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후, 가디사르 호수의 흔적을 찾아

자이살메르 호수가, 카리스마 넘치는 할아버지

by 론리포토아이

다시 마주한 황금의 도시, 자리살메르 성(Jaisalmer Fort)

자이살메르를 떠나는 날 아침, 나를 태운 오토릭샤 운전사가 싱긋 웃으며 말을 건넨다. "나 당신 알아요." 낯선 이방인을 안다는 그의 말에 의아해하던 찰나, 기억의 조각이 맞춰진다. 일주일 전, 아지메르(Ajmer)에서 기차를 타고 자정 넘어 도착했던 자이살메르 역. 그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나를 성문 앞까지 태워다 주고, 무거운 배낭을 멘 나를 대신해 성안 숙소까지 한참을 함께 걸어주었던 그 젊은이였다.

인도에서 유일하게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살아있는 성'. 밤이면 문을 굳게 닫는 다른 성들과 달리, 이곳은 밤늦게까지 사람의 온기가 흐른다. 그렇게 나의 이번 여정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 저장된 채 시작되었다.


성 안에서의 일주일, 미로 속의 특권

자이살메르 성안에서 보낸 일주일은 묘한 경험이었다. 사암으로 지어진 미로 같은 골목들은 낮과 밤의 표정이 달랐다. 좁은 길목마다 빛과 그림자가 날카롭게 교차하고, 그 사이를 오가는 주민들의 일상은 수백 년 전의 시간표대로 흐르는 듯했다.

성안 숙소에 머물며 그 미로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조금 특별한 기분을 선사했다. 성문 밖, 보통 사람들의 세상과는 격리된 채 이 견고한 요새의 일원이 된 듯한 평온함. 성 밖의 풍경을 내려다볼 때 느껴지는 그 미묘하고도 우쭐한 기분은, 자이살메르 성이 거주자들에게 주는 보이지 않는 혜택 같았다.

하지만 성 밖으로 발을 내디디면 또 다른 경이로움이 기다린다. 돌을 깎아 만든 정교한 레이스 같은 '하벨리(Haveli, 저택)'들의 아름다움은 자이살메르가 단순히 견고한 요새일 뿐만 아니라, 장인 정신의 정점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8년 전 가디사르(Gadisar) 호숫가

나는 과거에 머물렀던 골목과 마을을 다시 찾곤 한다. 8년 전, 가디사르 호숫가 작은 언덕 위 초라한 집 앞 길가에서 나는 한 할아버지를 만났었다. 아침 일찍, 앞을 보지 못하는 노파를 길가에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구걸을 준비하던 할아버지.

헝클어진 자타(Jata) 헤어와 머리에 두른 투박한 천, 그리고 길게 늘어진 흰 수염은 영락없는 고행자의 모습이었다. 남루한 행색을 뚫고 나오는 그 형형한 눈빛은 어찌나 강렬한지, 숨을 죽인 채 뷰파인더를 응시해야 했다. 삶의 고단함과 눈빛의 고결함이 만들어내는 그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나는 셔터에 가두었었다.

참고) 자타(Jata)는 수행의 세월이 겹겹이 쌓인 머리카락, 힌두교의 수행자(사두, Sadhu)들이 신에게 헌신하는 의미로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엉키게 둔 상태를 일컫는 산스크리트어이다.


사라진 풍경, 그리고 ‘바바 바우부 싱’

오늘 다시 찾은 그 언덕엔 더 이상 할아버지의 초라한 집은 없었다. 8년 전, 오물로 가득했던 가디사르 호수는 이제 깨끗하게 정돈되어 관광객들을 태운 보트들이 유유히 수면 위를 미끄러진다. 개발의 바람은 내가 간직했던 과거의 풍경을 깨끗하게 지워버렸다.

나는 저장해 두었던 8년 전 할아버지의 사진을 꺼내 주변 상인들에게 보여주었다. "이분을 아시나요?"

다행히 30대 후반의 ‘쿠날 카테리(Kunal Khateri)’가 단번에 할아버지를 알아본다. 할아버지의 성함은 ‘바바 바우부 싱(Baba Baubu Singh)’. 올해 여든다섯이 되셨고, 몇 년 전 다른 마을로 이사를 가셨다고 한다. 쿠날은 자신이 직접 할아버지가 계신 곳까지 안내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나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사양했다. 내일 오전이면 이곳을 떠나야 하는 일정도 있었지만, 그저 그분의 삶이 어딘가에서 여전히 힘차게 이어지고 있다는 확인만으로도 내 여정은 충분히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찰나의 미소, 연결된 시간

비록 할아버지와의 재회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자이살메르의 햇살은 여전히 눈부셨다. 호숫가에서 라자스탄 전통 복장을 한 여인을 만났다. 빛을 머금은 그녀의 환한 미소가 렌즈 속으로 들어왔다. 8년 전 할아버지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이 머물던 그 자리에, 이제는 젊은 여인의 생기 있는 미소가 채워진다.

사라진 풍경과 새로 나타난 얼굴들. 변화한 풍경 속에서도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이 작은 연결고리야말로 내가 인도를 여행하며 얻는 가장 귀한 수확이다.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된 8년 만의 여정은 그렇게 또 다른 기록이 되어 내 배낭 속에 담겼다.


251111_jaisalmer_124.jpg 찰나의 미소, 연결된 시간, 가디사르(Gadisar) 호숫가 미녀
_DSC1664.jpg 사라진 풍경, 그리고 ‘바바 바우부 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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