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 초창기에 새벽 4시경 곤히 잠들어 있던 나를 억지로 깨운 것은 알람이 아니었다. 갑자기 온 동네를 집어삼킬 듯이 울려 퍼지는 거대한 확성기 소리였다. 나는 이내 그것이 무슬림 사원(Masjid)에서 울려 퍼지는 새벽 아잔(Azan) 소리임을 알았다. 나는 지금도 이 큰 소리에 적응 불가이다. '어떻게 이른 시간에, 이토록 큰 소음을 내는 것에 대해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 것일까?'
이내 소리가 잦아들자마자, 5시쯤 되니 이번엔 동네 한가운데 자리 잡은 힌두 사원의 바잔(Bhajan, 종교적인 암송) 소리가 시작되었다. 이 두 종교의 소리가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새벽의 교향곡은, 이방인로서 인도라는 나라의 가장 근본적인 역설임을 단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오늘날 지나치게 이웃에게 간섭 내지는 방해를 배제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로서 인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나라다.
10년의 침묵과 한 달의 통찰
인도에서 10년 이상을 공부하면서 생활했던 어떤 한국인은 자신의 글에 "인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나라"라고 고백했다. 그는 인도의 깊은 복잡성 속에서 겸손해지고, 자신이 안다고 믿었던 것이 얼마나 피상적이었는지를 깨닫는 경지에 이른다. 알면 알수록, 이해의 영역이 아닌 '받아들임'의 영역으로 넘어가 버리는 것이다.
반면, 단지 1~2달을 여행했던 사람은 인도에 대한 여행기를 쓰고,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들은 인도의 강렬한 첫인상, 표면적인 규칙, 그리고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선명하게 포착하여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사는 사람은 남대문에 문턱이 있는지 없는지 관심조차 없는데, 정작 남대문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 "남대문 문턱이 높더라"며 있지도 않은 문지방을 논한다는 비유 말이다.
결국, 인도를 오래 경험한 이의 통찰과 짧게 경험한 이의 자신감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간극을 만들어내는 핵심에는, 인도의 유구한 역사와 사람 수 만큼 많은 신의 나라, 그리고 지역마다 다른 인종, 그에 따라 서로 다른 언어가 빚어낸 정신세계와 현실 생활의 뿌리 깊은 이중성(Duality)이 있다. 예를 들어서 소음과 청결에 대하여...
청결의 이중성 : 영혼의 정화와 현실의 오염
이러한 이중성은 인도인의 청결 관념에서 가장 놀랍게 드러난다. 인도인들에게 정화(Purity)는 단순한 위생이 아니라, 신성한 의례다.
개인과 영혼의 영역에서 인도인들은 철저하다. 갠지스 강은 과학적 오염도를 떠나 종교적으로 모든 것을 정화하는 성스러운 물이며,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신발을 밖에 두고 반드시 손발을 씻으며 사악한 기운을 털어낸다. 집 안, 특히 부엌과 신성한 공간은 외부의 불결함으로부터 격리된 채 극도로 정갈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이 엄격함은 공공의 영역에서 완전히 무너진다. 극심한 쓰레기와 노상 방뇨, 무질서한 오염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나의 몸'과 '나의 집'은 신성하게 지키지만, '모두의 거리'는 누구의 책임도 아닌 곳으로 여겨지며 방치된다. 영적인 정결함이 세속적인 위생보다 훨씬 우선시되는, 놀라운 이중성이다.
소음의 이중성 : 신앙의 의무와 수면의 권리
앞서 새벽에 경험했던 소음 문제 역시 이 이중성의 발현이다. 우리 사회에서 소음은 '방해'이자 '민폐'로 간주된다. 그러나 인도에서 한밤 중 대형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종교적인 암송이나 새벽 아잔 소리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다. 그것은 신에게 닿는 영적인 메시지이자,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울려 퍼지는 신앙의 상징이다.
개인의 수면이나 평온함이라는 세속적인 불편함은, 종교적 의무와 신앙심 앞에서는 기꺼이 감수해야 할 '사소한 일'이 된다. 인도인들은 극도의 경건함을 위해 공공의 소음을 기꺼이 포용하는 '포용적 체념' 속에서 살아간다. 이 모든 것이 한 나라의 일상이라는 사실 자체가 외지인에게는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결국 인도에서 10년을 살고도 '이해할 수 없다'고 고백하는 것은, 그들이 인도의 이 깊고 모순된 이중성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지금 인도를 여행하는 동안, 이 혼란스럽고 복잡다단한 인도의 진짜 얼굴을 사진과 글로 담아내고자 한다.
그러나 나 역시 이방인으로서 보기에 자극적인 모습만 담아내고 있지 않은지 또 이야기하는지 가 생각해 본다.
2025.11.24. 구자라트 수라트에서 뭄바이(Badra Terminus) 가는 기차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