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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Sep 07. 2020

J24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꿈꾸는 요트 청년 류창수


요트, 카약, 제트보드, 제트스키까지. 수상 해양 스포츠를 즐기며 캠핑까지 함께하는 5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그들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사진은 보너스다. 첫 번째는 요트의 대중화와 J24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꿈을 향해 항해하는 청년 류창수



Infinity Challenge


미국에서 열린 마이애미 J24 월드 챔피언십. ⓒ류창수


요트를 처음 접하게 된 시기는 언제인가요? 

대학교 1학년 때 우연한 기회로 요트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사실 요트에 전혀 관심도 없었어요. 그러다 동아리 선배의 작은 요트를 처음 타본 후 홀딱 반해버렸죠. 지금도 당시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요. 오직 바람으로 움직이는데 속도감이 정말 대단했어요.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정신없이 몸을 움직이며 균형을 잡으려 애썼죠. 정말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취미로 요트를 즐긴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완전히 취미로 자리 잡은 건 5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친구, 후배들과 요트를 구매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요트를 타고 싶을 때면 여기저기 여러 요트 팀한테 연락해서 태워달라고 했어요. 그러다 5년 전 요트 동아리 후배들과 포장마차에서 술 한잔 기울이다 세계 대회에도 나가는 요트 팀을 만들게 되었죠. “야, 그냥 우리도 요트 사서 대회 한번 나가볼래?”라고 제가 물었고, 그길로 십시일반 돈을 모아 J24라는 대학 때부터 타던 기종의 요트를 구매했습니다. 이름은 ‘서머 산타(SUMMER SANTA)’예요. 2016년부터 일본, 캐나다,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대회에 도전하려 꾸준히 연습 중이고 캠핑도 같이 즐기고 있어요. 



요트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원하는 목적지까지 오직 바람을 이용해서 갈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파도를 가르며 항해하는 느낌, 눈을 감고 있으면 얼굴 위를 스치는 바람의 감촉과 출렁이는 파도 소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을 주죠. 요트는 정말 과학적인 스포츠라 많이 배우고 공부해야 해요. 물의 마찰과 바람 받는 면적을 최대한 이용해 모든 크루가 하나 되어 행동해야 하죠. 그렇게 호흡이 잘 맞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면 그 성취감은 엄청나요. 가끔 의견 차이로 크루끼리 다투기도 하지만 그 또한 경험이고 매력인 것 같아요. 


바다에 있을 때 모습이 더 활기 넘친다. ⓒ류창수


요트 입문자에게 조언 한마디 한다면? 

어떤 요트에 관심이 있나요? 다른 배들과 경쟁하는 요트 레이스? 아니면 섬과 섬을 돌아다니며 바다 위에서 파티를 즐기는 크루징? 레이스에 관심이 있다면 딩기라는 1인용 요트를 타고 배우면서 요트의 추진 원리와 경기 방식 그리고 경기 룰을 공부해보세요. 크루징에 관심이 있다면 섬 여행을 위해 국내 요트 면허를 따고, 주변에 요트가 있는 사람들과 항해를 많이 나가보고요. 바다도 도로교통법규처럼 바다교통법(해사법규)이 있습니다. 바다 위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숙지하고, 경험이 쌓였다는 생각이 들면 가까운 섬부터 도전해보세요. 그런데 요트는 구매보다 관리가 중요해요. 자동차처럼 매일 사용하는 교통수단도 아니고, 바다 위에서는 전화 한 번에 출동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요. 선체나 부품 등을 꾸준히 관리해야 안전하고 즐거운 세일링이 될 수 있어요! 



요트를 타며 위험했던 순간이 있었나요? 

2019년 미국 마이애미 J24 요트 대회에 참가했을 때요. 6일 동안 경기가 이어지는 월드 챔피언십 기간 중 4일째 되던 날, 팀 멤버 중 한 명이 바다에  빠질 뻔한 일이 생겼습니다. 사실 저희는 강한 바람에 모두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거든요. 누군가 물에 빠졌다는 소리에 처음엔 다른 배에서 사고가 발생한 줄 알고 두리번거렸는데, 앞에 있던 친구가 “MOB(Man over Board)”라고 외치는 거예요. 저희 배를 보니 멤버 한 명이 배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더라고요. 바다에서는 항상 긴장해야 합니다. 한순간 위험해질 수 있거든요. 요트 교육 중 물에 빠진 사람을 구출하는 방법이 있으니까 항해하기 전에 꼭 연습해보세요.



