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아그라에 이런 일이...

by 이혜진

남성 발기 부전 치료를 위해서는 종래에는 음경해면체 내에 약물을 주사하거나 보형물을 삽입하는 외과적 처치가 필요하였다. 이는 치료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술 등의 과정이 필요하였기에 환자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약의 복용만으로 성기능을 향상시키는 비아그라(Viagra)가 1998. 경 미국 FDA의 승인을 받고 시판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비아그라(Viagra)'는 발기 부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물로 알려지면서 동일한 활성성분을 갖는 약품들이 등장하였고, 이에 전 세계적으로 비아그라 특허를 무효로 하기 위한 특허소송이 계속되었다.



1. '비아그라(Viagra)'의 용도 발명 및 작명


비아그라(Viagra)의 활성성분인 ‘실데나필(sildenafil)’은 처음에는 협심증 치료 용도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임상 1상 시험 중에 건강한 지원자로부터 자발적 발기가 나타났다는 부작용이 보고됨에 따라 발기부전 치료 용도로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비아그라(Viagra)'가 어떻게 작명된 것인지 다양한 의견이 있다. 화이자 제약에 근무하는 필리핀계 미국인이 필리핀 토속어인 타갈로그어 ‘바이그’(고환)의 복수형인 ‘비아그라’를 제안하여 채택되었다는 견해가 있다. 또 다른 견해는 ‘정력이 왕성한’이란 뜻의 영어 단어 ‘Vigorous’와 나이아가라 폭포의 ‘Niagara’의 합성어라는 견해도 있다. 어떠한 견해든 '비아그라(Viagra)'라는 명칭은 남성의 정력과 관련되었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그리고 '비아그라(Viagra)'는 남성을 상징하는 파란색과 다이아몬드 형상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색상과 모양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비아그라는 '파란색 다이아몬드 알약'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2. '비아그라(Viagra)' 관련 특허소송


가. 사건의 내용 및 쟁점


국내 제약회사들은 비아그라 물질 자체에 대한 특허가 2012. 5. 만료됨에 따라 동일 성분의 제네릭 약품을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발기부전 치료 용도에 대한 특허가 2014. 5. 까지 존속기간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위 용도 특허가 유효할 경우 국내 제약회사들은 상당한 액수의 손해배상을 부담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에 국내 제약회사들은 특허권자인 화이자(Pfizer)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비아그라의 용도 특허에 대한 등록무효심판을 제기하게 되었다.


비아그라에 관한 특허분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 캐나다, 미국,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제기되었고, 주된 쟁점은 ① 그 출원 전의 종래기술에 의하여 진보성이 부정되는지 여부, ② 발기부전 치료 용도를 충분히 개시하는 등 명세서 기재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였다.


특허분쟁의 결과는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이 흥미롭다.


나. 외국의 분쟁 사례


1) 유럽


이 사건 특허발명과 대응되는 유럽 특허 제702555호는 ‘남성에 있어서 발기성 기능장해의 치료 등을 위한 실데나필을 경구 투여하는 것을 포함하는 화합물의 의학적 용도’에 관한 것이다.


유럽 특허청 심판부는 2005. 2. 3. 결정한 'T1212/01-3.3.2' 사건에서 ‘선행기술에는 실데나필이 cGMP PDE 선택적 억제제로서 혈관확장 활성 효과뿐만 아니라 내피-유도된 이완 인자 및 니트로 혈관 확장 효과가 있다는 점 및 PDE VA 억제제는 발기 부전 치료 효과가 있다는 점이 나타나 있으므로, 통상의 기술자로 하여금 해당 화합물의 효능을 구강 투여로 시험하는 동기를 제공할 것이며, 통상의 기술자는 위 선행기술로부터 특허발명에 도달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해당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하여 특허가 무효라고 보았다.


한편 화이자는 위 소송과정에서 ① 혈압 저하 약물들이 발기부전 상태를 치료하기보다는 발기부전의 원인이 된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있었고, ② 비아그라 약품은 상업적으로 성공하였기에 그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심판부는 ① 주장에 대해서는 화이자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기술적 선입견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그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리고 ② 주장에 대해서는 상업적 성공은 진보성 평가의 제2 식별 요소이고, 본 사안은 선행기술을 논리적으로 따라가면 어렵지 않게 특허발명에 이를 수 있기에 제2 식별 요소는 진보성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상업적 성공이 청구된 기술적 발전으로 인한 것인지 광고 또는 홍보 등의 다른 이유로 인한 것인지 입증할 증거가 없음을 이유로 화이자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2) 캐나다


