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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Feb 21. 2019

서귀포 도심 자동차 여행

서귀포에서 또 다른 여행을 찾다


서귀포 시가지를 누비며 여행을 자극하는 장소를 발견해보자. 제주도가 여러분을 또 다른 여행의 세계로 안내할지도 모르니까.






서귀포 구시가지의 아담하고 매력적인 숍 가가멜과 수제 캐러멜. ⓒ 윤정빈

가가멜


감귤 사탕부터 감귤 빵떡까지. 제주도 여행에서 돌아오는 이라면 한번쯤, 한 손에 들고 오는 멋쩍은 선물. 감귤 맛 식품은 언제부터인가 제주 여행 선물의 클리셰가 되어버렸다. 없어도 될 것 같으나 빠지면 섭섭한 계륵처럼 말이다. 이런 식상함에서 탈피하고픈 당연한 바람은 한 디저트 애호가의 수완을 자극했다. 이왕이면 달콤한 캐러멜로 흡족한 기분을 전할 수 있는 여행 선물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서귀포 구시가지, 듬성듬성 고깃집이 자리한 문부로 골목 한쪽에 자리한 가가멜은 캐러멜 전문점이다. 서울 출신의 오정민 대표가 1년 전 문을 열었다. 제주도를 수시로 왔던 그녀는 선물로 구매할 만한 게 마땅치 않아 늘 아쉬웠다고 한다. 그러다가 일본 도쿄의 ‘넘버 슈거’ 같은 캐러멜 전문 숍을 직접 열었다. 두루 여행을 다니며 여러 디저트 숍을 찾아간 경험을 살린 것이다. “제주 감귤, 녹차, 우도 땅콩, 밀크, 솔트, 커피 등 여덟 가지 맛의 캐러멜을 매일 수작업으로 만들어요. 만화에서 가가멜이 매일 끓여내는 것처럼요.” 매일 캐러멜을 먹는다는 오정민 대표가 말한다. 가가멜의 정체가 궁금해 찾아온 손님은 이곳에 쉽게 반할 수밖에 없다. 앙증맞은 패키지에 담긴 캐러멜은 선물로도 알맞고, 포장을 벗겨 입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식감과 감칠맛이 혀를 자극한다. 정말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은 맛이다. 더 진한 달콤함을 찾기 위해서 캐러멜 라테나 캐러멜 밀크티까지 곁들여도 좋겠다.


ⓘ 캐러멜 1개 800원, 8개 기프트 박스 7,500원, 16개 기프트 박스 1만4,000원, 11am-5pm, 일 〮 월요일 휴무, 서귀포시 문부로 8, 인스타그램 @gagamel_jeju




봉주르 마담에 진열된 각양각색의 제과들. 선택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 윤정빈

봉주르 마담


“이 동네에서 너무 고급스러운 이름을 내세우면 사람들이 어색해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누구나 친근하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봉주르 마담이라고.” 해맑은 인상의 김시엽 오너 파티시에가 말한다. 그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와 콘래드 서울에서 실력을 발휘하다가 2016년 서귀포 신시가지에 봉주르 마담을 오픈했다. 당시 막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던 신시가지에서는 보기 드문 소규모 독립 제과점이었다. 오픈 초기에는 살짝 걱정도 했지만, 이내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어 모았다. 기본기를 지키는 데서 출발한 빵의 맛을 손님들이 기꺼이 알아주고 찾아온 것. 봉주르 마담은 프랑스 밀과 유기농 맥선 밀가루를 사용하고, 제빵실의 온도를 24시간 내내 18도로 유지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손님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칸레(카눌레)다. 손이 많이 가는 페이스트리지만, 이 작고 보드라운 칸레를 보는 순간 이곳이 제대로 된 프렌치 제과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칸레에 이어서 크루아상, 밀푀유, 마카롱, 마들렌, 러스크, 사브르 등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가 손길을 기다린다. 그중 김시엽 파티시에가 추천하는 것은 크루아상. 특히 큼지막한 사이즈에 부드러우면서도 바삭한 크루아상은 절대 다수가 인정하는 맛을 뽐낸다. 아몬드 크루아상과 초코 크루아상까지 선보이는 터라 크루아상 마니아는 고민에 빠지기 마련이다. 밀푀유나 버터 프레첼도 흠잡을 게 없을 만큼 훌륭하다. 이쯤 되면 어느 것을 골라도 만족할 듯. 파티시에의 자신감에는 역시 그 이유가 있다.


