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민 사진가와
제주 해안도로 자동차 여행

by 온더로드
조천에서 구좌를 지나 성산까지, 찬란한 바다가 펼쳐지는 제주 동북부 해안. 일렁이는 파도와 원시적 들판, 오름 그리고 자신만의 꿈을 실현하려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을 찾아 모험을 떠나보자.





임수민 사진가의 제주 시선 ▶ https://youtu.be/hof-gw0AQLk





바닷마을 빈티지 편집숍

1. 바다건너온아름다운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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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집을 개조한 바다건너온아름다운것들의 실내. / 이빛나 대표가 기르는 달마티안 델몬트. © 김주원


마을 할머니가 혼자 살던 조천읍의 작은 집을 개조해 1950~1980년대 앤티크 주얼리와 빈티지 인형, 의류, 소품을 선보이는 곳. 이곳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건 이빛나 대표가 매일 몰고 출근하는 올드 프라이드나, 우아한 자태로 어슬렁거리는 달마티안 강아지 델몬트처럼 사소한 요소다. 빈티지 숍을 여는 많은 이가 그렇듯, 이빛나 대표도 취미로 모아온 빈티지 아이템이 감당할 수 없게 많아져 가게를 열었다. 개인적 열정과 생업의 경계가 없는 것이 장점이 되어, 바다건너온아름다운것들은 취향 맞는 사람끼리 모이는 아지트가 됐다. 독특한 상호명의 뜻을 묻자, 이빛나 대표는 익숙하다는 듯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우선은 여기에서 파는 제품을 뜻하고요. 뭍에서 제주로 온 저 자신이기도 하고, 강아지 델몬트 그리고 이곳을 찾아온 손님이기도 하죠.”



ⓘ 1pm~6pm, 목요일 휴무, 010 2701 5542, 제주 제주시 조천5길 4, 인스타그램 vnisland_from_jeju







해변 앞 생면 파스타집

2. 소프레나

00239.jpg 스모크 돔 테린느와 제주 한치젓갈 오일 파스타. © 김주원
00278.jpg 소프레나에서 내다본 풍경. © 김주원


정한울 셰프는 생면을 반죽해 뽑아내는 것으로 소프레나의 아침을 시작한다. “이탈리아 정통 방식대로 듀럼 밀가루와 달걀노른자로만 만들어요. 그때그때 오징어 먹물, 강황, 시금치 등을 가미하고요. 수분이 많은 데다 바로 삶아 쫄깃하죠.” 여느 젊은이처럼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그는 론리플래닛 가이드북을 들고 호주와 뉴질랜드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왔고, 당시 이탈리아인 친구에게서 ‘쓱쓱 해먹는’ 생면 파스타를 처음 접했다. 정한울 셰프가 평소 즐겨 해 먹던 해장 파스타를 응용한 제주 한치젓갈 오일파스타를 비롯해 모든 메뉴는 다국적 요리로, 그의 사적인 취향을 반영한 것이다. 본디 차게 먹는 애피타이저 테린을 따뜻하게 데워 빵과 함께 내는 식. 무엇보다 이곳을 찾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건 앤티크 소품으로 채운 실내, 낮은 들판이 보이는 풍경만이 아니다. ‘소프레나를 지금처럼 소박하게 운영하는 것’을 꿈꾸는 정한울 셰프 부부의 철학이다.



ⓘ 제주 한치젓갈 오일 파스타 1만8,000원, 11:30am~8pm, 브레이크 타임 3pm~5pm, 월요일·격주 일요일 휴무, 010 4736 2464, 제주 제주시 구좌읍 월정7길 26, 인스타그램 sop.rena_jeju








마음을 그려주는 예술가의 집

3. 일상예술가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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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최예지 작가. / 최예지 작가가 제작한 일러스트레이션 달력. © 김주원


“그 자리에 앉은 많은 분이 펑펑 울고 가세요.” 마주 앉은 최예지 작가가 말한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신기할 만큼 마음이 탁 풀어지는 분위기다. 일러스트레이터 최예지의 ‘지금, 여기’라는 일러스트 초상화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바로 이 자리에 앉아 우선 작가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물론 불편하면 대화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최예지 작가는 수채화 초상화를 그린 뒤, 손님과의 대화에서 딴 글귀를 함께 적어준다. “신기하게도, 대화를 나눈 분의 그림이 더 예쁘게 나와요.”



최예지 작가는 약 6년 전, 매주 세화 벨롱장에서 포스트잇에 초상화 그려주는 일을 시작했다가 이 작업실을 차렸다. 세화리 마을의 지붕이 내려다보이는 오래된 약국 건물 3층에. 최예지 작가가 오래 이 일을 이어가는 건, 사람들이 그림을 통해 그날의 순간을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 자신이 제주에서 깨달았듯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느끼기를 바라는 것. 머지않아 그녀는 사진 작업을 하는 남편과 함께 ‘지금, 여기’에 대한 신념을 이어가는 새로운 작업실 겸 갤러리 겸 카페를 열 계획이다.



