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브 멜라와 베트남 여행자 코웨인

가벼움이 주는 자유

by 론리포토아이
250121_varanasi_337.jpg 몸이 가벼운 베트남 여행자, 코웨인

북동인도에서 오디샤의 부바네스와르로 향하던 중, 나는 여행이 길어지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바라나시로 여행지 방향을 바꿨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바라나시에 오면 한국 사람들을 만나 회포를 풀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실제로 그들을 만나지는 못했다.


바라나시에서 이틀째 오후, 아시 가트(Assi ghat)에서 다사시와메드 가트(Dashashwamedh Ghat) 방향으로 걷던 중 코웨인을 만났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관련한 일을 한 후, 지금은 은퇴하여 고향인 베트남 호치민으로 돌아가 여유를 즐기는 62세의 여행가였다. 체구는 작지만, 그의 얼굴에는 따뜻한 웃음기가 가득했다. 은퇴 후 홀로 여행을 즐긴다는 점에서 우리는 공통점을 가졌다.


2025 마하 쿰브 멜라(영혼의 정화를 위한 성스러운 여정)

코웨인과의 대화는 그가 최근 다녀온 ‘마하 쿰브 멜라 2025’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인도 전역이 들썩였던 2025년 1월, 힌두 순례자들은 12년 만에 열리는 이 거대한 쿰브 멜라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프라야그라지(Prayagraj)로 모여들었다. 수백만 명의 인파가 한곳에 모인 초대형 영적 집회. 그 경이로움과 함께, 수많은 군중으로 인해 빚어지는 사건 사고는 연일 뉴스에 보도되고 있었다. 마하 쿰브 멜라의 개최지인 프라야그라지는 바라나시 서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곳이다. 이 도시가 인도의 가장 중요한 성지 중 하나인 이유는 갠지스강, 야무나강, 그리고 신화 속의 사라스바티강이라는 힌두교의 3개 성스러운 강이 합류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순례자들은 바로 이 신성한 물에 몸을 담그기 위해 멀고 험한 여정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의 간절한 믿음은, 이 물에서의 목욕이 과거의 모든 죄를 씻고 영혼을 정화해준다는 것이다.


코웨인, 천 보따리에 담은 가벼움의 철학 -

코웨인의 여행 방식은 극도의 간결함을 추구했다. 그는 등에 메고 다니는 여행 가방이 없었고, 몸에 지닌 것이라곤 얇은 천으로 된 끈을 목에 두른 두 개의 작은 주머니(차대기)뿐이었다. 그는 이것을 "24시간 몸과 하나 되는 짐" 이라 표현했다. 소지품이 극히 적었기에 그는 숙소에 대한 부담 없이 아무 데나 머물 수 있는 자유를 누렸다. 몸이 가벼웠기에 순수한 모험심과 호기심을 따라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쿰브 멜라, 포기와 후회 -

코웨인은 그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쿰브 멜라 현장에서 일주일간 노숙하며 머물렀다고 했다. 나는 이 행사가 사진 작업의 가장 선호하는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인파와 교통, 숙소 문제, 그리고 뉴스를 통해 접한 사건 사고의 위험 때문에 발길을 돌린 안전 제일주의자였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후회를 느꼈다.

반면, 코웨인은 달랐다. 그는 기록을 위한 짐 없이, 오직 현지 문화를 향한 모험심과 호기심으로 그곳에 뛰어들었다. 정부가 제공한 거대한 천막에서 순례자들과 함께 지냈으며, 사두(Sadhu, 영적인 수행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세속적인 삶을 포기하고 고행을 하는 수행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구도자들을 직접 만났다. 코웨인은 이 경험을 단순한 여행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영적인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가벼운 삶의 무게 -

"인생은 여행이야.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경험하는 일들이 모두 우리를 성장하게 하지." 코웨인의 경쾌한 음성은 나에게 울림을 주었다. 나는 안전과 계획이라는 ‘짐’에 갇혀 진정으로 원했던 경험을 놓쳤다. 짊어질 것 없는 가벼운 코웨인은 모험심 하나로 그 거대한 집회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사실상 등에 멘 배낭의 무게는 사실 마음에 품은 번뇌의 무게일 수 있다. 은퇴 후 글쓰기와 사진 작업에 몰두하는 나에게 코웨인과의 만남은 '때로 과감하게 행동할 필요'를 깨닫게 해준 중요한 계기였다.

다음에 쿰브 멜라와 같은 순간이 온다면, 나도 두려움을 버리고 그 현장으로 뛰어들리라 다짐해 본다.

베트남 호치민의 그의 소박한 일터에서, 언젠가 다시 '몸이 가벼운 베트남 친구, 코웨인'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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