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를 등록받기 위해서는 1) 자신의 특허발명이 출원 전에 공개되지 않았을 것(신규성 요건), 2) 종래 기술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없을 것(진보성 요건), 3) 특허법에서 요구하는 명세서 기재의 요건을 갖추었을 것(명세서 기재 요건)이 요구된다.
해당 발명이 속한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통상의 기술자)이 종래 기술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있는 발명에 특허권을 부여하게 된다면, 시장에 출시된 동종 유사 제품의 상당 부분이 특허권을 침해하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에 이를 것이다. 따라서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없는 "한계"를 뛰어넘는 발명만이 진보성 요건을 통과할 수 있게 된다.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없는 "한계"를 뛰어넘는 발명만이 진보성 요건을 통과할 수 있게 된다.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도대체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사례 1) 예를 들어 발명자 A가 액정이 접히는 스마트폰을 개발하였고, 종래에는 일반 스마트폰 기술, 커브형 액정 기술, 폴더폰 기술 등이 알려져 있었다고 가정하겠다. 이 경우 이미 종래에는 액정이 구부러지고 폰이 접히는 기술이 나와 있었기에 폴더블폰을 쉽게 발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사례 2) 다른 예로 경쟁자 B가 발명자 A의 폰을 참조하여 액정이 접히는 폰을 만들되, 상면에 액정화면을 추가하고 전후 상하 4 부분에 카메라를 설치한 경우에 경쟁자 B가 발명자 A보다 더 우수한 효과를 가진 폰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
사례 1에서는 발명자 A의 폰이 진보성이 인정되는지, 사례 2에서는 경쟁자 B의 폰이 발명자 A 폰에 의하여 진보성이 부정되는가 쟁점이 될 것이다.
내가 만든 제품이 종래 기술에 비하여 진보성이 인정되는지 사전에 철저히 분석하는 것은 향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특허분쟁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진보성을 판단하는 것은 특허청이나 특허법원의 업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가 만든 제품의 상장 점유률을 높이고 경쟁업자의 시장 진입을 차단 또는 제한하기 위해서는 진보성 요건을 검토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내가 만든 제품의 상장 점유률을 높이고 경쟁업자의 시장 진입을 차단 또는 제한하기 위해서는 진보성 요건을 검토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특허법 제29조 제2항은 특허의 진보성과 관련하여 '특허출원 전에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통상의 기술자)이 종래 공지된 발명에 의하여 쉽게 발명할 수 있으면 특허를 받을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특허법 규정에 의하면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있으면 진보성이 부정되고,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없으면 진보성이 인정된다는 것인데, 이러한 진보성을 판단하는 것은 위 법규정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반인을 상대로 한 특허 강의를 의뢰받게 되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특허 진보성에 대한 설명이다.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설명할 때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을 보면서 고민 끝에 사용한 예는 허들 경기였다. 100m 거리를 84cm 높이의 허들 10개를 넘어야 완주하는 허들 경기에서, 통상의 기술자는 5개의 허들을 넘는다고 할 때 6개 이상의 허들을 넘게 되면 진보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 목표한 바는 84cm 높이의 허들 10개를 넘어 100m를 완주하는 것이지만, 통상의 기술자의 기술 수준은 84cm의 허들 5개를 넘어 50m에 도달하는 것이라면, 84cm의 허들 6개를 넘어 60m에 도달하는 것은 통상의 기술자에게는 쉽지 않은 진보적인 일이 되는 것이다.
허들 경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진보성을 판단하기 위하여 통상의 기술자의 기술 수준이 중요한 기준 척도가 된다. 안타깝게도 실제 발명에서는 허들 경기의 '84cm의 허들 5개를 넘어 50m 도달'과 같이 통상의 기술자의 기술 수준이 명확히 산출되지는 않는다. 기술분야별로 통상의 기술자의 기술 수준이 상이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기술 수준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확정할 것인가가 문제 된다. 실무에서는 특허발명의 출원 전에 해당 기술에 대한 공지된 자료나 전문가 증인의 증언 등을 통해 통상의 기술자의 기술 수준을 파악하고 있다. 통상의 기술자의 기술 수준을 파악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통상의 기술자가 과연 84cm의 허들 6개 이상을 '쉽게 넘을 수 있는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는 또 다른 난관이다.
