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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Apr 08. 2020

집에서 이국을 여행하는 법 - Part 2

꾸미기로 여행하기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에디터와 여러 필진이
집 안에서 여행을 떠나는 갖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집에서 호텔 기분을 내는 방법과 홈캠핑 아이템, 취미 생활 플랫폼.






내 집에 체크인하기

침대 위에서 조식을 먹는 우지경 여행 작가. 이때 베드 트레이를 활용하면 호텔 룸서비스를 받는 기분을 낼 수 있다. ⓒ 오충석

갓 체크인한 호텔 방을 사랑한다. 반듯하게 정돈된 새하얀 침구와 욕실에 비치된 보송보송한 타월을 보면, 아무리 낯선 도시라도 ‘여기가 내 안식처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아늑한 호텔 로비에서 웰컴 드링크를 마시는 시간도 좋아한다. 비행기를 탑승할 때 다음으로 여행의 설렘이 증폭되는 순간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호텔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집 안 풍경에 넌더리가 나곤 했다. 그래서 야금야금 궁리했다. 호텔과 집의 간극을 좁힐 방법에 대하여.



먼저 욕실 수건부터 바꿔봤다. 답례품으로 받은 뒤 오래 써서 까실까실한 색색의 수건을 정리하고 도톰한 순백의 타월을 사이즈별로 샀다. 손 닦는 용도의 작은 핑거팁 타월(fingertip towel)은 바구니에 담아 세면대 곁에 두고, 얼굴을 닦는 핸드 타월은 동그랗게 말아 개고, 목욕 후 몸을 휘감을 만큼 큰 배스 타월은 샤워 부스에 걸었다. 내친김에 배스 트레이와 목욕 가운도 장만했다.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아 입욕제를 푼 후 핀란드 여행에서 사 온 이딸라 울티마 툴레(iittala Ultima Thule) 유리잔에 화이트 와인을 찰랑찰랑 따라 배스 트레이에 올리면 목욕 준비 끝. 욕조 주위에 식물까지 두면 휴양지 리조트에서 즐기는 스파가 부럽지 않다.


다음 차례로 침실 이부자리 개편에 들어갔다. 호텔식 침구를 활용하면 가구를 바꾸지 않아도 호텔 분위기가 난다. 베개는 4개 이상 있으면 좋고, 침구는 꼭 화이트가 아니어도 괜찮다. 다만 매트리스 커버부터, 패드, 이불을 비슷한 컬러와 소재로 통일하는 게 중요하다. 이불 속과 커버가 분리되는 듀베이(duvet)는 관리가 귀찮아 커버가 따로 없는 콤포터(comforter) 제품을 택했다. 침대 아래쪽에 여름에 쓰던 모달 와플 담요를 쓱 깔았더니, 베드 러너(bed runner) 같기도 하다. 가끔은 부엌에서 잠자는 베드 트레이를 꺼내 호텔식 침구를 완성한 침대 위에서 조식을 먹는다. 크루아상에 커피, 딸기 몇 알이면 호텔 룸서비스를 받는 기분을 낼 수 있으니까.



여행지에서 사 온 빈티지 잔이나 소품으로 꾸민 책장. ⓒ 오충석

거실에는 TV를 없애고 책장 겸 거실장과 넉넉한 패브릭 소파, 1인용 스윙 체어, 곡선이 부드러운 조명과 식물을 적절히 배치해 북유럽의 어느 부티크 호텔 로비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거실 역시 쿠션과 러그의 톤과 소재를 맞추는 데 신경 썼다.



여기에 집에 밴 생활의 냄새를 지우기 위해선 베이킹 소다와 구연산을 활용한 과학적인 청소는 기본이요, 디퓨저와 향초는 옵션이다. 나는 공간별로 다른 디퓨저와 향초를 써서 바이러스만큼이나 독한 냄새를 기선 제압하기로 했다. 샤워 부스가 있는 화장실엔 플러피 타월(Fluffy towels) 향 캔들을 켜서 폭신한 수건 냄새를 강조하고, 욕조가 있는 욕실엔 유칼립투스 향 디퓨저와 향초의 협공 전략을 펴 상쾌한 향을 극대화했다. 여행 작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는 잦은 출장 때문에 반려동물은 언감생심이라 반려식물을 키우는데, 거실과 침실, 서재에는 식물과 어울리는 숲 향의 디퓨저를 비치했다. 대신 각기 다른 브랜드를 사용해 공간에 따라 미묘한 숲 향의 차이를 즐긴다.



