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노동자 이슬아 작가와 파주에서 나눈 어떤 대화.
이슬아 작가 인터뷰 슬라이드 ▶ https://youtu.be/7HkU6hioOkE
“당신의 메일로 글을 보내드립니다. 매월 수필 20편! 한 달 구독료 1만 원.” 2018년 봄, 이슬아 작가는 모험 같은 프로젝트를 덜컥 시작했다. SNS에서 모집한 구독자에게 자신의 글을 보내는 셀프 연재 방식의 ‘일간 이슬아’ 프로젝트. 조금 무모해 보이던 연재는 장장 6개월간 이어졌는데,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그녀와 주변인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에 뜨겁게 반응했다. 작가는 100편 가까이 모인 글을 묶어 본인이 운영하는 1인 출판사에서 572페이지 분량의 <일간 이슬아 수필집>으로 완성했고, 이는 그해 ‘독립책방이 선정한 올해의 책 1위’에 오른다. 이른바 ‘직거래 연재’ 방식을 개척하며 출판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셈. 이듬해 일간 이슬아 시즌 2를 연재하고, 3권의 책을 더 발간한 그녀는 팟캐스트와 라디오, 유튜브, 강연 등 전방위를 오가며 숨가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그리고 오늘, 그녀의 하루를 빌려 파주 여행에 나섰다.
“연고 하나 없는 동네로 오니까 만나는 사람도, 가는 곳도 줄었어요. 그래도 이런 고립감이 꽤 마음에 들어요.” 이슬아 작가는 지난해 가을에 정착한 파주가 아직 낯설다. 그녀의 집과 지척에 있는 헤이리 마을이나 출판사가 모여 있는 파주출판도시를 전전할 때가 있지만, 운정호수공원 부근이나 파주 서쪽 끝의 마장호수처럼 아직 가본 적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집이랑 가까운 오두산 통일전망대도 가보지 못한 걸요.” 임진각의 철책선을 곁에 둔 카페에서 출발해 익숙하고도 생경한 파주 곳곳을 돌아보는 동안 그녀는 “파주에 이런 곳이 있었네요?”라는 말을 종종 되뇌었다. “어릴 적 서울 교외의 대안 학교를 다닌 탓에 스무 살이 되면 무조건 도시에서 살고 싶었어요. 그렇게 10년쯤 도시에 살아보니 다시 교외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죠.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요.” 파주의 고요한 동네에서 두 계절을 보내는 사이 작가는 조금씩 변하는 일상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녀의 글에 숱하게 등장하는 웅이(아빠)와 복희(엄마)랑 출판사를 겸한 집에 함께 머물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고양이를 돌보고 이따금 운전도 하면서.
“매일 글을 연재하는 게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드는 일이긴 해요.” 이슬아 작가는 가끔은 외롭고 때로는 신나는 일간 이슬아의 연재를 파주에서 곧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커피를 마시고, 드라이브를 하고, 잠깐의 산책을 이어간 오늘의 여정이 앞으로의 연재에 작은 영감을 주었기를. 그렇게 응원의 마음을 건네며 헤어졌다. 그녀가 늘 주문처럼 외치는 ‘사랑과 용기를 담아’.
파주에서의 일상은 어떤가요?
오전과 낮엔 출판사 업무를 보고, 오후부터 저녁까지 글을 써요. 라디오 녹음이나 북 토크, 글쓰기 강의를 나가는 날도 있어 규칙적이진 않죠. 하지만 매일 아침 요가하는 건 빼먹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글은 주로 어디에서 쓰나요?
서울에 살 적에는 집이 있는 망원동의 여러 카페를 전전하곤 했는데, 파주로 이사온 뒤로는 주로 집에서 글을 쓰고 있어요.
파주에서 좋아하는 곳은 어디인가요?
집이랑 가까운 헤이리시네마를 종종 찾아요. 지난 주말에도 다녀왔죠. 상영관은 작지만 좌석도 안락하고 테이블도 넓어서 사적인 공간처럼 느껴지는 곳이에요. 하루에 4편 정도 영화를 상영하는데, 다른 영화관에서 만나기 힘든 독특한 작품이 많아요. 커피 향이 진하게 나는 1층 카페도 마음에 들고요.
