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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Apr 03. 2020

집에서 이국을 여행하는 법 - Part 1

시각으로 여행하기

여행 문학의 거장 폴 서루는
“여행은 거의 전적으로 내적인 경험”이라고 말한 바 있다.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에디터와 여러 필진이
집 안에서 여행을 떠나는 갖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여행의 본질과 이유 그리고 다음 번 여행에 관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득 담았다.






스크린 속 세상으로 떠나기

영화 <로마>의 아트북을 보는 칼럼니스트 민용준. TV에서도 <로마>가 흘러나온다. ⓒ 오충석


멕시코시티의 콜로니아 로마 22번지 주택에서 촬영한 <로마>.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유년 시절이 반영된 <로마>는 멕시코시티의 풍경을 중계한다. ⓒ Netflix



이륙 직전의 비행기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영화가 시작하기 직전의 기분이란. 모든 여행이 언제나 좋을 수만은 없지만 떠나기 직전의 설렘만큼은 늘 보존되듯, 보고 싶은 영화가 시작되길 기다리는 순간에도 가슴이 뛴다. 그러니까, 동의어까진 아니라 해도 영화와 여행이 유의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질서정연한 정사각형 블록 바닥 위로 파도처럼 밀려오고 밀려가는 물거품이 흩어지면서 그 위로 비행기 1대가 지나간다. 천천히 고요하게. 바다가 있고, 하늘이 있고, 비행기도 나는 그 바닥을 비추던 카메라가 비로소 고개를 들자, 어느 주택의 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멕시코시티의 콜로니아 로마(Colonia Roma) 22번지 주택에서 촬영한 <로마>의 오프닝 시퀀스는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답변을 동시에 담고 있다. 물이 흥건한 바닥에 반사된 하늘 사이를 가르며 날아가는 비행기의 모습은 영화가 그 어디에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면서도 그것을 발견한 자의 것임을 대변하는 마술적 경험에 가깝다. 영화의 육체와 영혼이 모두 그 장면 속에 존재한다.



<로마>는 알폰소 쿠아론의 유년 시절이 반영된 자전적 작품이란 점에서도,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낸 멕시코시티의 풍경을 중계한다는 점에서도, 그의 유년 시절이 머물렀던 멕시코의 한 시대를 관통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로마>의 흑백 영상은 결국 알폰소 쿠아론이라는 개인의 심상 속에 자리한 빛바랜 기억일 것이다. 그래서 그 기억을 함께 본다는 건 기본적으로 지극히 사적인 동참일 수밖에 없지만 끝내 어느 개인의 삶을 둘러싼 시대의 공기와 호흡하는 일이 된다. 이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영화적 모험이다. 아무리 멀리 날아간다 한들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여정을 그렇게 방구석 1열에서 체감한다.



영화 <라라랜드>의 오프닝 신은 L.A. 외곽도로에서 촬영했다. ⓒ PANCINEMA


<라라랜드>에 등장한 더 라이트하우스 카페(The Lighthouse Cafe). L.A.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 ⓒ PANCINEMA



로맨스란 상실을 먹고 자라는 나무와 같다. 과거가 없는 사람은 없다. 사랑의 역사란 단 1줄의 나이테로 기록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랑의 끝은 결코 실패가 아니다. 그저 계절이 지나가듯 때가 되면 물러가는 마음이 존재할 뿐이다. <라라랜드(LA LA LAND)>는 그 계절에 관한 영화다. 이미 제목에서 L.A.가 세 번이나 등장하는 <라라랜드>는 할리우드 드라이브, 그리피스 천문대, 허모사 비치(Hermosa Beach) 부두, 리알토 극장(Rialto Theatre) 등 L.A. 곳곳을 세계적 명소로 만든 영화기도 한데, L.A. 외곽도로를 주말 이틀 동안 통째로 비우고 도전적인 원 신, 원 컷으로 촬영했다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황홀한 압도감을 선사한다. 고전적인 뮤지컬 영화의 활기를 불어넣으며 영화의 온도를 들뜨게 만든다. 그야말로 ‘로맨틱, 성공적, 라라랜드’랄까.


덕분에 <라라랜드>를 본 많은 이가 느낀 배신감을 이해한다. 그토록 꿈꾸던 재즈바 ‘셉스’의 주인이 된 남자와 그토록 염원하던 할리우드의 스타로 우뚝 선 여자는 더 이상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커플이 아니다. 이처럼 로맨틱한 영화가 끝내 아름다운 커플의 결별을 선언하다니, 두 남녀의 사랑을 응원해온 관객 입장에서는 분명 억장이 무너지는 결말일 수밖에. 하지만 <라라랜드>는 결코 비극이 아니다. 그 사랑은 실패한 것이 아니다. 비록 이별을 맞이했다고 하지만 함께했던 세월을 등지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가 이룬 꿈을 마주하고 비로소 미소 짓는다. 함께 사랑하며 함께 꿈꿨던 그 계절을 되새긴다. 그 계절 덕분에 맞이한 빛나는 오늘을 깨닫는다. 사랑했기 때문에 맞이한 빛나는 오늘을 살고 내일로 간다. 다시 또 꿈꾸고 사랑하기 위해서.


