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사가 개발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인 ‘알파고(AlphaGo)’와 한국 프로기사 ‘이세돌’ 九단 간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4:1로 승리한 것은 인간의 역사상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바둑은 그 경우의 수가 명확하지 않지만 구글에서는 250의 150승이라고 보고 있고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기계가 정복할 수 없다고 여겨졌던 믿음이 알파고와 이세돌의 경기에서 무너지게 되었다.
최근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AI 기술을 이용한 특허발명의 경우 특허성 판단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고, 이와 관련하여 AI 기술이 특허 제도를 위협하고 있다는 견해도 등장하고 있다.
AI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일상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용되고 있고, 최근에는 ‘DABUS’라는 이름의 AI가 창작한 발명을 사이에 두고 AI가 발명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논의되고 있다. 이제는 AI 발명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닌 지금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AI 기술은 특정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주어진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데이터를 이용하여 반복학습하며, 그 학습을 통하여 스스로 최적의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AI 기술에 관한 발명을 ‘약한 AI’와 ‘강한 AI’로 구분하는 견해가 있다. 약한 AI는 특정 기술 분야에서 제한된 목적과 범위 내에서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들로써 현재의 AI는 이 범주 내에 있다고 한다. 반면, 강한 AI는 분야와 관계없이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인간처럼 스스로 사고하고 결론을 낼 수 있는 단계라고 한다.
현재 AI 발명이 행해지는 형태나 논의되는 쟁점들을 고려하여, AI 발명을 ① AI 프로그램(소프트웨어) 발명 그 자체, ② AI 기술이 사용된 발명, ③ AI가 창작한 발명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AI의 발전이 가속화되어 모든 인류의 지성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초인공지능이 출현하는 ‘특이점(singularity)’에 대한 논의도 있으나, 특이점이 도래할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불확실한 것 같다.
AI 발명을 ① AI 프로그램(소프트웨어) 발명 그 자체, ② AI 기술이 사용된 발명, ③ AI가 창작한 발명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AI 발명의 개념 및 형태를 도면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항의 ‘AI 프로그램 발명’은 특정 과제를 수행하기 위하여, ⅰ) 문자, 영상, 음악, 각종 인터넷 자료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ⅱ)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조직적·체계적으로 구분하기 위한 학습 데이터구조를 구축하며, ⅲ) 학습 데이터구조에 적합한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반복적으로 기계 학습을 함으로써 학습 모델이 완료된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②항의 ‘AI 기술이 사용된 발명’은 위 ①항의 AI 프로그램에 의하여 출력된 정보를 활용한 발명이다.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나 AI를 이용하여 후보약물을 선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약품을 발명하는 것 등과 같이 이미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기존 기술과 AI 기술의 결합뿐만 아니라 인간 생활의 모든 영역(의료, 행정, 경영, 상거래, 금융, 보험 등)에서 AI 기술이 융합될 것이고, 향후 특허발명에서 AI 기술의 결합은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③항의 ‘AI가 창작한 발명’은 위 ①항의 AI 프로그램의 생산물로서 AI가 특정한 발명을 한 경우이다. 이는 강한 AI 단계에서 빅 테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과제를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인간의 개입 없이 발명을 한 경우라고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AI의 발명자성(inventorship)에 대하여 논의되고 있다.
최근 ‘DABUS(Device for the Autonomous Bootstrapping of Unified Sentience)’라는 명칭의 AI를 발명자로 한 특허출원에 대하여 전 세계적으로 AI가 발명자가 될 수 있는지 뜨겁게 논의되고 있고, 해당 사건의 내용과 쟁점은 다음과 같다.
<DABUS 사건의 개요>
DABUS는 발명자인 Stephen L. Thaler 박사가 특허받은 AI(인공지능)이다. Thaler 박사는 DABUS가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음식저장용기(Food Container)’를 창작해낸 것으로 DABUS가 발명자이고, 자신은 DABUS로부터 특허받을 권리를 승계받았다고 주장하면서 2019. 9. 17. WIPO에 PCT 국제출원을 하였다. 특허출원서에는 발명자란에 “DABUS, The invention was autonomously generated by an artificial intelligence(다부스, 발명은 인공지능에 의해 자율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출원인 부분에 “Stephen L. Thaler”라고 기재되어 있다. Thaler 박사는 ‘DABUS가 해당 분야의 일반적인 지식에 대한 훈련을 받았을 뿐이고,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은 아니며, 위 발명에 관련된 특정 데이터로 훈련된 바도 없이 발명이 새롭고 현저한 것임을 스스로 식별한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쟁점>
Thaler 박사가 만든 인공지능인 'DUBUS'가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음식저장용기'를 발명하였다면 발명자와 특허권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
DABUS 사건에 대하여 미국, 영국, 호주 법원의 판단이 있었다. 미국 버지니아 동부지방법원은 2021. 9. 2. 미국 특허법상 발명자는 자연인이므로 인공지능은 발명자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현재 항소심 계속 중이다. 영국 잉글랜드/웨일즈 상급법원은 2021. 9. 21. 인공지능은 영국 특허법상 발명자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한 1심 판결을 지지하였다. 2019. 12. 4., 유럽 특허청(European Patent Office, EPO)은 2020. 1. 27., 미국 특허상표청(United States Patent and Trade Office, USPTO)은 2020. 4. 22. 모두 AI는 자연인(a natural person)이 아니기 때문에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특허출원을 거절하였다. 출원인은 이러한 결정에 이의하였고, 2021. 12. 21. EPO 법률심판부(Legal Board of Appeal)는 같은 이유로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달리 호주 연방법원은 2021. 7. 30. 현행 호주 특허법에서 인공지능을 발명자에서 제외하고 있지 않으므로 인공지능이 발명자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고, 현재 항소심 계속 중이다.
호주 연방법원은 2021. 7. 30. 현행 호주 특허법에서 인공지능을 발명자에서 제외하고 있지 않으므로 인공지능이 발명자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일본과 한국의 경우 현행 특허법상 인공지능은 자연인이 아니므로 발명자가 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독일, 캐나다, 일본, 중국 등에서도 DABUS 사건이 특허 출원되었으므로,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중 호주 연방법원과 같이 DABUS의 발명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2021. 11. 10. 개최된 제7회 국제 특허법원 콘퍼런스 제3세션에서는 “인공지능 시대의 특허법상 도전들”이라는 제목으로 DABUS 사건을 포함한 인공지능 발명에 관한 여러 쟁점들에 대하여 6개국(미국, 영국, 호주, 일본, 중국, 한국)의 참가자들의 열띤 논의가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AI를 통상의 기술자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AI의 발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설문조사가 실시되었다.
설문조사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AI에게 통상의 기술자나 발명자의 지위를 인정하자는 견해가 30% 상당에 이른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향후 이와 관련하여 치열한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AI에게 통상의 기술자나 발명자의 지위를 인정하자는 견해가 30% 상당에 이른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