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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Dec 09. 2020

고성 로드 트립 코스 with 일러스트레이터 김나훔





하늘과 바람과 돌과 물

바우지움조각미술관

ⓒ 김정훈
ⓒ 김정훈

“이런 곳에 미술관이 있다고?” 좁은 마을길을 따라 들어가며 김나훔과 촬영팀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길을 잘 못 든 게 아닐까 싶을 때쯤 작은 표지판들이 나타난다. 바우지움조각미술관으로 가는 길. 치과 의사인 안정모 박사와 조각가인 김명숙 관장 부부가 2015년에 건립한 조각 전문 사립 미술관인 이곳은 건축가협회상, 김수근문화상, 서울시건축상을 수상한 김인철 건축가의 작품이다. 선과 면, 질감으로만 이루어진 건축물은 하늘과 바람, 돌, 그리고 물과 어우러져 수평을 이룬다. 대관령 터널 공사장에서 걷어온 쇄석과 원암리 돌덩어리들로 ‘돌의 정원’을 만들었고, 바위로 지었기 때문에 바우지움이라 이름 붙였다. 김명숙 관장의 컬렉션을 상설 전시하는 근현대조각관과 그녀의 작품 전시와 작업실을 겸하는 김명숙조형관, 그리고 특별 전시장이자 큐레이터 공간이 있는 별관으로 이어진다. 1만6,528제곱미터의 대지 가운데 건축은 10%만 차지하며, 드넓은 대지 어느 곳에서든 울산바위를 볼 수 있다. 조형을 담을 공간에서 건축은 나서지 않고 조용히 그 자리만 지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름다운 곳은 ‘물의 정원’이다. 미술관을 둘러본 뒤 주차장 바로 앞 카페 바우와 아트 숍에도 들러 커피 한잔의 여유를 만끽해보자.


ⓘ 관람료 일반 9,000원(티켓 소지 시 따뜻한 아메리카노 1잔 제공), 10am~6pm, 033 632 6632,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온천3길 37





소박하지만 넉넉한 인심

남경식당

ⓒ 김정훈
ⓒ 김정훈

바다를 마주하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고성 여행을 계획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경식당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식사를 하려고 벼르는 곳이니 점심시간을 살짝 피해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고성 돌문어를 얇게 썰어 올린 문어곱창전골은 바다와 땅의 맛을 그대로 담아냈다. 시원한 국물에 쫄깃한 문어와 곱창은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문어곱창전골을 다 먹은 후 볶음밥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주인에게 슬쩍 물어보니 촬영팀 일행 중 건장한 남자들이 많아 원래보다 양을 좀 더 넣었다고 한다. 명란젓 양념에 날치알 같은 톡톡 튀는 식감의 청어알비빔밥도 별미.


ⓘ 문어곱창전골 4만 원, 청어알비빔밥 1만2,000원, 10am~8pm(브레이크타임 3pm~5pm), 070 4205 5959,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토성로 140





고성에서 가장 힙한 공간

글라스하우스

ⓒ 김정훈
ⓒ 김정훈

“여기에 제 중학교 때 친구가 일하고 있어요.” 글라스하우스에 들어서기 전 김나훔이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자 반갑게 인사하는 두 사람. 속초에서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두 친구가 아주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고 즐겁게 근황을 나눈다. 자신을 향한 카메라들에 머쓱해하는 김나훔과 그 모습을 휴대폰에 담는 친구 홍동용,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영락없는 소년의 모습이다. 홍동용은 글라스하우스의 오픈 멤버로, 2016년 문을 연 이후 쭉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여름에는 서핑과 보드를 즐기고, 겨울엔 또 겨울의 고성을 즐기며 살아가는 중이다. 글라스하우스도 서핑을 사랑하는 최진수 대표가 서핑 포인트에 공간을 지은 것이다. 서퍼들이 큰 파도를 뚫고 나올 때 그 속이 유리집 같다고 해서 자주 쓰이는 용어 ‘글라스하우스’에서 이름을 따왔다. 건물 4개를 각각 다른 콘셉트로 꾸며놓은 이곳은 주말이면 방문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다고. 서프보드와 서핑 관련 용품을 파는 쇼룸, 인스타그래머블한 포토 스폿이 있는 유리창, 직접 제작한 포스터와 친한 디자이너들이 만든 작은 소품에 이르기까지 볼거리로 가득해 하나하나 둘러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 아메리카노 5,000원, 플랫화이트 5,000원, 프라이데이IPA 8,000원, 선데이 페일 에일 8,000원, 언필터드 라거 8,000원, 10am~8pm, 033 637 0406,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천진해변길 43





