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해변을 일주하며 오감을 깨워 바다를 음미해본다. 바다를 접시 위로 고스란히 옮긴 해변 식당을 찾아서.
성현진 셰프는 호주에서 10년을 살고 나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 당시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였다고 한다. 그렇게 제주로 내려와 한동안 자연에서 치유를 받았고, 그 경험을 건강한 음식을 통해 나누고자 레스토랑을 열었다. 이렇듯 자연스러운식당에는 제주의 자연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이를테면 제주산 편백나무로 짠 가구부터 제주의 물과 바다를 표현한 도예가의 접시, 현무암을 활용한 인테리어까지. 서귀포 남쪽 바다를 향해 난 창문으로 제주 바람이 불어오고, 제주 식자재로 만든 지중해식 요리가 테이블을 가득 채운다.
제주와 지중해의 궁합을 제대로 경험하려면 자연스러운 플래터를 권한다. 이는 제주산 흑돼지 수블라키를 비롯해 각종 해산물 구이와 쿠스쿠스 샐러드, 과일 등을 나무 플래터에 소복이 쌓은 메뉴. 구성은 제철 식자재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취향에 따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어 여럿이 즐기기에 좋다. 여기에 곁들이는 차지키 소스에도 밀감꽃꿀과 유자, 유채를 첨가해 제주의 특색을 가미했다고. 무엇보다 하루 두 번 시장을 오가며 신선한 해산물을 들이고, 유기농 채소와 영국의 맬던(Maldon) 소금 등 최상급 식자재를 사용해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았다. 해녀가 채취한 보말을 듬뿍 넣은 제주식 파에야인 제주 보말 라이스 같은 단품 메뉴도 입맛을 돋운다.
ⓘ 자연스러운 플래터 6만8,000원, 우선 예약제, 11am~8pm(화요일 디너만), 브레이크 타임 4pm~6pm, 월요일 휴무, 0507 1306 8702, 서귀포시 태평로92번길 8, @ 인스타그램 jeju_natural
두드릴 고(叩)에 길 로(路), '고로'는 길을 두드리고 개척한다는 뜻. 이름에 걸맞게 제주고로는 자신만의 길을 닦고 있다. 서귀포 서쪽 해안의 외딴 시골 마을 무릉리에 문을 연 계기도 강민규 대표가 3개월간 제주를 돌며 마음에 드는 장소를 직접 찾은 수고의 결과라고. 매장 안은 오롯이 요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걸 간결하게 구현했는데, 이는 채우기보다 비어내는 데 신경 쓴 인테리어나, 덮밥과 우동으로 구성된 심플한 메뉴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시그너처 메뉴인 고로 덮밥은 이러한 철학에 방점을 찍는다. 깍둑썰기한 연어와 참치, 아보카도를 올리고 비법 간장 소스를 곁들여 한 그릇에 담은 것. 초밥을 보다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다 하와이의 날생선 샐러드 포케(poke)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퓨전 메뉴다. 조리 과정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건 다름 아닌 밥이다. 여러 지역 쌀을 비교해 덮밥에 가장 어울리는 쌀을 선별한 데다, 밥을 지을 때마다 쌀의 상태와 도정 날짜까지 고려해 물의 양, 뜸 들이는 시간 등을 세밀하게 조율하기 때문. 이렇게 완성한 밥은 씹을수록 단맛이 올라와 감칠맛을 더한다. 신선한 제주 딱새우를 올린 딱새우 초밥이나 매콤한 딱새우 크림 우동도 놓치면 아쉽다.
ⓘ 고로 덮밥 1만5,000원, 11:30am~8:30pm, 브레이크 타임 3pm~5:30pm, 화〮수요일 휴무, 064 794 9080, 서귀포시 대정읍 서삼중로 94, @ 인스타그램 jejugoro
하귀에서 애월까지 굴곡진 해안선을 따라 제주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제주 바다와 기암괴석, 야자수가 어우러진 이국적 풍경이 줄곧 차창에 걸린다. 해안 도로가 끝날 즈음 다다른 애월항에는 65년째 한자리를 지켜온 부두식당이 있다. 식당 입구 앞에는 마스코트 순둥이가 담벼락에서 앞발을 내밀고 손님을 반긴다. “내가 올해 85세고 아방은 84세인데, 애월에서 식당 하는 사람 중 우리가 제일 고령자일 거예요.” 은근히 자부심을 내비치는 주인 할머니는 손맛을 더한 밥상을 금세 차려낸다.
오랜 세월 동안 손님의 발길을 끌어당긴 메뉴는 바로 뽀얀 국물의 옥돔지리. 옥돔은 제주에서 제사상에 반드시 올릴 만큼 귀한 생선인데, 부두식당에선 실한 옥돔 1마리를 통째로 그릇에 담아낸다. 여기에 무와 청양고추를 함께 넣고 끓인 깊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 노릇하게 구운 옥돔구이와 함께 먹으니 꾹꾹 눌러 담은 고봉밥도 어느새 싹싹 비우게 된다. 알고 보니 식당 건물은 예전에 고무신을 태워 불을 떼던 동네 목욕탕이었다고. 이는 반질거리는 모자이크 타일 바닥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 옥돔지리 8,000원(현금 결제만 가능), 7:30am~7:30pm, 064 799 0029, 제주시 애월읍 애월로13길 21.
