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청구범위 해석에 있어서 가장 문제가 많고 논란이 되는 부분이 바로 기능식 청구항이다. 기능식 청구항은 발명을 이루는 필수적 구성요소 중 전부 또는 일부를 물리적 구조가 아닌 기능·효과·성질 등으로 간접적이고 추상적으로 표현한 청구항을 의미한다. 즉, 기능식 청구항은 ‘구성의 물리적 구조(physical structure)’가 아닌 ‘구성이 무엇을 하는지(what it does)’로 표현한 것이다. 예를 들면 청구범위에 A와 B를 연결하기 위한 구성으로 ‘볼트와 너트’, ‘고리 클립’ 등과 같이 물리적 구조로 표현하지 않고 ‘연결 수단’으로 표현하여 A와 B를 연결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임을 기재한 것이다. 이러한 기능식 청구항은 해당 기능을 수행하는 구체적인 수단들을 모두 보호범위로 포섭할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 구조로 표현된 청구항에 비하여 넓은 보호범위를 갖게 된다.
기능식 청구항은 ‘구성의 물리적 구조(physical structure)’가 아닌 ‘구성이 무엇을 하는지(what it does)’로 표현한 것이다.
미국의 특허 청구범위는 중심한정주의에서 주변한정주의로 변경되었음은 앞서 살펴보았다. 처음에는 중심한정주의를 채택하여 특허 출원인이 명세서에 보호받고자 하는 청구범위의 경계를 특정할 필요가 없이, 특허발명이 선행발명과 비교하여 어떠한 기술적 특징이 있는지에 대해서만 명시하면 되었다. 그런데 1870년에 이르러 주변한정주의로 변경되면서 청구범위를 작성하여 경계를 특정하게 되었고, 넓은 보호범위를 갖도록 청구범위를 기능식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널리 이용되었다.
이러한 기능식 청구항에 대하여 실제 발명보다 더 넓은 보호범위를 갖는다는 비판이 있었고, 이에 미국 연방대법원은 1946. 11. 18. Halliburton 사건에서 기능식 청구항은 그 청구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위 판결은 특허 출원인에게 청구범위 작성에 관하여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결국 미국 의회는 절충안으로 1952년 기능식 청구항을 허용하되, 그 권리범위는 발명의 설명에 기재된 그에 관한 구조, 재료, 행위 및 그와 균등한 것으로 제한되도록 하는 내용의 35 U.S.C. 112(f) 규정을 신설하였다.
우리나라는 2007. 1. 3. 법률 제8197호로 개정되기 전의 특허법 제42조 제4항 제3호는 청구범위 기재요건으로 “발명의 구성에 없어서는 아니 되는 사항만으로 기재될 것”이라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위 규정에 의하면 청구항에 기술적 구성을 기재하지 않고 당해 구성이 수행하는 기능만을 기재하는 기능식 청구항은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그런데 특허법 개정으로 위 제3호를 삭제하고 제42조 제6항에 “특허청구범위를 기재할 때에는 보호받고자 하는 사항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발명을 특정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구조·방법·기능·물질 또는 이들의 결합관계 등을 기재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기능식 청구항이 허용됨을 명시하였다.
특허 출원인은 넓은 보호범위를 갖기 위하여 청구범위를 기능식 표현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청구범위가 넓어져 이미 공지된 선행발명의 보호범위와 유사해짐에 따라 신규성 또는 진보성이 부정되어 등록이 거절되거나 등록되더라도 추후 등록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게 된다. 즉, 넓은 보호 범위를 갖는 대가로 무효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므로 이는 기능식 청구항의 딜레마이다.
넓은 보호 범위를 갖는 대가로 무효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므로 이는 기능식 청구항의 딜레마이다.
특허 출원인은 기능식 청구항의 딜레마를 해결하고 넓은 청구범위와 특허요건 충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하여 명세서에 기능식 청구항과 풍부한 실시예를 기재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최근 명세서 작성 동향을 살펴보면, 청구범위는 기능식으로 표현하여 그 보호범위를 최대한 넓게 작성하고, 거절결정과 등록무효심판에 대비하여 발명의 설명에 그 기능·효과·성질과 관련된 구체적 실시예를 다양하게 기재하고 있다. 위와 같이 명세서를 작성함으로써 보호범위를 최대한 확장하고, 설령 선행발명에 의하여 거절이유를 통지받거나 등록무효심판이 청구되더라도 발명의 설명에 기재된 실시예에 나타난 구체적 구성으로 청구범위를 보정하거나 정정함으로써 무효사유를 피하게 되므로, 실무상 많이 이용되고 있다.
특허 출원인은 서로 반비례 관계에 있는 넓은 청구범위와 특허요건 충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하여 명세서에 기능식 청구항과 풍부한 실시예를 기재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특허 출원인인으로 하여금 발명의 모든 실시예가 기재된 물리적 구조로 청구범위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은 특허 출원인에게 청구범위 작성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발명은 본질적으로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므로 그 청구범위를 특정함에 있어서 물리적 구조로 한정할 수 없고 소프트웨어에 의하여 수행되는 과정들을 기능적으로 표현하는 방법 이외에는 현재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행 특허 제도상 기능식 청구항의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청구범위를 물리적 구조로 작성함에 어떠한 어려움이 없음에도 넓은 보호범위를 갖기 위하여 청구범위를 기능식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위해 앞서 본 바와 같은 명세서 작성 방법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이로 이하여 실제 발명하지 않은 부분도 청구범위에 포함되게 되고, 실무상 발명의 보호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그 경계를 확정하는데 어려움이 있게 된다. 또한 기능식 표현으로 발명의 경계가 불명확하고 권리범위를 확정할 수 없게 되므로 당사자 사이에 소송이 제기되고, 무효사유를 피하기 위한 정정심판 청구 등이 계속되는 등 일련의 분쟁이 계속되게 된다.
따라서 청구범위를 물리적 구조로 표현할 수 있음에도 실제 발명한 것보다 더 넓은 보호범위를 갖기 위한 방법으로 기능식 청구항을 이용하는 것은 제한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