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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Sep 02. 2020

별을 보다 만나, 별을 보러 떠난 여행자 커플

목적은 모두 다르지만, 자동차로 세계 여행을 다녀온 3팀의 여행자.
그들에게 지속 가능한 자동차 여행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첫 번째, 별을 보다 만나 별을 보러 떠난 커플의 이야기.




환상적인 하늘을 선물해줬던 멕시코 플라야 엘 테코로테 .ⓒ 윤진영,신선아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2016년 9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자동차로 여행을 다녀온 윤진영, 신선아입니다. 대학생 때 천문 동아리에서 선후배 사이로 만나 결혼했고, 서로 고민이 많던 시기에 의기투합해 여행을 다녀왔어요. 둘 다 별 보는 게 취미라 여행 중 미국 개기일식부터 핀란드의 오로라,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2주간 별만 보다 올 만큼 별을 사랑하는 커플입니다. 


자동차로 세계 여행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차를 구입해 남쪽으로 내달려 아메리카 대륙 끝 우수아이아까지 갔습니다. 그 후 배편에 차를 유럽으로 보내 유럽을 한 바퀴 돌고, 마지막으로 시베리아를 건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물론 차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카페리를 이용해 동해로 들여왔고요. 지금 세어보니 40개국 정도 여행한 것 같네요. 기간은 정확히 927일입니다.


여행을 함께 한 자동차도 소개해주세요.

다행히(?) 차 한 대로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애칭은 ‘일식이’입니다. 개기일식을 보는 게 여행의 큰 목적 중 하나라 그렇게 지었죠. 차종은 토요타 4Runner입니다. 일본이나 북미 지역에만 판매되어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차량입니다. 4.0L 가솔린엔진을 올려 연비는 좋은 편이 아닙니다. 7km/L 정도예요. 기름이 비싼 북유럽에서 기름을 가득 채우면 20만 원 정도 듭니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은 고도가 높아 별을 보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 윤진영,신선아



여행 기간 중 자동차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나요?

수도 없죠. 쿠스코로 가는 길목인 아방카이라는 곳에서 하루 묵던 중에 호텔 주차장 담벼락이 무너졌는데 다행히 일식이만 무사했던 일도 있고, 캐나다에선 작은 생쥐가 차 안에 침입해 일주일 만에 쥐덫으로 잡기도 했죠. 멕시코에선 부패 경찰에게 돈을 갈취당하려던 찰나 ATM기 앞에 서 있던 공무원이 경찰을 쫓아주기도 했고, 노르웨이 로포텐 제도에선 도랑에 빠진 차를 털북숭이 로니가 돈 한 푼 받지 않고 꺼내주기도 했습니다. 다 말하자면 하루도 모자라요.


자동차 여행의 특성상 식사 등 많은 것을 차 안에서 해결했을 텐데,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일단 길이 아닌 곳은 가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자동차 바퀴가 지나간 곳만 다녔어요. 쓰레기는 당연히 수거해서 폐기했고요. 노르웨이나 스웨덴 같은 곳은 낚시도 함부로 할 수 없어 허가된 곳에서만 했죠. 여행 특성상 야외 캠핑이 잦은데, 가능하면 화덕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거나 허가된 곳에서만 캠핑했습니다. 그리고 별 보는 게 취미인 ‘별쟁이’라 공해를 줄이는 차원에서 잘 때는 꼭 불을 껐습니다.


총 이동 거리는 얼마나 되나요? 평균 주유비도 궁금합니다.

주행거리는 9만9,305km, 주유량은 휘발유 1만4,401L, 연비는 7.0725km/L입니다. 평균 주유비는 휘발유 기준 리터당 1,000원 정도였습니다. 가장 저렴했던 곳은 에콰도르로 리터당 550원, 가장 비싼 곳은 노르웨이로 리터당 2,400원 정도였습니다.


ⓒ 윤진영,신선아



자동차로 여행을 해서 좋았던 점, 차가 있어 불편했던 점이 있다면요?

차를 타고 여행을 하면 아무래도 기차나 비행기 여행에 비해 느리죠. 오늘은 런던, 내일은 로마 하는 식의 여행은 애당초 불가능해요. 다만 가고 싶을때 가고, 머물고 싶을 때 머물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습니다. 굳이 버스나 비행기 시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길 가다 멋진 곳이 나오면 하룻밤 묵어 갈 수도 있고요. 자유가 길 위의 삶을 계속하게 하는 힘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불편했던 점은 딱히 없어요. 가는 곳마다 안전한 주차 장소를 찾아야 한다는 것 정도? 멕시코에서 한번 차량털이를 당했거든요.