마지막으로 서재에 머무는 동안 여행의 추억을 되새김할 수 있도록 여행지에서 사 온 빈티지 잔이나 소품을 책장에 올려놓았다. 사실 서재는 코로나19에 상관없이 나 같은 프리랜서에겐 재택근무의 공간이다. 마감 기간에는 낮이고 밤이고 붙박이 가구마냥 서재의 책걸상에서 꼼짝 않고 장시간 원고를 쓴다. 휴! 서재도 호텔처럼 꾸밀 순 없을까 고민하다가 여행지에서 사 온 미니 코냑과 압생트를 올려두니 호텔 홈바 분위기가 난다. 그것도 모두 가져다 마셔도 되는 올인클루시브 호텔. 마감 후엔 저 중 1병을 마감주로 홀랑 마시리라 하는 동기부여도 된다.



아무튼 나는 오늘도 내가 꾸민 호텔에 체크인한다. 언제 자유롭게 체크아웃을 할 수 있을지 기약은 없지만, 여기가 나의 안식처가 되겠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끼며 방구석 여행을 시작한다. 



— 여행작가 우지경






여행지의 취미 즐기기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고 각종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취미 플랫폼이 진화하고 있다.

— 에디터 문지연



클래스101

일러스트레이터 여행하는 수수씨의 여행 드로잉 수업. 여행에 미치다의 안대훈 감독이 진행하는 여행 영상 클래스. ⓒ 클래스101



클래스101은 크리에이터와 전문가의 온라인 강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프라인에서 찾기 힘든 다양하고 이색적인 주제의 클래스를 만날 수 있으며, 관련 준비물까지 챙겨줘 강의를 보며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다. ⓘ class101.net



추천 클래스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은 안대훈의 여행 영상 제작법 

여행 커뮤니티 ‘여행에 미치다’의 안대훈 감독이 진행하는 영상 제작 클래스. 인상적인 여행 영상을 제작하기 위한 영상 편집 전 과정을 짚어준다. 


직접 그리는 여행 엽서, 수수씨와 함께 여행의 순간을 그려요!

일러스트레이터 ‘여행하는 수수씨’가 진행하는 색연필로 그리는 여행 드로잉 수업. 패키지에 포함된 엽서 종이 50장으로 나만의 여행 일러스트 엽서를 완성할 수 있다.



하비박스

권용운의 세계 공예 여행을 통해 배울 수 있는 핀란드의 전통 모빌 힘멜리. 독일식 밀맥주를 만드는 하비박스인 다스바이저 홈브로잉 베리에이션. ⓒ 하비박스



하비박스는 20가지 유형의 취미 분석 테스트를 통해 이용자의 취향을 반영한 취미 키트를 보내준다. 키트 상품은 하비큐레이터라 불리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구성했으며, 단계별 코스부터 랜덤 박스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 hobbybox.life



추천 클래스 

권용운의 세계 공예 여행

핀란드의 전통 모빌 힘멜리(himmeli), 멕시코의 파펠 피카도(papel picado) 같은 페이퍼 커팅 공예 등 세계 각지의 공예를 2개월간 체험해보는 코스.


캘리의 다스바이저 홈브로잉 베리에이션

집에서 풍미 깊은 독일식 밀맥주를 만들어보자. 키트는 주조에 필요한 몰트와 이스트, 내압병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21리터가량의 수제 밀맥주를 만들 수 있다.



글. 우지경, 문지연 사진. 오충석






▶ '집에서 이국을 여행하는 법 - Part 2전문


 


'집에서 이국을 여행하는 법' 이어진 이야기

▶ 집에서 이국을 여행하는 법 - Part 1 시각으

▶ 집에서 이국을 여행하는 법 - Part 3 활자로

▶ 집에서 이국을 여행하는 법 - Part 4 인스타그램으로

▶ 집에서 이국을 여행하는 법 - Part 5 청각으로

▶ 집에서 이국을 여행하는 법 - Part 6 칵테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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