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묶는 매듭 - 간트 반단

사막의 뜨거운 약속, 간트 반단(Ganth Bandhan)

by 론리포토아이


230124_Jodhpur_482.jpg

메헤랑가르성(Meherangarh Fort) 아래에 있는 숙소에서 만도르 가든(Mandore Garden)으로 가기 위해 툭툭이를 탔다. 조드푸르 시내에서 북쪽으로 9km. 툭툭이는 블루 시티의 좁고 푸른 골목들을 요리조리 빠져나와 사막 특유의 건조한 공기를 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조드푸르의 랜드마크인 메헤랑가르 성채, 만도르 가든은 뜨거운 사막의 도시 속에서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푸른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다.

이곳은 한때 마르와르 왕국의 수도였던 유서 깊은 곳으로, 특히 라지푸트 마하라자(라자스탄 위대한 왕)들을 기리는 웅장한 사원형 석비(차트리, Chhatri)들이 숲처럼 서 있는 왕실 묘역으로 유명하다.


마하라자들의 묘역 한가운데 있는 석조 템플에서 열리는 힌두 결혼식이 막 시작되었다. 붉은 사암으로 조각된 차트리(Chhatri)들, 그리고 3억 3천만 신을 모신다는 사당을 배경으로 화려한 색채와 음악, 그리고 수 많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돌벽과 나무들 사이에 울려 퍼졌다.

내가 특별히 시선이 머문 것은 화려한 의상 속에 숨겨진, 그러나 지극히 단순하지만 강력한 의식, 바로 ‘간트 반단(Ganth Bandhan)’ 이었다.


천 년을 이어온 서약

간트 반단은 신랑의 어깨에 걸친 숄과 신부의 베일 끝을 ‘하나의 천’으로 묶어 영원한 연결을 상징하는 행위다. 눈으로 보기에도 단순하기 그지없는 이 ‘매듭 묶기’는 그 어떤 화려한 보석이나 복잡한 법적 문서보다도 강하고 영적인 구속력을 가진다. 이 순간, 두 존재의 운명은 영원히 하나의 매듭으로 묶인다.

사막의 태양이 머리 위에서 작열하고 있었다. 이 건조하고 혹독한 땅에서 ‘결합’이라는 것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서약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매듭은 어떤 계약이나 약속이 아니었다. 그것은 차가운 법률 앞에서 해지될 수 있는 종이 조각이 아니라, 태초부터 두 영혼이 하나였음을 선언하는 영적인 결합이었다.

사진 속 신랑은 마치 왕자처럼 화려한 복장을 하고 칼을 쥔 채 늠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신부는 두꺼운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그 묶인 매듭은 두 사람의 시선이 아닌, 두 삶의 방향을 일치시키고 있음을 웅변한다. 이들은 세상의 덧없는 시간을 견디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린, 변치 않는 가치와 진정성을 온몸으로 스며들게 하고 있었다.


삶이라는 거대한 매듭

인도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이 땅의 모든 삶이 결국은 크고 작은 ‘서약’과 ‘매듭’으로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재래시장의 상인은 어제와 같은 자리에 앉아 신뢰라는 매듭을 고객과 묶고, 노인들은 굽이치는 시간 속에서 낡아가는 삶을 묵묵히 지탱하며 가족과의 끈을 놓지 않는다. 빈민가 아이들의 눈빛에는 세상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함께, 그들만의 작은 공동체 안에서 맺어진 끈끈한 유대감이 담겨 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전통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그것은 인간이 이 척박한 세상을 살아남기 위해 발명해낸 가장 강력한 삶의 기술이자 가치일 것이다.


만도르 가든의 뜨거운 햇볕 아래, 나는 두 사람이 묶은 간트 반단 매듭을 보며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봤다. 내 삶은 어떤 매듭들로 이어져 있을까? 홀로 배낭을 메고 이 넓은 인도 땅의 여정 역시, 결국은 나 자신과의 약속이자, 카메라를 통해 보통 사람들의 삶을 기록해 보겠다는 내면의 서약일까.

매듭은 때로는 풀기 어렵고, 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매듭이 바로 우리를 지탱하고, 삶의 의미를 부여하며, 우리가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닻임을 깨닫는다. 조드푸르의 햇살처럼 강렬하고, 사막의 돌벽처럼 단단한 영원한 결합의 순간을 나는 그곳에서 목격했다.



251105_jodhpur_68.jpg
251107_jodhpur_409 copy.jpg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