이 사건 특허발명과 대응되는 캐나다 특허 제2,163,446호는 ‘남성에 있어서 발기성 기능장해의 치료 등을 위한 실데나필을 경구투여하는 것을 포함하는 화합물의 의학적 용도’에 관한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특허권자가 비아그라 특허를 획득할 때 발명을 적절하게 개시하였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되었다. 캐나다 대법원은 2012. 11. 8. 선고된 'Teva Canada Limited v. Pfizer Canada Inc' 사건에서 ‘해당 특허는 실데나필의 발기 부전 치료 용도와 효과에 대하여 충분히 개시하였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고 명세서 기재 요건 위반을 이유로 특허가 무효임을 확인하였다.


3) 미국


이 사건 특허발명과 대응되는 미국 특허 제6469012호는 ‘실데나필을 포함하는 화합물을 남성에게 경구투여하는 것을 포함하는 남성의 발기성 기능장해 치료 방법’에 관한 것이다.


버지니아 동부 지방법원은 2011. 8. 12. 선고한 'Pfizer Inc. v. Teva Pharms' 사건에서 ‘출원 당시에 통상의 기술자들은 발기성 기능장해 원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였던 점, 고혈압 치료 위한 혈관확장제가 종종 발기성 기능장해를 야기하였기 때문에 해당 화합물 사용의 반대 교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점, 특히 발기성 기능장해 치료에 있어 국소 투여 또는 주사 투여가 이용되었으므로 경구투여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려웠던 점’ 등에 근거하여 위 특허발명은 자명하다고 볼 수 없어 무효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4) 일본


이 사건 특허발명과 대응되는 일본 특허 제2925034호는 ‘실데나필을 포함하는 남성을 포함한 수컷 동물에 있어서의 발기 기능 부전의 치료를 위한 경구투여 조성물’에 관한 것이다.


일본 특허심판원은 2003. 6. 23. 결정한 이의 2000-70281 사건에서 ‘다양한 화합물 중 특허 청구항에 기재된 구체적인 화합물이 남성을 포함한 수컷 동물의 발기 부전 치료를 위한 의약 조성물로 유용하다는 점 및 의약 조성물의 투여방법을 경구투여로 한정한 점은 당업자가 쉽게 도출할 수 없다. 그리고 명세서에 해당 화합물을 환자에게 투여한 내역과 그에 대한 결과가 기재되어 있으므로 본건 발명에 따른 의약 용도는 당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기재되어 있다.’라고 판단하고 특허 유지 결정을 하였다. 즉,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고 명세서 기재 요건의 위반이 없다고 보아 특허가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5) 우리나라


이 사건 특허발명은 ‘실데나필을 포함하는 남성에 있어서 발기성 기능장해의 치료를 위한 경구투여용 제약 조성물’에 관한 것이다.


특허심판원은 국내 제약회사들의 등록무효심판청구에 대하여 이 사건 특허발명은 명세서 기재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또한 진보성도 부정된다는 이유로 위 심판청구를 받아들이는 심결을 하였고, 이에 특허권자인 화이자(Pfizer)는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특허법원 2012허5707, 2012허7871(병합) 판결은 ‘해당 발명에는 그 출원 전에 약리기전이 명확히 밝혀진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고, 그 명세서에 실데나필의 발기성 기능장해 치료를 확인할 수 있는 약리데이터의 시험예 등의 기재가 없어서, 의약의 용도발명으로서의 명세서 기재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화이자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화이자는 대법원 2013후730호로 상고하였으나 결국에는 비아그라 용도발명은 명세서 기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등록이 무효임이 확정되었다.


3. 마치며...


비아그라 의약용도발명 사건에서는 명세서 기재 요건의 충족 여부 및 ‘발기성 기능장해 치료용도’의 진보성 유무가 쟁점이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동일한 특허 발명에 대한 무효 여부에 관하여 각 나라마다 다른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특허 청구항 작성 방식 등 명세서 기재의 차이, 특허법규 또는 진보성 판단 기준의 차이, 소송 당사자의 주장 및 입증의 차이, 그리고 국가 정책적 고려 등 다양한 요인의 작용 결과일 수 있다.


현재 비아그라 특허의 존속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비아그라의 제네릭 의약품인 '팔팔'이 오리지널 의약품인 '비아그라'를 제치고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일한 활성성분인 '실데나필'을 사용하므로 효과가 동일한데 제네릭 의약품이 오리지널 의약품을 이기는 이유는 바로 "낮은 가격"에 있을 것이다.


팔팔 비아그라.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신약개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