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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Sep 09. 2020

여행가 9인의 사적인 뷰포인트


Memorable View Point

여행가 9인이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에 보내온 사적인 뷰포인트




1. 미얀마 — 므라우크 우


"고대 도시 므라우크 우(Mrauk U)는 내전 지역이라는 걱정과 달리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풍긴다. 수많은 사원 사이로 보이는 현지인들은 새벽부터 나와 기도와 운동을 하고, 우물에서 물을 길어 간다. 아침 일찍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난 사원들 사이를 걸었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나타나는 거대한 사원의 실루엣, 물안개 사이로 내리쬐는 아침 햇살까지 모두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안개 사이로 갑자기 마주친 외국인인 나를 보고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나도 같이 ‘씩’ 한번 웃어주며 친구가 되어본다." 


_포토그래퍼 장승호





2. 일본 — 가가와현 데시마 미술관

"공간에 압도된 탓일까, 천장에 큰 구멍이 뚫린 하얀 돔 안으로 신발을 벗고 들어가자 모두가 고요해졌다. 데시마섬의 데시마 미술관(Teshima Art Museum)은 전시하는 미술 작품 하나 없이 미술관인, 그 자체가 작품인 공간이다. 머리 위 둥근 원이 늦봄의 연한 하늘빛으로 채워졌다. 조금씩 보이는 연녹색 나뭇잎도 다르게 와닿는 순간이었다." 

_포토그래퍼 임학현





3. 미국 — 뉴욕 이스트 리버 주립공원 

"뉴욕 하면 대부분 화려한 스카이라인과 세련된 뉴요커를 떠올리지만 시선을 잡는 것은 의외의 풍경이다. 브루클린의 이스트 리버 주립공원(East River State Park)은 그런 의미에서 뉴욕의 자화상 같다. 전혀 뉴욕답지 않은 곳에서 가장 뉴욕다운 모습을 좇기 좋다. 책 읽는 여인에게서 시간에 연연하지 않는 뉴욕의 면모를 발견했다." 

_포토그래퍼 이지원





4. 스페인 — 칼페

"나에게 여행은 영감과 경이로움의 원천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해석하는 열쇠 같은 존재이자, 세상 모든 것에 마음을 여는 새로운 숨결이다. 지중해를 끼고 자리한 스페인의 해안 도시 칼페(Calpe)에 도착했을 때, 딱 그런 느낌이었다. 세상에 이토록 경이로운 장소가 또 있을까? 푸른 바다와 핑크빛 건물의 대비가 단번에 시선을 끈다. 거대한 픽셀 아트 같다. 건물은 건축가 리카르도 보필(Ricardo Bofill)이 지은 ‘라 무랄라 로자(La Muralla Roja)’ 아파트다. 개인 소유지라 안에 들어가볼 수는 없지만, 풍경은 오래도록 감상할 수 있다."

_포토그래퍼 루트비히 파브르





5. 프랑스 — 보르도

"최악의 출장에서 건진 최고의 사진 한 장.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해외 출장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에 드는 멋진 컷을 많이 얻었다.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던가. 그 출장 이후 여행 잡지업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생각하게 되었고, 길게 몸담아온 여행 사진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일이 잘 풀려 힘들었던 그 시간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_포토그래퍼 김재욱





6. 이탈리아 — 시칠리아

"내가 여행자임을 가장 실감하는 때가 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낯선 천장이 보이는 순간. 낡은 컴퓨터가 부팅되듯 현실 감각이 돌아오기까지, 그 찰나의 순간만큼 온몸으로 내가 낯선 곳에 있다는 걸 느낄 때가 없다. 이 사진은 작년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섬에서 한 달 살기를 할 때 매일 아침 마주하던 풍경이다. 창이 높아서 딱 1m만 내리쬐는 햇살과 높은 천장 때문에 항상 나무 향과 함께 서늘한 공기가 돌던 방. 이 장면을 보면서 눈을 뜨는 것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을 때쯤 나의 한 달 살기는 끝이 났고, 새로운 장소와 매일 아침 다시 친해지기를 반복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새로운 느낌이 간절하다."

_<디에디트> 에디터 이혜민





7. 슬로베니아 — 블레드섬

© 임학현

"고요한 호수에 섬 하나가 떠 있다. 섬은 초록색 나무와 붉은 지붕의 집, 그리고 고딕 양식 교회 첨탑으로 뒤덮여 있다. 숨 막히는 풍경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게다. 동화 속에나 존재할 법한 비현실적인 풍경을 보고 있는 곳 역시 비현실적이다. 이곳은 블레드(Bled)섬. 호수 위 절벽에 자리 잡은 웅대한 성이다. 율리이스카 산맥(Julijske Alpe)의 빙하가 녹아 모여들면서 형성된 블레드 호수의 그림 같은 풍경은 이곳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_<아시아나> 편집장 김면중





8. 미국 — 오리건주 스미스 록 

"나에게는 늘 미국에 대한 향수가 있다. 4년간 머물렀던 추억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미국을 잘 안다고 자부했는데, 이곳에 오는 순간 내 생각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중부에서 살았던 나에게 북서부는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였다. 로드 트립을 하다 보면 사막을 만났다가 숲을 만나고, 설산을 바라보면서 달려가다 보면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강이 흐르는 그림 같은 풍경과 마주하기도 한다. 내 발길을 한참 붙잡은 곳은 바로 오리건시티, 스미스 록(Smith Rock)이다. 눈앞에 펼쳐진 광대한 자연의 모습은 인간이 한낱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이 웅장함 앞에서 나는 할 말을 잃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_여행작가 & 인플루언서 백승이





9. 스코틀랜드 — 슬레인스 캐슬 

"벽만 남은 성 하나가 인적 드문 바닷가에 오롯이 서 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지붕마저 떼어낸 스코틀랜드의 슬레인스 캐슬(Slains Castle)은 18세기까지 유명인이 방문하는 사교의 장이었다. 그곳엔 아일랜드의 소설가 브램 스토커도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머물던 자리가 폐허로 남은 모습을 보며 슬픔과 함께 애잔함마저 느껴지는 곳. 창밖으로 윤슬과 구름을 보고 있노라니 브램 스토커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든다. 그도 이 창 너머로 바다를 바라보며 고향에 있는 누군가를 그리워했을까."

_포토그래퍼 최남용




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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