제주 동쪽 바다를 끼고 달리다 성산에 닿기 전, 유달리 새파란 물빛을 자랑하는 평대해변을 지난다. 붐비지 않는 해변도 매력적이지만, 한 끼 식사를 위해서라도 잠시 정차할 만하다. 돈나무 꽃향기가 밀려드는 레이식당에선 주인장 부부가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부부의 제주 생활은 벌써 4년차에 접어들었는데, 서울과 제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다 작년 9월 서울 홍대점을 정리하고 제주에 완전히 정착했다고. 덕분에 20년 경력의 일식 요리사 남편 최정식 씨는 제주의 풍성한 식자재를 활용해 마음껏 요리 솜씨를 뽐내고 있다.
레이식당의 대표 메뉴는 바다 향을 한껏 품은 톳 파스타다. 제주산 톳과 세발나물을 넣은 간장 소스 베이스의 파스타에 2시간 동안 술찜한 부드러운 전복을 올린 것이 특징. 함께 내는 전복 내장 밥은 짭조름한 파스타 소스에 비벼 먹기에 제격이다. 새로운 도전을 즐긴다면 이주의 런치를 주문해보자. 멍게 오일 파스타, 적된장 목살 스테이크 등 그때그때 가장 맛있는 제철 식자재로 매주 다르게 준비해 낸다. 제주 옛집을 개조한 아늑한 식당에서 낯선 이들과 원 테이블을 공유하는 식사 자체로 특별한 경험이다.
ⓘ 톳 파스타 1만8,000원, 11:30am~10pm, 브레이크 타임 3pm~5:30pm, 화요일 휴무, 064 782 1893,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1156-5, @ 인스타그램 reikitchen1156_5
숟가락을 들기 전부터 문쏘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식당도 흔치 않을 터. 한림항 인근, 1942년에 지은 일본군 관사를 개조한 이곳은 서까래를 드러낸 박공지붕과 화려한 빈티지 조명, 동양풍 소품이 어우러져 기묘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중국, 일본, 동남아를 콘셉트로 꾸민 각 방까지 구경하고 나면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는데, 장지원 대표는 문쏘의 정체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다. “가게를 두 번 확장했어요. 2015년에 문어 소시지 구이를 노점에서 팔다가, 협재해수욕장에 테이블 3개를 놓고 식당을 시작했죠. 그러다 한 번 더 확장해 부모님이 사시던 현재 장소로 옮겨 아시아 퓨전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의 자리까지 견인한 메뉴 또한 범상치 않다. 제주에서 ‘모살게’라 불리는 얇은 껍데기의 황게를 통째로 올린 중화풍 황게 카레가 대표적. 비주얼만큼이나 혀가 아릴 정도로 매콤한 맛이 중독성 강하다. 이 외에도 간장에 조린 고등어를 올린 고등어밥이나 갈비 양념에 재운 제주산 돼지고기를 즉석에서 구워 내는 쿠로부타동(흑돼지 덮밥) 등 개성 있는 메뉴를 함께 선보인다. 장지원 대표의 말에 따르면 모든 음식은 맥주를 곁들여야 가장 맛있다고.
ⓘ 황게 카레 1만3,000원, 10:30am~8:30pm, 목요일 휴무, 064 796 4055, 제주시 한림읍 한림상로 15-5, @ 인스타그램 jjangj1
“욕심내멍 죽고 사는 건 사람일이라. 살리는 건 바다 몫이고….” 20여 년 전 버려진 종달리 부둣가의 활선어 위판장이 젊은 배우들의 목소리로 쩌렁쩌렁 울린다. 이날 열린 공연은 바다에 남편과 친구를 잃은 해녀의 애달픈 인생을 담은 연극 <어멍이해녀>. 클라이맥스에 종달리 최고령 해녀 89세 권영희 할머니가 등장해 실제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임을 밝히자 공연장은 금세 눈물바다가 된다. 연극이 끝나자 강인화 해녀가 제주 해산물을 재치 있게 소개하는 자리가 이어진다. 톳, 군소, 우뭇가사리, 전복 등 해녀가 직접 채취한 해산물과 현지 농산물로 정성껏 차린 뷔페식 식사를 한 뒤, 해녀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 120분의 러닝타임이 마무리된다.
‘제주 해녀 다이닝’을 표방하는 해녀의 부엌은 연극과 음식을 매개로 제주의 해녀 문화를 전파한다. 이를 이끄는 주역은 종달리 출신의 김하원 대표. 어릴 적부터 가족과 이웃이 모두 해녀였던 그녀는 연기 전공을 살려 제주 해녀를 알리는 무대를 기획했다. 청년 예술가와 함께 종달리 해녀의 삶을 녹인 4편의 연극을 제작했으며, 해녀가 직접 무대에 올라 관객과 소통할 수 있도록 진행한다. 덕분에 관객은 제주 해녀를 흥미롭게 접할 기회를 얻었고, 해녀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자긍심을 되찾았다고. 더불어 뿔소라 같은 현지 해산물의 새로운 판로도 마련해 지역 경제에도 보탬을 준다.
ⓘ 공연 및 식사 4만9,000원, 금~일요일에만 하루 2회 운영(런치 12pm, 디너 5:30pm), 010 4056 5159,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2265, @ 인스타그램 haenyeo_kitchen
롯데렌터카 제주오토하우스에서 싼타페 TM을 대여해 해변 식당으로 떠나보자. 기존 모델보다 한층 넓어진 실내 공간과 안전한 주행을 돕는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을 갖춰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자에게 제격. 주행 모드에 따라 구동 성능을 스스로 제어하는 사륜구동 AWD ‘HTRAC’를 현대차 최초로 적용했다.
ⓘ 대여 요금 4만2,000원부터(제주 주중 24시간, 인터넷 더블골드회원 예약 할인 기준, CDW 미포함, 기간별 할인율 상이)
사진가 임수민이 바라본 제주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