ⓘ 크루아상 3,000원, 칸레 2,500원, 화~토요일 9am~9pm, 일요일 11am~9pm, 서귀포시 대청로 33 1층, 인스타그램 @bonjour_madame_jeju




센트로의 함보배‧박정화 부부. 자신들의 첫 번째 레스토랑에서 이탤리언 가정식을 선보인다. ⓒ 윤정빈
프렌치 요리 테크닉을 접목한 마늘 오일 파스타. ⓒ 윤정빈

센트로


최근 서귀포의 미식 지도에도 실력파 오너 셰프의 현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탤리언 가정식을 표방하는 센트로도 그중 하나. 함보배‧박정환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은 이탈리아 동네 식당을 서귀포 골목 자락에 펼쳐놓은 듯하다. 수수한 외관의 공간에서 진지한 꿈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말이다.


함박부부(함보배‧박정화 부부의 애칭)는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의 프렌치 레스토랑 밀리우에서 처음 만난 사이. 둘 다 자신이 하고 싶은 요리를 꿈꾸며 고심 끝에 직장을 뛰쳐나와 센트로를 시작했다. ‘밀리우’가 프랑스어로 중심을 뜻한다면, 그들이 시작한 ‘센트로’는 이탈리아어로 중심을 의미한다. 이곳의 메뉴 구성은 파스타와 스튜 위주로, 얼핏 평범해 보이나 자세히 탐색하면 뇨키, 라비올리, 라자냐까지 꽤나 정통파다. “라자냐와 라비올리를 직접 손으로 빚어내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손도 많이 가지만, 저희가 좋아하기 때문에 계속 메뉴에 올려요.” 서귀포 토박이라는 박정환 셰프가 말한다.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를 만들 때 면수를 많이 사용하는데, 센트로의 파스타는 프렌치 스타일처럼 닭 육수로 맛을 내요. 제 전공을 살리는 거죠.” 그가 능숙하게 완성한 올리브 오일 파스타는 면에 올리브 오일이 제대로 흡착되어 묵직하면서도 진하다. 과하게 기교를 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맛이다. 테이블에 함께 놓이는 생바질 셔벗은 깔끔한 후식으로 안성맞춤이다. 동네 주민도 자주 찾아와 한 끼를 맛보는 곳. 누구라도 편하게 먹고 갈 수 있는 이탤리언 식당은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 마늘 오일 파스타 1만1,000원, 새우 라비올리 1만8,000원, 11am~9pm(브레이크 타임 3~5pm), 화요일 휴무, 서귀포시 태평로 449, 인스타그램 @centro_jeju




이상은 셰프는 지금까지 30개국의 요리를 메뉴에 올렸다. 오소부코를 메인으로 한 이탤리언 가정식. ⓒ 윤정빈

세계의 가정식


매주 목요일 색다른 세계의 가정식을 만들기. 또 그것을 사람들에게 선보이기. 무척 흥미롭지만, 한편으로는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프로젝트가 서귀포의 한 식당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미 1년 넘게 전 세계 각국의 음식을 내는 세계의 가정식에서 말이다.


‘이탈리아의 가정식’ 메뉴판으로 사용하는 2절 크기의 스케치북에는 푸짐한 상차림 사진이 붙어 있다. 오소부코 파스타, 그레몰라타, 샐러드, 올리브 버터 빵, 할라페뇨 그리고 마블 케이크. 금주의 메뉴인 이탈리아 가정식의 구성이다. 소꼬리로 조리한 오소부코는 부드럽게 익었고, 상큼한 그레몰라타를 올려 먹으니 맛이 더욱 풍부해진다. “여행을 다니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레시피를 꼭 물어봤고, 직접 만들어봤어요. 지금까지 약 30개국의 가정식을 만들어본 것 같네요.” 요리를 전공하고 몇몇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은 이상은 오너 셰프가 말한다. 그녀는 유럽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 제주도에 왔다가 내친김에 부동산에 빈 가게를 물어봤고, 우연치 않게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해 계약했다고. 그후 세계의 가정식을 열어 매주 꼬박꼬박 새로운 음식을 메뉴에 올린다. 수요일에 새로 정한 음식을 처음 만들어보는데, 생각한 만큼 잘 안 된다 싶으면 레시피를 수정하느라 목요일 문 여는 시간을 늦추기도 한다. 가정식마다 손님 반응도 다른 편. 이탤리언 가정식을 낼 때 호응이 가장 좋고, 자메이카 가정식도 인기를 끌었다고. 테이블 위에서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면, 매주 화요일 인스타그램에 새로 포스팅되는 세계의 가정식을 놓치지 말자.


ⓘ 가정식 1만5,000원, 11am~9:30pm(브레이크 타임 3pm~5pm), 수요일 휴무, 서귀포시 천지로 42, 인스타그램 @euny__ee



글. 허태우    사진. 윤정빈




서귀포에서 또 다른 여행을 찾다 이어진 이야기

서귀포 교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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