요트를 운전하거나 타면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세일링 요트는 바람길을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배들과 항로가 겹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항상 주위를 잘 살펴봐야 하죠. 부표와 다른 선박에 관한 정보를 키잡이에게 미리 알려주면 요트 충돌을 방지할 수 있어요. 장비 관리도 중요한데요, 경기 중 시트(줄)가 끊어지거나 다른 장비가 파손될 수도 있어요. 항상 대체할 수 있는 여분의 장비를 준비하고, 물은 많이 비축할수록 좋은 것 같아요. 섬과 섬을 여행하는 크루징은 요트 킬(keel)과 장애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수심과 주변 어장을 자주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야간 항해 시 레이더와 무전기, 항해등을 비롯해 각 지역 해경에 출항 신고는 필수입니다.


요트를 타고 가는 섬 백패킹은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류창수


국내에서 요트를 취미로 시작할 때 추천할 만한 좋은 경로가 있다면? 

지역마다 시에서 관리하는 요트 교육 시설이 있습니다. 서울은 경기요트학교(김포 아라마리나), 부산에는 부산요트학교(수영만요트경기장), 포항은 포항요트학교(영일만) 그리고 통영에는 통영요트학교, 마지막으로 경북과 전북에 경북요트학교(후포), 전북요트학교(격포)가 있죠.



요트를 정박한 후 둘러보기 좋은 코스가 있나요? 

통영 근처 섬이 매우 좋습니다. 요트 정박 시설도 잘되어 있고,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섬 곳곳에 숨어 있는 알짜 트레킹 코스, 맛집 투어 등 추천 코스가 많아요. 개인적으로 사량도는 문어라면, 비진도는 해수욕장 · 트레킹, 한산도는 캠핑장 · 트레킹, 만지도는 해물라면, 욕지도는 고등어회 · 해물짬뽕, 대매물도는 캠핑장 · 트레킹, 연화도는 트레킹 · 해산물을 추천할게요.



요트를 타고 캠핑도 즐긴다고 하던데요. 

요트에서 캠핑하려면 날씨가 아주 좋아야 해요. 바다 위라 계속 흔들리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섬에 정박한 후 백패킹을 하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일반 유람선을 타고 편하게 섬에 갈 수도 있지만, 요트를 타고 가는 섬 백패킹은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거든요. 시간과 짐의 크기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오직 자연의 힘으로만 처음부터 끝까지 즐기는 캠핑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을 주죠. 무사히 섬에 도착해 첫발을 내디뎠을 때 느끼는 안도감은 캠핑의 재미를 배가합니다.


미국에서 열린 마이애미 J24 월드 챔피언십. ⓒ류창수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었던 요트 여행을 꼽는다면? 

단연 미국에서 열린 마이애미 J24 월드 챔피언십이죠. 세계 대회에 참가하면서 요트를 타는 방향성이 뚜렷해졌어요. 참고로 저희 팀은 국내에서 세계 대회를 3번 이상 도전하고 있는 유일한 팀입니다. 저희만큼이나 요트를 사랑하는,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 행복해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예요. 에메랄드빛 바다에 푸른 하늘 날씨도 덥긴 하지만 습하지 않아서 경기하기에 최상의 조건이었어요. 7일간 펼쳐진 요트 경기는 정말 꿈 같은 시간이었죠. 보통 세계 대회는 80~100척이 동시에 출발해 경쟁해요. 일본, 캐나다 대회 때는 매번 하위권에 있었는데, 미국 대회에선 첫날 90척 중 14등을 했어요. 저희 팀 모두 너무 놀라 어리둥절했죠.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들키지 않았지만 사실 전 눈물까지 흘렸어요. 올해 세계 대회는 영국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내년으로 연기되었어요.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대회도 열렸으면 좋겠네요.



나만의 ‘최애’ 스폿은 어디인가요? 

통영 대매물도요. 통영에서 대매물도까지 바람이 좋으면 3시간, 바람이 약할 때는 5시간 정도 걸려요. 특히 대매물도는 요트 계류장을 갖춰 안전하게 정박도 가능하고, 바로 위에 캠핑장이 있어서 자주 찾는 곳입니다. 



나에게 요트란? 

사람들이 가끔 제 SNS를 보며 요트 선수가 아니냐고 물어봐요. 그럴 땐 황당하면서도 기분이 좋죠. 저에게 요트는 활력소입니다. 회사에서 묵묵히 일하는 저보다 바다에 있을 때 제 모습이 더 활기 넘치는 것 같거든요.





글. 안효진 / 사진.류창수




< 캠핑십 이야기 >


part 2. 카약을 만나 제2의 인생을 사는 심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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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동호인에서 세계 대회까지, 요트 마니아 박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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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부캐'는 제트서프 프로선수, 이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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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PWC, 제트스키에 올라탄 자동차 저널리스트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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