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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이야기

by 이혜진

COVID19을 겪으면서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백신을 개발하는데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그 성공확률도 크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신약개발은 어떻게 보면 로또 당첨과 비슷한 것 같다. 로또 당첨의 확률을 높이기 위하여 당첨 가능성이 높은 숫자를 조사하고 해당 숫자의 복권을 모두 구입한다. 이와 같이 신약개발도 많은 연구와 시간, 비용이 소요되는 험난한 과정이면서도 행운이 따라야 하는 "노력 + 시간 + 돈 + 행운"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영역이다.


1. 신약개발 과정


신약은 의약조성물이 최초로 개발되면 이에 대한 통상적인 임상 시험 과정을 거쳐 개발되게 된다. 일반적으로 신약은 선도물질 개발, 전임상 시험, 임상 1상 시험, 임상 2상 시험, 임상 3상 시험을 거쳐 그 안전성과 유효성 등이 인정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얻어 시중에 시판되게 된다.


신약을 개발한 권리자는 대체적으로 전임상 시험 이후에 그 시험결과를 기초로 하여 특허를 출원하고, 신약에 대한 임상 시험부터 시판 허가를 받기까지 통상 10년 이상 소요된다. 아래 그림은 일반적인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간략하게 도식화하여 설명하고 있다.


신약개발과정.png

[신약개발 과정(식약처 발행 신약개발 제품화지원 안내서)]



가. 선도물질 개발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거나 천연물질로부터 특정 물질을 분리한 화합물을 그 화학구조를 확인하고 그 효능을 검색하여 선도물질을 선정하는 과정이다. 보통 3.5년이 소요되는데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도움으로 이 기간이 단축되는 추세이다.


다. 전임상 시험


전임상 시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 이전에 시험관이나 질환 모델 동물 시험을 통해서 그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정보를 마련하기 위해 요구되는 시험이다. 약물의 안전성 시험에서는 실험 동물에 약물을 투여하여 독성이나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는 최대 안전 용량(NOAEL: no observed adverse effect level)을 측정한다. 약물의 유효성 시험으로는 시험관 시험(in vitro 시험)과 질환 모델 동물 시험(in vivo 시험) 등이 행하여진다. 시험관 시험에서는 세포주 등을 이용하여 시험관 내에서 약물의 반응을 확인하고 유효 농도(EC50)를 측정한다. 질환 모델 동물 시험에서는 시험 대상 동물에 특정 질환이 발현되게 한 다음 해당 질환 모델 동물을 이용하여 투여 용량별로 약물의 반응을 확인하고, 혈중 약물 농도, 소실 반감기, 대사 속도, 배설 속도 등을 측정하는 약물동태(pharmacokinetics)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라. 임상 시험


1) 임상 1상 시험

임상 1상 시험은 건강한 지원자에게 약물을 투여하여 약물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약물동태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하여 요구되는 시험이다. 약물 안전성 시험에서는 최대 권장 출발 용량(MRSD: maximum recommended starting dose)에서 용량을 증가하여 투여함으로써 이상반응 여부를 확인한다. 최대 권장 출발 용량(MRSD)을 산정함에 있어, 먼저 동물 시험에서 유해 작용이 관찰되지 않는 최고 용량인 최대 안전 용량(NOAEL: no observed adverse effect level)을 결정한다. 이 NOAEL 값을 체표 면적을 고려한 인간 등가용량(HED: human equivalent dose)으로 변환하고, 이 값을 안전성 계수(통상적으로 10이다)로 나누어서 MRSD를 결정하되, 동물 시험에서 시험된 약리학적 활성 용량(PAD: pharmacologically activity dose, HED 값이 반영된 용량)을 근거하여 용량을 더 낮출 수 있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는 투여 용량별로 혈중 약물 농도, 소실 반감기, 대사 속도, 배설 속도 등의 약물동태(pharmacokinetics)에 관한 정보를 얻고, 위와 같은 약물동태에 관한 정보와 전임상 시험에서 얻은 약물동태에 관한 정보 등을 고려하여 임상 2상의 투여 용량과 투여 주기 등을 설계한다.


2) 임상 2상 시험

임상 2상 시험은 특정 질환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적 효과를 확인하고 투여 용량과 투여 기간 설정 등 다양한 정보 수집을 위해 요구되는 시험이다. 이 단계에서는 2~3개의 설계 용량을 정한 후 소수의 환자에게 투여하여하여 약효에 관한 시험을 한다.


3) 임상 3상 시험

임상 3상 시험은 임상 2상 시험에서 환자에게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을 골라내어 이것이 기존 치료제보다 좋고 시판 허가 신청을 해도 되는지 보기 위하여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수행하여 효과를 평가한다.


2. 실패는 새로운 기회


신약 개발은 선도물질을 개발하여 통상적으로 행하여지는 일련의 전임상 및 임상 시험 과정을 통하여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자료를 얻고 이에 근거하여 가장 적합한 투여 용량과 투여 주기를 찾는 것이다. 의약조성물발명의 경우 일반적으로 전임상 시험결과를 토대로 임상 1상 시험 이전에 특허출원하고 등록요건(명세서 기재 요건, 신규성, 진보성 등)을 갖추면 특허등록된다. 그런데 특허등록을 받더라도 임상시험 중에 질병에 효과가 없음이 밝혀지거나 독성이나 부작용 등이 나타남에 따라 신약개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의약업계에서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최근 미국 바이오협회에서 분석한 신약개발 성공률은 7.9%로 나타났다.


그러나 신약개발에서의 실패가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실데나필(sildenafil)과 미녹시딜(minoxidil)을 들 수 있다. 실데나필(sildenafil)은 비아그라 성분으로 원래 협심증 관련 약물로 개발되었으나 음경해면체 확장이라는 부작용이 발견되어 전혀 다른 용도인 발기부전치료제로 개발되었다. 그리고 미녹시딜(minoxidil)은 원래는 고혈압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털이 자라나는 부작용에 착안하여 발모제로 개발된 바 있다.



신약개발에서의 실패를 면밀히 분석하면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실패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3.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의 활약


최근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신약개발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들 제약업체들은 AI 신약개발 전문 업체들과 협업을 하거나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현재 신약개발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이 활용되면서 선도물질(신약후보물질)을 찾아내는데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키고 있다. 수십 명의 연구원들이 수없이 많은 자료 검색을 통하여 평균 3.5년 동안 찾아냈던 선도물질(신약후보물질)을 6개월 내지 1년으로 단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얀센의 경우 BenevolentAI사와 인공지능으로 개발한 신약후보물질이 임상 2상에 진입한 상태이다. Recursion Pharmaceuticals사의 경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뇌 해면상 혈관기형 치료물질의 임상 1상 IND의 FDA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구글을 모회사로 둔 23andMe사는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하는 업체로 유전자 분석 키트 구매 소비자의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을 통해 신약개발이 가능한 항체를 개발하였다.


신약개발도 많은 연구와 시간, 비용이 소요되는 험난한 과정이면서도 행운이 따라야 하는 "노력 + 시간 + 돈 + 행운"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영역이다. 그렇지만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활용됨에 따라서 "노력 + 시간 + 돈 + 행운"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의약업계에 있어서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신약개발은 미국과 유럽의 제약회사가 오랜 기간 동안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오리지널 약품을 개발하여 제공하여 왔다. 우리나라는 다른 기술분야와는 달리 신약개발에 있어서는 그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곧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 영역에서 혁신을 이룰 것을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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