TV에서 본 그 빵집

고성빵가

ⓒ 김정훈
ⓒ 김정훈

지난여름 배우 최우식과 정유미가 한적한 시간을 보내던, tvN <여름방학>의 주 무대가 된 곳이 바로 이 근처다. 단층의 정겨운 바닷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원래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 같은 2층짜리 세련된 건물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최우식이 스콘을 사 간 바로 그 빵집이다! 주인 장형수 씨는 꽤 오랫동안 베이커리업에 몸담고 있었는데, 고성에 정착하기 전에는 제주에서 빵을 만들었다고 한다. 남자친구가 5년 전부터 고성빵가 바로 옆 게스트하우스 ‘고성방가’를 운영하고 있었기에 자신도 올해 초 고성에 자리 잡게 되었다고. 그는 매일 아침 스콘과 다쿠아즈를 굽고 라벤더와 꿀을 넣어 밀크티를 만든다. 또 직접 기른 민트로 생민트티를 내리고, 오디로 레모네이드를 만든다. 시간대를 잘 맞추면 사장님 커플의 사랑스러운 강아지 골든리트리버 ‘난리브루스’와 마주칠 수도 있다. 깔끔하고 세련된 흰색의 카페 안에서 창 너머로 보이는 바닷가 마을 풍경이 이색적으로 느껴진다.


ⓘ 아메리카노 3,500원, 바닐라라테 5,500원, 라벤더티라테 5,500원, 생민트티 5,000원, 오디레모네이드 6,000원, 로즈마리사브레 900원, 옥수수스콘 4,000원, 12pm~7:30pm(월 · 화요일 휴무), 010 2956 5639,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문암항길 53





자연의 조각 작품

능파대

ⓒ 김정훈

문암항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는 강원평화지역 국가지질공원 중 하나인 능파대가 있다. 얼핏 돌로 만든 거대한 벌집 같기도 하고, 잘 깎고 다듬은 현대미술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꼭 한번 들러볼 만하다. ‘파도를 능가하는 돌섬’이라는 뜻을 지닌 능파대는 원래 문암해안 앞에 있던 섬이지만, 파도가 덜 치는 섬 뒤편에 문암천에서 공급된 모래가 쌓여 육지와 연결되었다. 이를 육계도(모래더미가 쌓여 육지와 연결된 섬)라고 하는데, 현재는 문암 2항이 들어서고 마을이 생기면서 그 원형을 관찰하기 힘들어졌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하늘을 향해 솟구친 돌 무리와 듬성듬성 파여 있는 구멍을 보노라면 오랜 시간 지속되어온 파도의 외침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괘진길 65





새벽의 활기, 저녁의 고요

문암항

ⓒ 김정훈

커다랗고 유명한 여느 항구에 비해 작고 소박한, 딱 그 어촌 동네의 삶 정도만 짊어지고 있는 아담한 항구인 문암항은 새벽과 낮, 저녁의 풍경이 확연히 다르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조용한 항구인 줄로만 알았는데, 다음 날 새벽 촬영을 위해 도착한 이곳은 활기로 가득했다. 뱃사람들의 물차가 끊임없이 들어오며 막 잡아 온 도루묵, 정어리, 곰치가 플라스틱 바구니에 그득했다. 시끌벅적한 이곳의 활기로 하루를 시작해보자. 낯선 이에게 경계의 눈빛을 보낼 틈조차 없을 만큼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틈에서 삶의 생기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낚싯배를 타고 2시간 정도 바다에 나가 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탑승객 수에 상관없이 한 번 배를 띄우는 데 8만 원 정도이며, 배 주인 말로는 “운이 나빠도 소주 한잔 즐길 정도”로는 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뱃사람들 덕분에 근처에는 오전 7시부터 문을 여는 백반집도 있다. 이른 아침 여행의 일정을 시작하려면 이곳을 기점으로 잡아보자.


ⓘ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괘진길 72





전통 한옥에 사는 주민들

왕곡마을

ⓒ 김정훈

평소 민속촌이 부자연스럽게만 느껴졌다면 왕곡마을을 꼭 들러보길 바란다. 나지막한 봉우리 5개가 포근하게 감싸 안은 양지바른 마을로, 한국전쟁과 큰 화재를 겪으면서도 가옥이 파손되지 않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강릉 최씨, 강릉 함씨 집성촌인 이곳에선 20여 채의 관북 지방 전통 한옥과 초가를 볼 수 있다. 따스한 햇볕을 쬐며 마을 길을 걷다 보면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동네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정겹다. 돌담 밑에서 깨를 터는 할머니, 겨울을 대비해 마련해둔 이엉, 빨래가 나부끼는 소박한 마당이 생생한 생활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겨울바람과 눈이 많은 지역 특성상 대문도 없고, 앞쪽으로는 담장도 없다. 눈이 쌓여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다. 10월 중순부터는 숙박 체험도 가능해졌으니 한겨울 전통 한옥에서 하룻밤을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 033 631 2120,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





