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화장터, 마니까르니까 가트

바라나시의 3대 가트와 화장터에서의 기억

by 론리포토아이


바라나시의 강가(Ganga, 갠지스강)에는 수많은 가트가 있지만,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잡는 상징적인 3대 가트가 있다. 매일 밤 화려한 제사 의식인 '뿌자(Puja, Ganga Aarti)'가 열리는 바라나시의 심장 다사시와메드 가트(Dashashwamedh Ghat), 강이 시작되는 곳이자 여행자와 현지인이 평화롭게 어우러지는 아시 가트(Assi Ghat), 그리고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화장터 마니까르니까 가트(Manikarnika Ghat)다.

이 세 곳은 각각 삶의 활기, 평온한 시작, 그리고 죽음의 해탈을 상징하며 바라나시라는 거대한 세계를 지탱한다. 그중에서도 마니까르니까는 삶과 죽음이 가장 적나라하게 공존하는 힌두인만의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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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갈리 토라(Bengali Tola)의 좁은 골목을 지나, 즐겨 찾던 라씨(Lassi) 가게 앞을 요란한 소리와 함께 일련의 무리가 지나갔다. 그들은 알록달록한 천으로 덮은 무언가를 어깨에 메고 시끄럽게 걸음을 옮겼고, 나는 일어나 그 뒤를 쫓아갔다. 골목 입구에 쌓인 장작더미를 지나자 약간 너른 장소에는 코를 찌르는 매케한 연기 덩어리와 마주했다. 화장터였다.

그곳은 혼돈 그 자체였다. 여기저기 쌓인 장작더미 위에서는 무언가가 타오르고 있었고, 주변 건물들은 오랜 세월 피어오른 끄으름으로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타다 만 장작과 재들을 강물로 밀어내느라 분주한 인부들, 그 사이를 무심하게 오가는 소 떼들. 이것이 내가 처음 마주한 마니까르니까의 화장터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쭈뼛거리고 있을 때, 한 젊은이가 내게 다가왔다.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가난한 힌두인들은 장작을 살 돈이 부족해서 시신을 완전히 화장하지 못해요. 당신이 도네이션을 좀 해주면 그들이 편안하게 갈 수 있습니다."

나는 순진하게도 '참 좋은 생각이다'라고 여겼다. 나의 작은 성의가 누군가의 마지막 길을 도울 수 있다니.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갑을 열려 했다. 하지만 그가 요구한 금액은 내가 생각한 선의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거액이었다. 내가 머뭇거리자 그의 태도는 돌변했다. 그는 얼마 전 자기들 허락 없이 사진을 찍던 여행자의 카메라를 박살 냈다는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았다. 그것은 명백한 겁박이었다. 낯선 화장터의 열기와 위협적인 분위기에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 나는 허겁지겁 셔터를 몇 번 누르는 둥 마는 둥 하고는 그 골목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나중에 들으니 어떤 외국인은 그곳에서 몇만 루피를 강탈당하기도 했단다. 그 뒤로 수차례 바라나시 가트를 다시 찾았지만, 마니까르니까(화장터) 근처를 지날 때면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카메라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곤 했다.

화장터의 의식은 이방인이 보기에는 기이하고도 충격적이다. 그들은 알록달록한 천으로 감싼 시신을 먼저 갠지스강물에 푹 적신다. 성스러운 물로 영혼을 씻기는 의식이다.

장작더미 곁에는 흰 천을 두른 상주가 서 있다. 그는 세속의 허영을 버리겠다는 뜻으로 머리를 하얗게 밀어버렸지만, 뒤통수에는 신과의 연결을 위한 머리카락 한 줌(Shikha) 만을 위태롭게 남겨두었다. 떨리는 손으로 장작더미 위에 올려진 시신의 입가에 성스러운 불을 놓는 순간, 육신은 연기가 되어 비로소 갠지스의 품으로 흩어진다. 시신이 타오르며 뿜어내는 짙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남은 재와 타다 만 찌꺼기들은 다시 강으로 쓸려 보낸다.

이 모든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 강 위에서 보트에서 바라보는 화장터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어 한결 마음이 편하다. 시뻘건 불길이 타오르는 그곳 바로 옆에서 누군가는 태연하게 빨래를 하고, 누군가는 목욕을 하며 기도를 올린다.

가장 최근에 방문했을 때는 화장터 주변에 펜스가 쳐져 있었다. 외부인의 시선을 차단하고 힌두교식의 장례에 집중하려는 변화인 듯했다.

이방인들에게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들 것이다. 각종 생활 폐수와 오물, 거기에 화장된 시신의 재까지 뒤섞인 저 혼탁한 강물이 그들에게는 더없이 성스러운 '강가(Ganga)'다. 죽기 전에 이 물에 목욕하는 것이 소원이고, 죽은 후에 육신의 재는 이 물에 흘러가는 것이 최고의 축복이라 믿는다. 윤회의 고리를 끊고 해탈(Moksha)에 이르는 유일한 길.

깨끗함과 더러움,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져 내리는 강물 위에서 나는 생각한다. 위생과 상식이라는 이방인의 잣대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거대한 우주가 여기 흐르고 있다고. 매케한 연기 속에서도 기어이 삶은 계속되고, 죽음은 또 다른 삶의 방식으로 그 곁에 존재한다.


참고) 뿌자(Puja) - 숭배나 예배를 의미, 아르띠(Aarti) - 등불(불)을 켜서 신에게 바치는 제사 의식을 말한다.

참고) 해탈(Moksha) : 살면서 지어온 숱한 업보(카르마)을 성스러운 불(화장)로 남김없이 태워버려야만이 지긋지긋한 생의 수레바퀴(윤회)를 멈추고, 비로소 완전한 자유인 해탈(Moksha)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참고) 식하(Shikha) : 힌두교에서 전통적으로 뒤통수나 정수리에 남겨두는 머리카락 한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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