가. 팬필터 유니트 통신중계기 사건
실제 사례를 통해서 특허발명의 진보성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팬필터 유니트 통신중계기 사건{특허법원 2014. 1. 17. 선고 2013허7076 판결(확정)}은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한 뚜껑을 형성하는 것이 통상의 기술자에게 쉬운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일반인을 기준으로 생각하더라도 팬필터 유니트 통신중계기{천정에 설치되는 팬필터 유니트(FFU, Fan Filter Unit)에 장착된 통신중계기}에 보호용 뚜껑을 설치하는 것에는 특별한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동안 팬필터 유니트 통신중계기에 뚜껑이 설치된 바가 없다는 것은 상당히 이상했다. 이를 두고 특허권자는 뚜껑 설치가 쉽지 않았음을 역설하였고, 상대편은 보호용 뚜껑을 설치하는 것은 기술상식이고 주지관용기술에 불과하므로 그 설치가 쉽다는 점을 주장하였다.
특허법원 담당 재판부에서는 '보호용 뚜껑을 설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보이는데 왜 그동안 팬필터 유니트 통신중계기에서는 이러한 뚜껑이 설치된 바가 없었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였고, 이에 쌍방 당사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하여 증거를 제출하였다.
증거조사결과 기존의 팬필터 유니트 통신중계기에 보호용 뚜껑이 설치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하여 밝혀졌다. 팬필터 유니트 통신중계기는 보통 천장에 설치되어 있고, 이곳은 안전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접근할 수 있어 전선 등의 이탈 사고가 거의 없었기에 그동안 전원선 및 통신선을 보호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우연히 전선 등 이탈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자 얼마 되지 않아(수개월내) 보호용 뚜껑이 장착된 이 사건 특허발명 제품이 출시된 것이다.
결국 그동안 보호용 뚜껑을 설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문제가 발생하자 바로 보호용 뚜껑을 설치한 것이므로 통상의 기술자가 너무나 쉽게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사안이었다. 이에 특허법원은 보호용 뚜껑을 형성하는데 기술적 곤란성이 없다는 이유로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나. 강선삽입장치 사건
강선삽입장치 사건{특허법원 2014. 8. 22. 선고 2014허2160 판결(확정)}은 텔레스코픽 이송관을 통해 강선을 먼 거리까지 자동으로 이송시킬 수 있는 강선삽입장치에 관한 것이다.
'텔레스코픽'이란 망원경을 의미하는 '텔레스코프(telescope)'에서 유해한 것으로 어떤 물건의 일부분이 접힘으로써 길이가 줄어들었다 늘어났다 하는 방식으로 실린더 및 지지대, 낚싯대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잘 알려진 텔레스코픽 방식을 이용하여 강선을 다리 위로 이송시켜 교각에 삽입하는 것이 통상의 기술자에게 쉬운 일인지 여부가 사건의 쟁점이 되었다.
특허권자는 종래에 강선을 다리 위로 이송하기 위하여 텔레스코픽 이송관을 사용한 바가 없었으므로 진보성이 인정된다고 다투었고, 상대방은 텔레스코픽 이송관은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기술이므로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주장하였다.
특허법원은 텔레스코픽 이송관을 이용하여 강선을 이용하는 것이 통상의 기술자에게 쉬운 것인지 살펴보기 위하여 종래에는 강선을 어떠한 방식으로 다리 위로 이송하였는지에 대하여 쌍방 당사자에게 질문을 하고, 이에 관한 증거를 제출할 것을 요청하였다.
당사자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교각 설치에 이용된 IPC 공법은, 거더에 삽입할 필요한 강선의 일부를 지상에서 거더에 1차 삽입하고 거더를 교각 위에 설치한 다음, 나머지 강선을 복수개의 거더가 일체화되도록 강선을 거더에 관통시켜 2차 삽입하는 공법이었다. 이러한 IPC 공법이 이용됨에 따라 교각 설치 이후에 2차 강선 삽입이 이루어지게 되어 교각 위의 거더에 강선을 이송할 필요가 있게 되었던 것이다.
종래에는 IPC 거더 교각 설치 이후에 2차 강선을 삽입하기 위하여, 강선삽입장치를 교각 위에 이송한 후 2차 강선을 삽입하는 방법, 크레인을 사용하여 강선코일을 들어 올려 2차 강선을 삽입하는 방법, 또는 강선삽입장치의 끝단에 파이프관이나 튜브를 연결하여 강선을 이송하여 삽입하는 방법 등이 이용되어 왔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방법들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며 기기 파손이나 작업자의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고, 이 사건 발명이 출원되기 이전까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별다른 해결수단이 제시된 바가 없었음이 밝혀졌다.
특허법원은 위와 같은 증거조사결과에 근거하여 통상의 기술자가 교각 위로 강선을 이송하는 강선삽입장치를 제공하기 위하여 강선삽입장치에 텔레스코픽 이송관과 텔레스코픽 붐의 구성을 결합하는 것을 쉽게 착상해 낼 수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보아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인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