이 ‘지을 작(作)’이잖아요. 영어 그대로 번역하자면 크리에이터거든요. 워낙 인쇄의 시대 가 오래 지속돼 작가를 새로운 스토리를 전달하는 사람보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만 인식하게 된 거죠. 크리에이션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유튜브 방송을 하던, 종이에 무언가를 쓰던, 사진으로 담아내던 기본적으로 같은 직업이라 생각해요. 기존과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전 작가라는 직함이 마음에 듭니다.


유튜브 ‘조승연의 탐구생활’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사실 유튜브는 한국에 오자마자 시작했어요. 2013년에 개설했으니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붐이 일기 전이었죠. 당시 20편 정도 영상을 만들다가 별 반응이 없어 그만뒀어요. 그러다가 2018년부터 유튜브 얘기가 나오는데, 방송이나 강연 등으로 바빠서 다시 시작할 엄두를 못 냈죠. 일단 유튜브는 굉장히 시간 집약적인 일이잖아요. 방송은 몸만 움직이면 되지만, 유튜브는 아이디어 구상, 스크립트, 심지어 카메라와 조명까지 모두 소화해야 하기에 여러 기술을 익혀야 하죠. 제가 테크놀로지를 그리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스토리텔러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 이야기를 해야지 빈방에서 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게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 간 거죠.


콘텐츠 주제는 어떻게 선정하나요?
일단 제가 꽂히는 게 주제가 돼요. 여러 분야를 다루지만 기본적으로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비하인드 스토리죠. 영화에 관한 콘텐츠를 제작할 때면 전 영화에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얘기해요.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이야기하며 스토리와 조합했을 때 작품을 보다 재미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죠. 위스키를 예로 들자면 향이나 종류 같은 전문 지식은 저보다 잘 아는 분이 훨씬 많겠죠. 그래서 전 위스키에 관한 후설을 파고듭니다. 메인 스토리를 돋보이게 하는 비하인드 스토리. 그게 제 콘텐츠의 핵심입니다.


앞으로 다뤄보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방송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EBS의 <세계테마기행> 모로코 편이었어요. PD와 카메라 감독, 저 딱 셋이서 촬영을 떠났었죠. 현지인 코디네이터가 있긴 했는데, 그분이 미리 섭외를 하지 않은 탓에  정말 유튜브 촬영하듯 진행을 했어요. 가령 쿠스쿠스 요리를 촬영할 때는 생판 모르는 가정집 문을 두드리고 즉석에서 섭외하는 식이었죠. 정말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때처럼 해외에 나가 보다 생동감 넘치는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오스만제국에 관해 얘기를 하는데, 제 방보다는 아무래도 아야소피아 앞에서라면 깊이가 다르겠죠. 


뉴욕, 파리 등 다년간의 해외 유학 생활은 어땠나요?
우리가 초심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잖아요. 해외에 장기간 머물게 되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초심화가 돼요. 말도 더듬거리고, 길도 못 찾고, 심지어 지하철표도 제대로 끊지 못하죠. 성인으로서 익숙하게 해오던 모든 행동을 처음부터 리셋하는 생경한 경험을 하게 돼요. 그런 점에서 해외에 머물거나 여행하는 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체험이에요.


평소 언어 공부를 취미로 즐긴다고 들었습니다.
언어를 조금이라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정말 커요. 최소한 그 나라의 식당에서 현지어로 주문할 정도로만 공부해도 경험의 폭이 달라지죠. 요즘 스마트폰 번역 앱이 굉장히 잘 나오는데 서로 간단한 의미만 전달할 뿐, 현지인과 진정으로 소통하는 경험의 본질을 대체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취미도 있나요?

제가 취미를 갖는 계기는 단순해요. 보통 우연히 장비가 생겨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죠. 사이클링이 대표적인데, 형에게 산 중고 자전거가 계기였어요. 그러다 사이클링으로 알프스를 오를 만큼 단단히 빠진 인생의 취미가 됐죠.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카메라를 구입한 김에 사진도 배워봤고요. 저는 장비가 생기면 일단 모든 기능을 써봐야 해요. 자전거도 수만 킬로미터를 달려보고, 카메라도 모든 성능을 테스트해보죠.



일단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인가 봐요.

그런 편이죠. 특히 책을 읽기 시작해서 끝을 내지 않고 책장에 남겨두면 좀 찝찝해요. 몇 년이 걸리더라도 완독을 해야 마음이 놓이죠. 



여행 취향은 어떤 편인가요?

20대 때는 고대 문명의 흔적에 심취했어요. 그리스나 이탈리아, 스페인의 무너진 로마시대 잔해를 바라보는걸 무척 좋아했는데, 차츰 인간의 문명이 자연만큼 위대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죠. 아무리 거대한 성당도 사막의 모래 사구 한 줌보다 작으니까요. 최근에는 몸을 쓰는 일의 소중함도 알아가고 있어요. 여행의 궁극적 즐거움은 깨달음 같아요. 어딘가를 걸어보고, 차가운 물에 들어가볼 때의 느낌. 그럴 때 스스로에게 굉장히 많은 질문을 던지죠. 그런 깨달음이야말로 여행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해요.



작가님만의 여행 스타일이 있다면?

종이 지도를 보는 것요. 가급적 구글 맵은 안 쓰려고 해요. 일단 종이 지도는 외워야 해요. 길을 잃어도 대강 동서남북이 어딘지 방향을 익혀야 하니까요. 그렇게 이틀 정도 돌아다니면 그 동네에 대해 감을 잡게 되죠. 그러면 손을 주머니에 꽂고 머리를 들고 다닐 수 있어요. 여행의 즐거움은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손에 휴대폰이 없으니, 누군가와 마주치면 웃어주고, 흥미로운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이름을 물어보고, 공연을 초대하면 찾아가볼 수 있죠.



론리플래닛이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여행에 관한 생각도 궁금합니다.

문화의 지속성에 대해 늘 생각해요. 일례로 관광객으로서 돈을 사용하는 것이 그 나라의 경제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서요. 모로코에 갔을 때 원주민 부족이 관광객 근처만 배회하면서 팁을 받고 퇴근하는 모습을 보며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여행자의 사소한 행동 하나가 현지의 전통과 일상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고민이 필요해 보여요. 



앞으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나요?

코스타리카요. 요즘 기관지염을 심하게 앓고 있어서 고온다습한 지역에서 한 달 정도 머물러보고 싶어요. 열대우림의 방갈로에서 휴양을 해보고 싶은 로망도 있고요. 코스타리카의 플라밍고 비치(Flamingo Beach)를 사진으로 본 적이 있는데, 불그스레한 백사장과 바다의 모습이 굉장히 아름다웠어요. 아직 관광객이 그렇게 붐비지 않아 보이고, 물질주의에 염증을 느낀 히피들의 문화도 궁금해요. 



요즘 같은 시기엔 어떻게 여행을 경험해야 할까요?

최근 이탈리아의 박물관이 생각나곤 했는데, 마침 렘브란트 그림을 모사하는 인터넷 강의가 있어서 신청해봤어요. 그렇게 거장의 그림을 직접 그려보니 작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생기더군요. 또 지금은 그 나라를 위대하게 만든 문학 작품을 읽기에도 좋은 시기 같아요. 가령 프랑스 하면 빅토르 위고나 마르셀 프루스트를 떠올리는데 1,0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은 평소 엄두를 내지 못하잖아요. 요즘처럼 외출이 쉽지 않을 때는 이런 문학을 읽으며 여행을 대리 경험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장소 협조 연희동 백색소음 (@whitenoise_osteria)



글. 고현 사진. 오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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