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 커피 전문점
1잔의 커피와 차가 완성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기꺼이 명상의 시간이 된다.
장인 정신이 깃든 드립 커피와 차를 찾아 제주의 카페로 나서보자.
공생은 국내외에서 엄선한 원두를 선보이는 이른바 ‘원두 셀렉트 숍’이자 브루잉 커피 바다. 부산 히떼 로스터리의 블렌딩 원두 ‘리볼브’를 고정적으로 내고 그 외에는 그때그때 허용철 대표가 소신껏 선정한 원두 서너 가지를 선보이며 원두가 소진될 때마다 교체한다. “히떼 로스터리와 저의 지향점이 맞거든요. 식어도 맛있는 커피 말이죠.” 그의 등 뒤로 벽에 더덕더덕 붙어 있는 원두 카드가 증명하듯 호주 듁스 커피와 마켓 레인 커피, 서울 이미 커피 로스터스 등의 원두가 이곳을 거쳐갔고 아마도 또 거쳐갈 테다.
허용철 대표는 드립 커피의 매력으로 ‘풀어헤쳐진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든다. 기왕이면 허 대표에게 원두를 추천받아보기를 권하는데,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원두마다 ‘향이 피는’, 즉 향미가 가장 풍부한 시기가 제각각 다르다고 한다. 오늘 콜롬비아 커피의 딸기잼 향이 유독 강렬한 것도 그 이유. 여기에 허 대표가 직접 구운, 담박한 쑥 파운드케이크가 괜찮은 조합을 이룬다. 의외로 타바론 차는 물론 제철 과일 음료, 생강차까지 두루 메뉴에 올렸는데 이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 손님을 배려한 것. 카페 이름이기도 한 ‘공생’의 일환인 셈이다.
ⓘ 브루잉 커피 4,500원부터, 12pm~10pm, 일요일 휴무, 비정기적 휴무나 시간 변동은 인스타그램에 공지, 010 7414 9110, 제주시 천수동로2길 23, 인스타그램 gongseng__
카페 서연의집이나 위미 동백군락지가 한산한 위미리에 본격적으로 이방인을 불러모으기 전부터 지금껏 와랑와랑은 8년째 변함없이 운영 중이다. 제주 방언으로 소리가 크게 울리는 것, 혹은 이글이글한 모양을 뜻하는 ‘와랑와랑’이라는 이름을 붙인 데 별다른 이유가 없듯, 카페를 이루는 다른 요소들도 자연스럽게 결정됐다. 로스팅이 취미던 허경민 대표가 아내와 손수 짓고 살던 집에 카페를 마련했고, 평소 즐겨 해먹던 드립 커피와 찰떡구이를 메인 메뉴로 정했다고. 집 뒤편에 귤밭을 일궈 스무디를 만들고, 동백나무 씨앗으로 비누를 만들어 팔기도 한다.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카페의 분위기는 부부가 꾸준히 이어온 시간 덕분일 터. 이곳은 언제 찾아도 여섯 가지 싱글 오리진 원두를 매주 볶아 손으로 내려주고, 프라이팬에 찰떡을 자글자글 부쳐 내줄 것이다. 와랑와랑의 또 다른 명물은 전용 의자에 앉아 바깥 구경을 즐기는 점잖은 슈나우저 ‘수수’다.
ⓘ 드립 커피 4,400원부터, 찰떡구이 5,300원, 11am~6pm, 070 4656 1761,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중앙로300번길 28, 인스타그램 jejuwarang
옛 가옥을 활용한 리사이클링 카페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모립은 모범적 사례로 꼽을 만하다. 구가옥의 분위기가 매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니까. 낡은 모습 그대로 보존한 돌벽과 마룻바닥, 목조 가구 등으로 구성해 돌과 나무의 물성이 두드러지고, 적당한 자연 채광이 빚어내는 명암의 대비와 향 내음이 서정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옥을 둘러싼 정원에는 대나무를 심어, 번잡스러운 애월 카페 거리에 와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든다. 날이 좋으면 거실을 개조한 메인 홀의 미닫이문을 개방하는데 현무암 길이 깔린, 비밀의 숲 같은 정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니 커피 머신 대신 드립이라는 추출 방식을 택한 것도 자연스러운 일. 자체 블렌딩한 원두 3종은 카페에서 보이는 풍경대로 ‘수국’ ‘오죽’ ‘돌담’이라 이름 붙였다. 그 밖에 잎차를 우려낸 밀크티와 앙버터 모나카 등 정갈한 수제 디저트 그리고 조용조용하고 섬세한 서비스 모두 이곳의 ‘몰입하는 분위기’에 일조한다.
ⓘ 드립 커피 8,000원, 9:30am~7:30pm, 제주시 애월읍 애월로1길 26-7, 인스타그램 moripcoffee
글. 이기선 사진. 이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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