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 갠지스강가에서 매일 저녁 6시에 열리는 힌두 의식 뿌자(Puja)를 보기 위해 나섰다. 손님을 태우기 위해 우루루 몰려드는 수많은 오토 릭샤를 뒤로 하고, 느리지만 정감 있어 보이는 자전거 릭샤를 타기로 했다. 릭샤왈라(자전거를 이용하여 손님을 운반하는 사람)는 남루한 옷차림에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빼빼 마른 노인이다. 우리는 목적지인 메인 가트(Dashashwamedh Ghat)로 가기 위해 흥정을 한 후 릭샤에 올라탔다.
그러나 우리의 선택은 곧 후회로 돌아왔다. 왜냐하면 성인 남성 두 명을 태운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심지어 내려서 두 손으로 끌고 가기고 한다. 울퉁불퉁한 도로 위에서 그는 죽을힘을 다해 페달을 밟았다. 그의 힘겨운 뒷모습, 남루한 옷, 까만 발뒤꿈치에 걸린 낡은 슬리퍼를 보며 우리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릭샤에서 내리려고 했지만, 그는 한사코 우리를 말렸다. 그의 뒷 목떨미에 맺힌 땀방울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벵갈리토라 로드까지 오는 내내 우리는 초라하고 늙은 릭샤왈라의 고단한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빠르고 순발력 있는 젊은 오토 릭샤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 적은 수입으로는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기 힘든 가난의 굴레. 아마도 모처럼 잡은 손님을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절박함이 우리를 내리지 못하게 한 것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예전에 보았던 '어느 릭샤왈라의 하루'라는 TV 다큐멘터리, 릭사왈라의 고단한 긴 하루를 추적하고, 또 하루 일과를 끝내고 변두리 하천변에 시꺼먼 천막 안에서 기다리는 가족의 얼굴을 그리며, 행복해 하던 릭샤왈라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도착 후, 우리는 흥정했던 금액의 세 배를 건넸다. 그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돈을 가슴 깊숙이 집어 넣는다. 그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뿌자 의식을 보러 가는 내내 우리는 뒤를 돌아보았다. 잠시 숨을 고르던 그는 이내 다시 다른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디 몸이 가벼운 여성 손님을 만나 덜 힘들게 일하고, 가족에게 충분한 돈을 가져다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그의 모습은 나에게 단순히 불쌍하다는 감정 이상의 울림을 주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가난 속에서도 가족을 위한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한 인간의 강인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코로나19가 한참 지났음에도 그는 지금도 그 자리에서 페달을 밟고 있을까. 그의 힘겨워 보이던 모습은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그의 삶이 긍정적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며, 멀리서나마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