가장 인상 깊었던 나라를 꼽아주세요.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2주 동안 머무르며 별을 보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곳은 전 세계에서 맑은날이 제일 많고, 고도가 높아 별을 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죠. 그래서 유명한 천문대들이 둥지를 튼 곳이기도 하고요. 낮에는 맥주를 마시거나 사진 정리를 하며 쉬다가 해만 떨어지면 망원경을 들고 나가 별을 봤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과는 다른 남반구의 별자리를 보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렇게 별 구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2주를 보낸 기억이 참 행복했어요. 


여행지 중 친환경 도시라고 느낀 곳이 있나요?

칠레 푸콘요.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같은 곳인데, 눈이 소복이 덮인 화산섬과 맑은 호수가 있는 곳입니다. 마을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장작 타는 향기를 맡게돼요. 바로 옆에 비야리카 국립공원이 있어 공기도 아주 좋고요.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발디비아는 유명한 ‘쿤츠만’ 맥주를 생산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곳은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반도예요. 따로 말이 필요 없는 곳이기도 하고, 알레만스레텐이라고 누구나 자연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철저하게 보장하는 곳입니다. 사유지라 할지라도 말이죠.



ⓒ 윤진영,신선아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바라본 은하수. ⓒ 윤진영, 신선아



가장 인상 깊었던 나라를 꼽아주세요.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2주 동안 머무르며 별을 보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곳은 전 세계에서 맑은날이 제일 많고, 고도가 높아 별을 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죠. 그래서 유명한 천문대들이 둥지를 튼 곳이기도 하고요. 낮에는 맥주를 마시거나 사진 정리를 하며 쉬다가 해만 떨어지면 망원경을 들고 나가 별을 봤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과는 다른 남반구의 별자리를 보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렇게 별 구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2주를 보낸 기억이 참 행복했어요. 


여행지 중 친환경 도시라고 느낀 곳이 있나요?

칠레 푸콘요.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같은 곳인데, 눈이 소복이 덮인 화산섬과 맑은 호수가 있는 곳입니다. 마을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장작 타는 향기를 맡게돼요. 바로 옆에 비야리카 국립공원이 있어 공기도 아주 좋고요.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발디비아는 유명한 ‘쿤츠만’ 맥주를 생산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곳은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반도예요. 따로 말이 필요 없는 곳이기도 하고, 알레만스레텐이라고 누구나 자연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철저하게 보장하는 곳입니다. 사유지라 할지라도 말이죠.


오랜 시간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 있을까요?

아마 남미 어딘가를 달릴 때였던 것 같습니다. 저희는 조금 느리게 여행하는 편이라 어느 한 도시를 가면 보통 3일, 길면 한 달씩 머물거든요. 그렇다고 열심히 관광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전망 좋은 데서 커피를 마시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곤 하죠. 어느 날은 다른 여행자들처럼 많이 보고 바삐 다녀야 하는 게 아닌가? 걱정되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좀 더 열심히 다녀야 하지 않겠냐고. 그때 아내가 말하더군요. “괜찮아, 여보. 우린 가는 길이 다 여행이잖아.” 생각해보니 그랬네요. 우리 여행은 버스나 비행기에 몸을 싣고 그 안에서 잠을 자거나 쉬는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가는 길이 다른 여행이었어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여행을 하세요.



한 폭의 그림 같았던 아르헨티나 피츠로이 봉우리와 엘찰텐. ⓒ 윤진영, 신선아



코로나19로 여행이 어려워진 요즘, 다시 꼭 가고 싶은 한 곳을 뽑는다면 어디인가요?

칠레 아타카마는 꼭 다시 가고 싶어요. 별빛에 대한 갈증이 여전하거든요. 그리고 멕시코, 터키도 다시 가고 싶네요. 음식도 정말 맛있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너무 친절했어요. 친구들에게 받은 호의를 다시 가서 열배로 돌려주고 싶어요.


다시 여행을 떠난다면, 어느 나라를 선택할 건가요?

길게 여행을 다녀왔더니 사실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현재 생활에도 크게 만족하고 있고요. 소소하게 좋았던 곳을 다시 가고 싶네요. 커피가 정말 맛있었던 코스타리카 몬테베르데, 3일 동안 사람 한 명 구경하지 못했던 티에라델푸에고섬, 맛있는 성게알과 연어를 배불리 먹었던 칠레 푸에르토몬트 등은 다시 가도 좋을 것 같아요.


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여행 자체가 사람들의 호의를 입고 자연의 배려를 먹고 다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 아닌 다른 것들에게서 받은 것을 돌려주면서 다니면 될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웃어주고, 길고양이 한번 쓰다듬어주고 이런 것들요.




글, 사진 윤진영, 신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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