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떠오르는 여행 트렌드는 바로 ‘지속가능한 여행’이다. 코로나 19 사태의 장기화로 여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깊고 넓어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 이상으로 자연과 야생동물 보호하며 사회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실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여행’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만큼 이를 실천하는 여행지도 늘고 있다.
천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팔라우. 최근 세계보건기구 WHO에 따르면 팔라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코로나 청정 국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이곳은 방문객들이 입국 전, 팔라우 서약이 필수로 거친다. 여권에 찍힌 스탬프에 직접 서명을 함으로써 참여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자연을 해치지 않고 여행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 팔라우 서약을 통해서 이곳에 머무는 모든 이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스쿠버다이빙의 성지라고 불리는 팔라우에서 다양한 액티비티를 통해 아름다운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것은 팔라우 전 수역의 80%를 해양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상업적인 어업과 석유 시추 등을 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한 산호초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성분을 함유한 자외선 차단제는 바를 수 없다. 이 외에도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해 일회용 플라스틱, 스티로폼 사용도 금지한다. 팔라우 하면 자연스레 따라붙는 천혜의 자연환경이라는 수식어는 자연을 지키기 위한 모든 이들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물이다.
광활한 자연 속 울창한 밀림과 사파리, 그곳을 뛰어노는 야생동물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 바로 동아프리카에 있는 르완다다. 에코투어와 밀림 투어로 유명한 르완다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건 르완다의 철저한 지속가능한 노력 덕분이다.
르완다는 2008년부터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고, 이를 현재까지 잘 시행하는 나라다. 그 결실로 북서부에 있는 화산 국립공원(Volcanoes National Park)은 2018년, 최대 관광 박람회인 ITB 베를린에서 ‘세계 10대 지속가능한 여행지’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화산 국립공원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마운틴 고릴라가 서식하고 있어 더욱 주목을 받았다.
커피와 화산으로도 유명한 코스타리카는 사실 에코 투어의 낙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람과 동물이 자연 속에서 함께 공존하는 친환경적인 삶이 가능한 곳이다. 코스타리카는 정부의 적극적인 주도 아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움직임을 펼친다. 국토의 25%가 국립공원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산림을 벌채하지 않고 재생 가능 자원을 사용해 전국의 전기 90% 이상을 생산한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완전히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관광 생태계를 위해 힘을 쏟은 덕분에 코스타리카는 전 세계 생물 다양성의 6.5%를 차지하는 글로벌 대표 생태 관광지로 이름을 알렸다.
자연을 정복하는 대신 자연과 공존할 때 얻을 수 있는 행복이 무엇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코스타리카.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코스타리카 사람들의 일상을 만끽해보는 여행은 상상만으로도 설레는 일이다.
북유럽의 작은 도시 헬싱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60% 줄이고, 2035년까지는 탄소 중립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움직임을 실천하는 곳이다. 전기차 충전소를 증설하고 대중교통을 개발해 보행자의 이동성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특히 헬싱키 내에 무려 1,200km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가 조성돼 있어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둘러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잠시 헬싱키에 머무는 방문객들도 이러한 도시의 노력에 동참할 수 있는데 헬싱키가 소개하는 지속가능한 서비스를 프로그램 ‘Think Sustainably’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친환경 호텔, 비건 식당, 중고 상점 등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헬싱키 곳곳의 장소들에 대한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서양 한복판 신비한 아홉 개의 섬. 하와이를 닮은 수많은 화산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푸르른 바다를 자랑하는 포르투갈의 섬, 아소르스 제도. 경이로운 자연과 근사한 이베리아 문화가 조화를 이룬 아소르스는 세상에 과하게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여행지 중 하나다.
아소르스는 정부 주도하에 재생 가능한 에너지 자원, 자연과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꾸준한 노력을 인정받아 2020년 ITB 베를린에서는 자연 서식지 및 경관, 야생동물 등을 지키는 데 있어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준 여행지에 수여되는 “Best of Nature”를 수상했다.
아소르스 제도는 오버투어리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상미겔섬에 있는 인기 여행지 ‘칼데라 벨하Caldeira Velha 온천’은 입장객 수를 제한해 여행지의 환경을 보호하는데 더욱 집중하고 있다.
글.박솔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