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는 거의 10년 동안 암과 싸우다가 56세에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유전자 결함이 있는 BRCA1을 가지고 있었고 의사는 내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에 이른다고 예측했다. 나는 유방절제수술을 결심하였고, 유방절제수술로 인하여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에서 5%로 감소되었다. 나는 이제 아이들에게 엄마를 유방암으로 잃게 될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글은 미국의 유명 여배우인 안젤리나 졸리가 2013. 5. 14. 뉴욕타임지에 ‘나의 의학적 선택’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의 일부분이다.
한 달 후인 2013. 6. 13. 연방대법원에서 위 BRCA 유전자와 관련한 ‘ASSOCIATION FOR MOLECULAR PATHOLOGY V. MYRIAD GENETICS, INC.’ 사건(이하 ‘Myriad’ 사건이라 한다)이 선고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DNA 특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Myriad 사는 BRCA1, 2 유전자에 대한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었고, BRCA1, 2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할 경우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생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점에 착안하여, 환자들을 상대로 BRCA1, 2 유전자 변이를 테스트하는 방법으로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생 가능성을 진단하였다.
환자들은 1회 진단 비용으로 $3,340 상당의 금액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Myriad 사가 BRCA1, 2 유전자에 대하여 배타적 권리를 주장하면서 위 유전자를 사용하는 자들과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것이다. Myriad 사의 유전자 특허에 반대하는 자들은 해당 특허는 모두 자연적 산물로 미국 특허법 제101조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하였다. ‘Myriad’ 사건에서의 주된 쟁점은 분리된 DNA와 cDNA가 자연적 산물에 불과하여 미국 특허법 제10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특허적격(subject matter)에서 제외되는지 여부였다.
미국 특허법 제101조는 “새롭고 유용한 방법, 기계, 제조물 또는 합성물 또는 이들의 새롭고 유용한 개량을 발명하거나 발견한 자는 누구든지 본 법률의 조건과 요건에 따라 그에 관한 특허를 받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국 특허법 제101조의 예외를 인정하여 자연법칙(law of nature), 자연 현상(natural phenomena), 추상적 아이디어(abstract idea)는 특허대상적격이 없다는 확고한 견해를 취하고 있으므로, DNA와 cDNA가 이러한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cDNA(Complementary DNA: 상보적인 DNA)의 개념은 생소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일반적으로 DNA에서 RNA가 만들어지고 RNA에서 단백질이 생성되나, 예외적으로 역전사효소(reverse transcriptase)를 통해 거꾸로 RNA에서 DNA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음이 알려져 있었다. DNA는 단백질로 만들어지는데 필요한 부분인 exon과, 단백질로 만들어지는데 필요하지 않은 부분인 intron을 포함하고, mRNA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intron은 제거되고 exon만이 남게 된다. mRNA에서 역전사효소를 통하여 거꾸로 DNA를 만들어내어 intron이 제거된 exon만 남은 cDNA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즉 cDNA는 바로 예외적으로 역전사효소를 통하여 mRNA에서 DNA가 만들어지는 것을 착안하여 고안된 것이다.
2010. 3. 29. 미국 남부 지방법원의 Sweet 판사는 분리된 DNA와 cDNA는 모두 자연의 산물이므로 특허적격이 없다고 보았고, 이에 Myriad 사는 CAFC에 항소하였다. 항소법원은 2011. 7. 29. 이 사건 DNA는 자연에서 존재하는 DNA와는 상당히 다른 화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특허적격이 있고, 이러한 판단은 거의 30년 동안 분리된 DNA에 특허를 부여한 PTO의 오랜 실무 관행과도 부합한다고 판단하였다. 연방대법원은 2012. 3. 26. 원고 측의 상고신청을 받아들인 후 ‘Mayo v. Prometheus’ 사건에 비추어 재심사하도록 항소법원으로 사건을 환송하였다.
CAFC는 2012. 8. 16. 환송사건에 대하여 “자연적인 세포나 염색체에서 분리된 DNA라고 하더라도 화학적으로 조작되어 인체에서 존재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산물이므로 특허적격이 있다.”, “판례법과 오래된 PTO의 관행을 깨고 분리된 DNA를 다른 조성물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국회에서 결정할 일이다.”라고 판시하여 종전과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였다. 한편 분리된 DNA에 관하여 BRYSON 판사는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는데, BRYSON 판사가 제시한 ‘나뭇잎 비유’는 비록 채택되지 않았지만 주목할 만하다. BRYSON 판사는 “유전자를 추출하는 것은 나무에서 나뭇잎을 따는 것과 유사하다.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나뭇잎은 자연적인 시작점과 종착점을 갖는다. 봄에 싹이 튼 그 지점에서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진다. 조기에 나뭇잎을 꺾었다고 해서 그 나뭇잎이 인간이 만든 발명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원고 측은 CAFC의 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신청하였고 사건은 다시 연방대법원으로 이송되었다. 여기서 인상 깊은 점은 연방항소법원인 CAFC가 최고법원인 연방대법원의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고 종전과 동일한 판단을 하였다는 점이다. CAFC의 특허 전문성에 대한 자부심이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르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수 있다.
