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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카타 맨발의 늙은 인력거

서더 스트리트 늙은 인력거

by 론리포토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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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콜카타의 낯선 게스트하우스에서 특별한 인연을 만났다. 4~5년 전 내가 사서 읽었던 여행 에세이 ‘인도는 그랬었지’의 저자 이준학 작가다. 이 거대한 인도 땅, 그것도 같은 숙소에서 책의 저자를 마주할 줄이야. 구독자와 작가가 만난 이 우연은 인도가 선사한 가장 소중한 경험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아직 20대 후반인 그는 현지인 못지않게 유창한 힌디어를 구사하며, 상당 기간의 인도 체험을 글쓰기와 영상 작업으로 풀어내는 유능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첫 밤의 불면과 시장의 소음 -

내가 처음 콜카타에 도착했던 날을 잊을 수 없다. 새벽 한 시 넘어 콜카타 공항(네타지 수바스 찬드라 보스 국제공항 : Netaji Subhash Chandra Bose International Airport))에 내려 택시를 타고 예약된 숙소를 찾아 서더 스트리트 골목을 헤매길 한 시간 동안. 친절한 택시 기사는 불평도 없이 기다려 주었고, 낡아 보이는 숙소 영감은 자다가 깨어 철문을 열어 나는 간신히 깨워 입실하였다. 좁고 낡은 철재 계단을 타고 올라간 구석진 방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 곰팡이와 먼지 냄새가 푹 났고, 사방에 뚫린 구멍 때문에 쥐라도 들락거릴 것 같은 지저분함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여행의 고단함이 주는 적절한 육체적 피로는 낯선 불편함마저 잊게 하는 수면제였다. 아침 아홉 시가 넘어 눈을 떴고, 이틀 후 나는 곧장 근처의 다른 숙소로 옮겼다.


서더 스트리트 근처에는 인디안 박물관, 빅토리아 메모리얼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며, 또 여행자 숙소들이 많이 모여 있다. 그리고 이 모든 활기의 중심에는 이름과 달리 엄청난 규모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재래시장, ‘뉴마켓 바자르(Bazaar)’ 가 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전통시장을 뜻하는 '바자르'는 내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자주 방문하는 장소다. 그곳에는 전통적인 장면들, 재래시장 사람들, 나이 든 노인들, 빈민가의 아이들 등 내가 좋아하는 현지 보통 사람들의 휴매니티가 흑백사진처럼 생생하게 살아 숨 쉬기 때문이다.


맨발의 늙은 인력거 -

다른 도시와 달리 콜카타에는 고철 덩어리처럼 보이는 오래된 트램이 대로를 질주한다. 함께 낡은 버스, 택시, 릭샤 등등이 대중의 발이 되고 있다. 노란색의 구식 택시(옐로우 캡) 역시 관광객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명물이다. 하지만 서더 스트리트와 뉴마켓 주변에서만 유독 눈에 띄는 특별한 교통수단이 있다. 바로 손으로 끄는 인력거다. 자전거 릭샤로 변형된 지 오래지만, 이곳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직접 수레에 손님을 태워 끌고 다닌다.

2023년 1월, 나는 유난히 눈에 띄는 한 늙은 인력거 운전사를 만났다. 작은 키에 다부진 체구, 정수리는 대머리이고 옆에만 희끗한 머리카락이 붙어 있어 다소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목이 늘어진 때 묻은 낡은 셔츠에 천을 두른 하의,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것은 시커먼 맨발이었다. 그는 신발도 없이 맨발로 쉴 새 없이 인력거를 힘겹게 끌고 있었다. 인력거를 탄 채 내려다본 그의 뒤통수와 시커먼 맨발은, 문득 사람 사는 세상의 이질감과 함께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미안함과 연민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2년 후, 나는 뉴마켓 근처에서 그 노인의 인력거를 금방 다시 발견했다. 여전히 다부진 체구였지만, 놀랍게도 그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는 이전의 낡은 셔츠 대신 깨끗하고 밝은 셔츠를 입고 있었고, 발에는 깨끗한 신발을 신고 있었다.

맨발로 무거운 인력거를 끌던 노인의 모습, 그리고 2년 후 깨끗한 신발을 신고 다시 만난 그 모습은 콜카타의 역동적인 삶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함축하는 듯했다.


나 역시 지난 10여 년 동안 인도를 '천천히, 안전하게, 꾸준하게 (3S)'라는 여행 모토를 실천하며 들락거리고 있다. 현직에서 은퇴한 후 얻은 시간적 여유는 인도 현지인들과의 경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그리고 사진 작업을 이어가는 데 큰 보약이 되고 있다. 이런 개인적인 기록들은 훗날 내가 쓰려는 글의 좋은 소재가 되어주고 있다. 또 이것은 바로 현지인들의 살아있는 휴매니티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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