ⓘ 일러스트 초상화 1인 2만 원(네이버 예약으로 신청), 010 8888 9978, 제주시 구좌읍 세화12길 1(3층), 인스타그램 artye_house







하도리 앞바다의 비밀

4. 토끼섬


01076.jpg 토끼섬의 돌담에 둘러싸인 문주란 군락. © 김주원
01092.jpg 하도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카약을 타고 있는 임수민 작가. © 김주원


제주도에는 8개의 유인도와 70여 개의 무인도가 있다. 그중 하도리의 토끼섬은 여러 모로 미스터리에 싸여 있다. 우선 토끼섬이라는 이름부터 그렇다. 한때 어느 주민이 섬에서 토끼를 번식시켜서 붙은 이름이라고 전해지나 확인할 길은 없다. 무엇보다 토끼섬이 유명해진 건 천연기념물 제19호인 국내 유일의 문주란 자생지 덕분. 인도양과 호주, 태평양 섬 등지 출신인 문주란이 굳이 면적 3,000여 제곱미터에 불과한 이 섬에서 빽빽이 자라게 된 경위 또한 확실치 않다. 아프리카 남단에서 파도를 타고 온 씨앗이 이곳에 정착했다고 알려져 있을 뿐. 하도리 마을 사람들은 문주란을 보호하기 위해 1950년대경 문주란 군락을 에워싸는 돌담을 세웠다. 모래밭 곳곳에 돌멩이처럼 보이는 문주란 씨앗이 굴러다니는데, 여기에서 발아한 싹이 뿌리를 내려 자란다고. 하도해수욕장에서 50미터가량 될 만큼 가까워, 썰물 때 걸어가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제주카약에서 카약을 대여해 토끼섬까지 짧은 모험을 떠나도 좋다. 문주란 꽃은 7월경 만개한다.



ⓘ 토끼섬 관련 정보는 하도어촌체험마을에 문의하자(064 783 1996, 하도어촌체험마을.kr). 제주카약의 바다카약 체험은 1인당 30분 기준 1만7,000원이며 토끼섬에 방문하고 싶으면 미리 문의해야 한다(064 711 1786, jejukayak.com).







당신을 위한 타자기 작업실

5. 필기


01147.jpg 필기의 작업 공간을 대여하면 비치된 빈티지 타자기와 문구류를 사용해볼 수 있다. © 김주원


프리랜서 매거진 <프리낫프리>의 필자이기도 한 배주희 대표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머물 수 있는 개인 작업 공간을 꾸리고 싶었다. 그러다 비슷한 바람을 지닌 사람들과 이를 공유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종달리 마을 안쪽, 낮은 층고의 가정집에 오픈한 필기는 독서와 사색, 글쓰기를 즐기는 1인 여행객을 위한 공간이다. 수입 문구류를 판매하는 문구점 안쪽에 작업실이 자리한다. 책상 2개에 각각 타자기와 문구류를 비치했다.

“제가 직접 사용해보고 쓰기 편한 타자기를 들여놓았어요. 타자기를 칠 때에는 그 행위에 온전히 집중할 수밖에 없어요. 컴퓨터와 달리 형체로 남고, 물성이 있는 글을 쓰는 경험이 되죠.” 타자기를 처음 써보는 손님에게 배주희 대표가 가장 먼저 해주는 조언은 “틀려도 괜찮다”는 말이다. “제주로 이주하고서, 불편해 보이는 도구의 의미를 하나하나 발견해나가게 됐어요. 연필을 깎을 때나, 손가락에 힘을 주어 타자기를 칠 때의 감각 같은 것을요.” 벽에 붙은 글쓰기 아포리즘 문구나 책상 위 띠지의 문구는 배주희 대표가 직접 타이핑한 것. 이곳을 다녀간 손님 또한 직접 타이핑한 글귀를 책상 앞에 붙여놓는다. 글을 사랑하는 이들 사이 느슨한 연대를 증명하듯이.

ⓘ 작업 공간 대여 2만 원(2시간 기준, 네이버 예약으로 신청), 1pm~5pm, 화·수요일 휴무, 010 9340 1342, 제주 제주시 구좌읍 종달로7길 8-1, 인스타그램 _pilgi



<온더로드> 책자 제주 동북부 로드 트립 기사 p.31 '필기' 부분에서 배주희 대표가 매거진 <프리낫프리> 편집장으로 잘못 표기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매거진 <프리낫프리>는 이다혜 편집장이 만드는 프리랜서 매거진이며, 배주희 대표는 필자로만 참여하였습니다. 잘못된 표기로 혼란을 드린 점 사과 드립니다.





글. 이기선 사진. 김주원



'항해하는 사진가 임수민의 제주 모험' 이어진 이야기

▶ 임수민 인터뷰

▶ 임수민 사진가와 제주 동북부 자동차 여행 p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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