연방대법원은 2013. 6. 13. CAFC의 판단에 제동을 걸었고, “Myriad 사가 BRCA1, 2 유전자의 위치를 찾아내는데 과도한 노력이 소요되었다는 점만으로는 특허법 제101조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볼 수 없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DNA 단편은 자연의 산물이고 단지 그것이 분리되었다는 점만으로 특허적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cDNA는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exons’ 분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산물이고, ‘introns’가 DNA로부터 제거될 때 실험실 기술자에 의하여 새로운 무언가가 창조된 것으로,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기에 특허적격이 있다.”라고 판단하였다. 즉 연방대법원은 분리된 DNA는 자연의 산물로 특허적격이 없으나, cDNA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특허적격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연방대법원은 분리된 DNA는 자연의 산물로 특허적격이 없으나, cDNA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특허적격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1) 우리나라를 포함한 독일, 일본, 중국의 특허실무는 화학물질이나 미생물과 같이 그 환경으로부터 인위적으로 분리된 것은 특허법상 발명으로 보고 있으므로, 인체로부터 인위적으로 분리된 DNA는 그 특허대상적격성을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입장이다.
(2) 우리나라에서도 실제 BRCA1 유전자에 관한 분리된 DNA 단편에 관한 발명(출원번호 : 10-1997-700897)이 특허출원이 된 바 있다. 특허청은 DNA 단편에 관한 특허출원에 대하여서는 청구범위에 기재된 구성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의견제출통지를 하였고, 이에 출원인이 의견을 제출하지 않아 최종적으로 거절되었다. 위 사안에서 출원인이 의견제출통지에 대하여 제대로 대응을 하였다면 특허청 실무상 특허등록도 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분리된 DNA에 대한 특허대상적격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례는 없는 상황이고, 반대 견해도 존재할 수 있으므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3) 흥미로운 사실은 호주에서도 실제 Myriad 사건이 법원에서 다투어진 바 있고, 이에 대하여 최고법원의 판결이 있었다는 점이다. 호주의 1심과 항소심 법원은 분리된 DNA의 유전자 서열은 게놈(genome)에 존재하는 서열과는 달리 그 구조와 기능에 변화가 있다는 이유로, cDNA도 자연에서 존재하지 않는 유전자 서열이라는 이유로 모두 특허대상적격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최고법원인 호주 대법원(High Court of Australia)의 다수의견은 분리된 DNA의 유전자 서열은 ‘유전 정보’이기 때문에 특허대상적격이 없고, cDNA도 동일한 ‘유전 정보’이므로 특허대상적격성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미국은 자연법칙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호주는 이러한 자연법칙 예외 법리가 없기에 유전 정보에 불과하여 발명이 아니라는 이유로 특허대상적격성을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Myriad 사건에 관한 판결이 있기 이전에는 대체로 인체로부터 분리된 DNA의 특허대상적격성을 인정하여 왔고, 미국의 경우에는 그때까지 인간 DNA의 약 18.5% 정도가 특허 등록된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3. 미국 연방대법원이 기존의 실무와 달리 분리된 DNA의 특허대상적격성을 부정하자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는데, 미국 연방대법원과 호주 대법원에서 위와 같은 판결을 한 것은 ‘반공유재의 비극(The Tragedy of Anticommons)’ 이론과 깊은 관련이 있다.
Garrett Hardin은 1968. 12. 경 ‘공유재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 이론으로 공유 자원의 지나친 남용으로 의한 환경오염, 생태계의 파괴 등을 소개한 바 있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목초지에 양이 3마리 있다가 점차 그 수가 증가하면서 목초지가 황폐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Michael A. Heller와 Rebecca S. Eisenberg는 1998. 5. 경 ‘반공유재의 비극(the tragedy of the anticommons)’으로 특정 자원에 권리를 많이 부여하게 되는 경우 권리자들이 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차단함으로써 기술혁신에 방해가 된다는 이론을 제시하였다. 이 이론에 근거하여 'Patent Thicket', 'Gridlock' 등의 이론이 등장하였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너무나 많은 특허권들이 특허 덤블이나 정체 상태에 빠지게 하여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특히 Biomedical 기술분야에서 특정 물질에 대하여 특허권을 많이 부여하게 되는 경우 하위 연구와 물품 개발을 차단하게 됨으로써 생명을 구하는 기술혁신에 방해가 된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아무리 가치가 큰 발명이더라도 특허권 부여로 인한 선점의 범위(the preemptive scope)가 지나치게 넓다면 이를 이용하는 수많은 연구와 기술개발이 차단되어 결국에는 산업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Biomedical 기술분야에서 특정 물질에 대하여 특허권을 많이 부여하게 되는 경우 하위 연구와 물품 개발을 차단하게 됨으로써 생명을 구하는 기술혁신에 방해가 된다.
실제 SACGHS(the Secretary’s Advisory Committee on Genetics, Health, and Society) 위원회는 유전자 특허가 유전자 연구 및 유전자 검사 개발을 차단한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 미국 Myriad 사건에서는 이러한 연구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2년 넘게 COVID19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백신 기술은 미국과 유럽의 특정 나라만이 보유하고 있을 뿐이고 배타적 권리의 행사로 다른 나라들이 이를 이용하거나 연구할 수 없게 된다.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의약제품이 그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차단된다는 점에서 백신 형평성과 평등성이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고, 그 이론적 배경으로 '반공유재의 비극 이론'이 거론되고 있으므로 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의약제품이 그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차단된다는 점에서 백신 형평성과 평등성이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고, 그 이론적 배경으로 '반공유재의 비극 이론'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