떠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돌아온다는 말을 괄호로 품고 있다. 모든 여행은 돌아오는 것으로 완전해진다. 돌아올 곳이 있다는 건 그만큼 멀리 떠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그리고 좋은 영화를 만난다는 건 좋은 인생을, 좋은 시절을, 좋은 여정을 만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좋은 영화를 다시 본다는 것은 좋은 기억으로 다가오는 여행지를 다시 찾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리고 여행의 끝이 결국 돌아오는 것이듯, 영화의 끝은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좋은 영화는 결국 살아가는 힘을 준다. 살아갈 힘을 주는 영화를 만난다는 건 그만큼 귀하고 중한 일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고로 다시 재생한다. 한 번 더 돌아오기 위해서. 다시 살아가기 위해서.


— 영화 ·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민용준






VR로 세계 일주하기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서 고대 그리스 문명을 마주하다가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맨해튼 야경을 감상한 후 우주를 유영한다. 집에서 단 몇 분이면 가능한 이런 가상현실 여행에 꼭 값비싼 VR 기기가 필요하진 않다. 2만 원 안팎의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구글 카드보드 기반의 VR 뷰어가 있으니까. 몇 가지 재료만 구하면, 구글이 공개한 설명서를 바탕으로 직접 VR 뷰어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VR 뷰어에 스마트폰을 끼우고, 카드보드 기능을 지원하는 아래 앱을 구동해 바로 여행을 떠나보자.


— 에디터 김민주


합리적인 가격대의 VR 뷰어 DSCVR, $19.99. ⓒ I AM CARDBOARD


합리적인 가격대의 VR 뷰어 NAVI, 1만 9,800원. 구글 카드보드와 호환하는 VR 뷰어로 부담 없이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 ⓒ Mocomtech



Athens in VR
그리스 아테네에서 지도를 펼쳐 고대 그리스 문명을 탐험해본다. 아고라, 아크로폴리스, 판테온 등을 원형에 가깝게 재현해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하다. 조각품 등을 응시하면 마치 옆에 가이드가 있는 것처럼 해설(영어)까지 해주는데, 그리스신화뿐 아니라 역사와 고고학 이야기 등도 들려준다. 신전 내부에 들어가기 전, 웅장한 기둥을 꼭 올려다보기.


Dubai 360
여정은 야자수 형태의 인공 섬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에서 시작한다. 푸른 해안과 함께 두바이 전경이 보이고,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다.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들어가 잠시 쉬어도 좋다.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 전망대에 올라 시시각각 변하는 두바이 야경을 감상하거나 부르즈 알 아랍(Burj Al Arab) 호텔의 모든 스위트룸에 맘껏 머물러 볼 수 있다.


New York VR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 올라 맨해튼을 조망하고, 브루클린 브리지를 건너보거나 덤보에서 시간을 보낸다. 타임스 스퀘어의 명물 네이키드 카우보이를 맘껏 뚫어지게 바라봐도 된다. 코니아일랜드에서 놀이기구를 직접 타볼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현장의 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다보니 이곳에서 열리는 축제의 분위기는 그대로 느껴진다. 이리저리 돌아봐도 여긴 뉴욕이 맞다!



고철 등을 재활용해 만든 VR 뷰어처럼 나만의 개성을 담아 직접 VR 뷰어를 제작할 수 있다. ⓒ Google AR & VR



Google Street View

구글 스트리트 뷰 서비스를 지원하는 곳이라면 전 세계 어디든 방문할 수 있다. 유명 명소부터 소소한 골목까지 순간 이동하듯 세계를 여행하게 된다.



YouTube

카드보드 모드를 지원하는 유튜브 영상도 있다. 가상현실 채널(youtube.com/360)의 ‘Travel’ 카테고리가 대표적.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앙헬 폭포(Angel Falls)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며 주변의 장엄한 풍경을 내려다보고, 드넓은 초원 속 코앞에서 풀을 뜯던 코끼리가 갑자기 콧바람을 킁 하고 내뱉는 순간은 생각보다 실감 난다. 스카이다이빙 같은 액티비티를 하고 싶다면, ‘스릴 애호가’ 카테고리를 훑어보자. 우주 유영도 가능하다.



글. 민용준, 김민주 사진. 오충석







'집에서 이국을 여행하는 법' 이어진 이야기

▶ 집에서 이국을 여행하는 법 - Part 2 꾸미기로

▶ 집에서 이국을 여행하는 법 - Part 3 활자로

▶ 집에서 이국을 여행하는 법 - Part 4 인스타그램으로

▶ 집에서 이국을 여행하는 법 - Part 5 청각으로

▶ 집에서 이국을 여행하는 법 - Part 6 칵테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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