카페를 자주 찾는 편인가요?
사실 파주에서는 모든 것이 멀어졌어요. 서울에선 손만 뻗으면 어디든 원하는 장소들이 있었는데, 집 근처가 허허벌판인 탓에 아직 마땅한 카페를 못 찾았어요. 커피를 좋아하긴 하지만, 카페인이 몸에 잘 받지 않아 하루에 1잔 정도밖에 못 마셔요. 2잔이 넘어가면 밤에 잠을 못 이루죠.
카페에서는 주로 무엇을 하나요?
마감할 때 집에서 더 이상 긴장감을 느끼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짐을 챙겨 카페를 찾곤 했어요. 마감이 아닐 때에는 차분히 책을 읽거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죠.
매일 글을 연재하는 일상은 상상이 가지 않네요.
사실 일간 이슬아 연재를 하는 동안 건강이 좀 안 좋아졌어요. 심지어 병원에서 마감을 한 날도 있었죠. 집중을 요하는 글 작업을 매일 했던 탓에 위가 많이 상했고, 목과 몸에 무리가 왔어요.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인데, 매일 요가를 한 뒤로는 몸이 좀 나아졌죠. 어쩌면 연재를 하려고 운동을 해온 것 같기도 하네요. 최근에는 주짓수를배우기 시작했어요.
비건이 된 이유도 건강 때문인가요?
비건이 되기로 마음먹은 건 공장식 축산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었어요. 대량 사육을 통해 강제로 태어난 동물을 먹는 일이 규모와 방식 면에서 너무 끔찍했거든요. 나 한 사람이라도 실천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해 이제 일상이 되었어요. 지금은 그냥 즐거워서 하는 것 같아요. 비건 식단이 의외로 맛있고, 또 건강에도 좋으니까요.
여행을 자주 떠나나요?
고백하자면 전 집에 머무는 걸 좋아하는 ‘집순이’에요. 아무래도 반복적인 일상에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행을 떠날 때에는 되도록 무리하지 않으려 해요. 일단 계획을 거의 세우지 않죠. 바다가 있는 더운 나라에서 느긋하게 머무는 여행을 선호하고요. 그리고 여행을 가서도 가급적 요가와 달리기를 매일 하곤 해요.
인상적인 곳은 어디였나요?
그간 여행을 다녀온 곳 모두 인상적이었는데, 10대 때 떠난 히말라야가 특히 생각나요. 장티푸스와 고산병에 걸린 탓에 3,500미터 고지에서 갑자기 눈이 안 보였죠. 결국 셰르파의 조랑말에 납작 엎드린 채 내려와야 했고요. 그때의 조랑말 냄새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어요. 가장 마음이 편한 곳은 역시 동남아시아의 외딴 시골 마을 같아요. 최근 다녀온 베트남 호이안 외곽의 바닷가를 곁에 둔 마을도 좋았어요. 기회가 된다면 하와이에 한번 가보고 싶어요.
새 일간 이슬아는 어떤 내용으로 쓸 계획인가요?
연재 초기에는 저와 제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는데, 이제는 타인의 1인칭 시점으로 글을 써보고 싶어요. 지난해 인터뷰를 연재한 것도 조금은 다른 시도였죠. 아마 점점 더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할 것 같아요.
이슬아 작가의 추천 플레이리스트
FKJ - Salar de Uyuni for Cercle
이슬아는 글을 연재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연재 노동자, (거의) 홀로 운영하는 헤엄출판사의 대표, 아침마다 빼먹지 않고 요가를 하는 생활 체육인이다. ‘일간 이슬아’ 연재를 기반으로 <일간 이슬아 수필집>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심신 단련> <깨끗한 존경> 등의 책을 냈다. @sullalee
글. 고현 / 사진. 최남용
▶이슬아와 파주에서 pt. 2 - 파주 로드 트립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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