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카타의 복잡한 거리 위, 엘로 캡(노란 택시)들, 정말로 낡은 버스, 고철 덩어리 같은 트램이 분주히 달려간다. 그 소음과 더블어, 낡은 책에서 풍겨 나오는 먼지 냄새, 그리고 젊은 피가 끓는 열정의 냄새 등등. 이곳이 바로 콜카타의 지적 심장, 컬리지 스트리트(College Street) 이다. 마하트마 간디 로드와 컬리지 스트리트가 교차하는 이곳은 인도의 지성사와 문화가 가장 농축된 공간이며, 과거의 위대한 유산과 현재의 활기찬 에너지가 공존하는 곳이다.
나는 매일 오후, 마하트마 간디 로드(MG Rd) 메트로역에서 내려 숙소로 향하는 길에 이곳을 지난다. 그 시간은 나에게 콜카타의 지성을 흡수하는 단순한 의식과 같다.
지식의 탑을 쌓는 캘커타의 명문 대학들 -
거리의 이름이 말해주듯, 이 지역의 정체성은 유서 깊은 학문의 요람들에서 비롯된다. 1857년에 설립된 캘커타 대학교(University of Calcutta)는 인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대학 중 하나다.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와 저명한 학자들을 배출한 이 대학 건물은 지혜의 웅장한 탑처럼 거리를 지키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에게 시성(詩聖)으로 잘 알려진 ‘라빈드라나트 타고르’(Rabindranath Tagore)와 세계 영화계의 유명한 감독으로 알려진 ‘사티야지트 레이’(Satyajit Ray) 등 인도의 거목들이 지적 기반을 닦았던 프레지던시 대학교(Presidency University)도 이곳에 있다.
전통적인 교육과 현대적인 학문이 조화를 이루는 이 공간들은 콜카타 지식인들의 정신적인 고향과도 같은 것이다. 강의가 끝나면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의 발걸음은 거리에 쉼 없는 활력을 불어넣는다. 나는 젊은이들의 진지하고 열정적인 얼굴을 사진으로 담고 있다.
책의 거리인 보이 파라(Boi Para)에서 보물찾기
컬리지 스트리트는 벵골어로 ‘책의 거리’를 ‘보이 파라(Boi Para)’ 라고 부른다. 거리를 따라 끝없이 이어진 책방들, 수많은 책들이 쌓여 탑을 이룬 노점상들은 지식의 보고이자, 지적 만남의 장이다. 새 책부터 희귀한 고서, 절판된 책, 중고 서적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활자를 이곳에서 찾을 수 있다.
숙소로 가는 길에, 나는 칼리지 스트리트의 책방 거리를, 즉 ‘보이 파라’의 학생들 틈을 기웃거리며 지나간다. 서점마다 발뒤딜 틈이 없이 꽉찬 학생들, 보물찾기 하듯 책들을 뒤적이는 학생들의 학구열은 이 거리의 순수한 지적 에너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책 더미 사이를 오가며 지식을 탐하는 이들의 모습은, 내가 인도의 거리를 걸으며, 기록하고 싶어 하는 '현지 보통 사람들의 휴매니티'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토론과 열정의 성지, 인디안 커피하우스 -
컬리지 스트리트의 정점에 서 있는 인디안 커피하우스(Indian Coffee House)에 들러 잠시 머무른다. 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콜카타의 문학가, 정치인, 예술가, 그리고 수많은 학생들이 모여 토론을 펼치던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전통적인 복장을 한 종업원들이 뜨거운 차와 커피를 서빙하는 낡은 공간, 그 안에는 여전히 뜨거운 열기가 감돈다. 나는 이곳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느끼기 위하여 커피 한잔을 주문한다. 맛은 별로이지만, 매캐한 담배 연기와 함께 젊은이들 틈에 끼여.... 여전히 사회, 정치, 예술에 대한 시끄러운 토론을 이어진다. 나는 비롯 여행자이지만, 마치 이 벵골 문예 부흥 운동의 정신적 중심지에, 그리고 타고르의 후예들과 함께 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 순간만큼은 여행자라는 이방인의 느낌을 잠시 잊는다.
콜카타의 정신적 지주, 타고르
라빈드라나트 타고르(Rabindranath Tagore)는 시인, 소설가, 교육자 등 다방면에서 뛰어났다. 또 그는 벵골 문학의 아버지이며, 시집 “기탄잘리”(Gitanjali, 벵골어로 '신께 바치는 노래')로 아시아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의 사상과 작품은 인도의 독립 운동과 사회 개혁에 깊은 영감을 주었다라고 한다.
콜카타의 컬리지 스트리트의 ‘보이 파라‘는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거리가 아니라 인도의 지적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특별한 장소라고 본다. 나는 이곳에서 학생들의 열정적인 눈빛, 책장 사이로 비치는 햇살, 그리고 거리를 지키는 보통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을 흑백 사진으로 표현해 본다. 인도에서의 나의 여정은 이런 인간적인 교감과 지적인 감동을 찾아 헤매는 과정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