젊은 부부의 레스토랑과 사진관

쁘아송다브릴

ⓒ 김정훈

결혼하고 파리로 떠났던 부부가 한국으로 돌아와 연고도 없는 고성에 겁도 없이 레스토랑을 차렸다. 남편 이상민 씨는 오랫동안 패션 브랜드에서 판매직으로 근무하면서 사진을 배웠고, 아내 김슬아 씨는 중국에서 오랜 유학 생활을 한 화가다. 이들 부부가 강원도 고성에 자리 잡은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파리에서 서울로 돌아왔더니 꽉 막힌 도로가 너무나 답답했기 때문. 부부의 오랜 타지 생활로 다져진 요리 솜씨가 이 레스토랑의 밑천이 되었고, 남편의 사진은 스튜디오를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며 완벽히 계약된 거주지도 없이 매일 예약제로 가게를 운영하는 부부. 메뉴는 제철 식자재를 사용하므로 상시 바뀌며, 얼마 전부터는 저녁에 즐길 맥주가 포함된 메뉴도 선보이고 있다. 두 사람의 신념에 따라 최대한 쓰레기 없는 가게를 운영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이곳의 철학.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깔끔하고 건강하면서도 맛있어 매일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고. 매주 월요일은 고기 없는 날이며, 점심은 10테이블만 예약을 받고 저녁은 대관이 가능하다.


ⓘ 점심 코스 1만5,000원, 스튜디오 사진 촬영 3장 1만5,000원, 메뉴 확인과 예약은 인스타그램(@401poissondavril)에서 가능, 010 8611 8218, 강원도 고성군 간성로 73(제일 인쇄소 옆)





바닷가 마을의 잔잔한 호수

화진포

ⓒ 김정훈

강원도 지방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된 고성의 아름다운 호수, 화진포. 근처에 바로 김일성, 이승만, 이기붕의 별장이 자리한다. 고위층 인사들의 별장이 모여 있는 곳이니, 풍경에 대한 형용은 더 이상 생략해도 될 듯하다. 이곳은 바다와 호수가 만나는 담염호로, 호안선 길이만 16킬로미터에 이를 정도로 크고 잔잔하다. 화진포를 둘러싼 무성한 갈대의 춤을 감상하며 호수를 한 바퀴 드라이브해도 좋다. 호수와 바다 사이에 펼쳐진 백사장이 그 유명한 화진포 해수욕장이다.


ⓘ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화포리





소박하고 작은 등대

대진등대

ⓒ 김정훈
ⓒ 김정훈

대진항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작은 등대에 올라보자. 한적한 바닷가 마을의 골목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금방 등대에 도착한다. 화진포와 차로 10분 거리라 화진포 둘레를 드라이브하고 잠시 짬을 내어 들러보기 좋다. 마을 한가운데에 있으니 등대로 올라가는 골목에서는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용히 경치를 감상하자.


ⓘ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한나루로4길 16-38





역사의 현장

DMZ 박물관

ⓒ 김정훈

오랫동안 휴업 중이던 DMZ 박물관이 10월 중순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뒤로는 산이,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어 잠시 숨을 돌리기에 좋다. 통일전망대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통일전망대에 가려면 먼저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에서 신고서를 작성한 후 안보 교육을 받아야 한다. 박물관 입구 앞에는 월남한 북한 주민들이 실제로 타고 온 배와 소지품들이 전시돼 있으며, 내부에 들어서면 바로 북한노동당사 건물의 축소판을 볼 수 있다. 군사분계선 표지판, 대한청년단 완장, 전사자 유품 등 전쟁의 역사를 간직한 물건들을 살펴본 후엔 예쁘게 꾸며놓은 공원의 인증 샷을 남겨보자.


ⓘ 동절기(11~2월) 9am~5pm, 관람료 무료, 033 681 0625,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통일전망대로 369




고성 자동차 여행 정보


가는 방법

서울에서 양양고속도로를 타고 속초 IC로 빠져나오면 금방 고성에 도착할 수 있다. 서울에서 자동차를 이용해 다녀오기 좋은 숨은 여행지 중 하나라는 얘기. 강원도 속 또 다른 강원도인 고성은 평지가 주를 이루는 만큼 해변이나 호숫가를 천천히 달리며 풍경을 보기에 좋다.


드라이빙 팁

주변 관광도시에 비해 차가 많지 않은 데다 마을마다 오래된 가게와 집들이 있어 색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기사에서 소개한 모든 장소는 개별 주차장이나 인근에 주차 공간을 갖추고 있다. 잠시 차를 세우고 주민들에게 맛집을 물어보는 것도 괜찮다.





추천 렌터카

ⓒ 김정훈


그랜저 IG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인 더 뉴 그랜저는 다이아몬드 형상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19인치 스퍼터링 앨로이휠과 반광의 크롬 범퍼 그릴 및 몰딩, 퀼팅 내파 가죽 시트 등 차별화된 디자인 요소로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난다.

ⓘ 대여요금 17만1,000원부터(내륙 주중 24시간, 인터넷 더블골드 회원 예약 할인 기준, CDW 불포함)




글. 이은빈 사진.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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