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래에는 태아의 다운증후군 등 염색체 이상이나 성별 등의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모체 내의 양수에서 샘플을 채취하는 침습적인 검사 방법(invasive prenatal DNA testing)이 행하여졌으나 이는 유산의 위험성이 있어 제한적으로 이용되었다.
최근에는 임산부의 혈액을 채취하여 혈액 내의 cffDNA(cell-free fetal DNA)를 검사함으로써 태아의 염색체 이상이나 성별 등을 진단하는 획기적인 방법이 등장하였다. 이와 같은 진단방법은 비침습적으로 태아의 DNA를 검사(non-invasive prenatal DNA testing)하게 되므로 유산의 위험이 없다는 이점이 있다.
cffDNA 진단방법이 간편하고 안전하여 그 이용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이로 인하여 다운증후군으로 진단된 태아의 낙태 비율이 증가될 것으로 예측된다. 2015. 9. 21. 자 The Wall Street Journal에서는 ‘이와 같은 진단방법은 낙태 문제에 대한 심각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오하이오(Ohio) 주에서는 임산부가 다운증후군의 아이를 임신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낙태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야누스의 두 얼굴과 같이 유산의 위험성을 막기 위한 발명이 오히려 태아의 생명을 위협하는 발명이 된 것이다.
Dennis Lo와 James Wainscoat는 1996년 임산부의 혈액 내의 플라즈마와 혈청에서 cffDNA를 발견하여 cffDNA 검사함으로써 태아의 유전자 변이나 성별 등을 진단하는 방법을 발명하였다.
cffDNA 진단방법 발명은 2001년에 특허권을 획득하였고, Sequenom Inc.(이하 ‘Sequenom’이라 한다)에 의해 “MaterniT21 test” 명칭으로 상업화되었다. 위 특허는 임산부의 플라즈마 또는 혈청 내의 cffDNA을 확대시키는 단계 및 해당 샘플에서 cffDNA를 검사하는 단계를 포함하고 있고(이하 ‘540’ 특허라 한다), 유전적 결함을 가진 태아를 임신한 여성은 정상 태아를 임신한 여성에 비해 혈액 속의 cffDNA가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쟁사인 Ariosa Diagnostics, Inc.(이하 ‘Ariosa’라 한다)는 위 Sequenom의 특허와 동일하게 비침습적으로 태아의 특성을 검사하는 “Harmony Test”를 제작하여 판매하였고, 이에 Sequenom은 Ariosa에게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경고장을 발송하였다. Ariosa는 Northern District of California 지방법원에 Sequenom을 상대로 Ariosa의 태아 DNA 진단방법은 Sequenom의 ‘540’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약식판결(summary judgment)을 청구하였다.
가. Northern District of California 지방법원 판결
경쟁사인 Ariosa는 위 소송에서 “cffDNA는 자연의 산물이고, ‘540’ 특허는 이 사건 기술분야에서 잘 이해되고 진부한 일반적인 과정을 더하였을 뿐이므로 자연적 산물에 불과하여 특허적격성이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Sequenom은, “cffDNA를 사용한 태아 DNA 진단방법 이전에는 어느 누구도 태아의 DNA를 검사하기 위하여 모체의 플라즈마 또는 혈청의 사용을 시도한 바가 없으므로 ‘540’ 특허는 진보적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cffDNA를 검사하는 다른 방법도 존재하므로 이 사건 발명이 cffDNA의 모든 사용을 선취(preemption)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위 발명은 특허적격성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Northern District of California 지방법원의 Susan Illston 판사는 2013. 10. 30. “cffDNA는 자연적 산물이고, 모체 내의 플라즈마나 혈청에서 cffDNA를 발견한 것을 이유로 특허적격성을 주장할 수 없으며, ‘540’ 특허의 cffDNA의 확대 및 검사 과정은 이 기술분야에서 잘 이해되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과정에 불과하다. 그리고 Sequenom은 발명 당시 또는 특허 발행 당시에 cffDNA를 사용한 다른 대체적인 방법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한 입증을 실패하였다.”라는 점에 근거하여 ‘540’ 특허는 결국 자연적 산물로 특허적격성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Sequenom은 CAFC(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 미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하였다.
나. CAFC 판결
CAFC는 2015. 6. 12. “cffDNA는 자연적 산물이고, cffDNA를 확대하고 조사하는 방법은 이미 이 분야의 기술자에게 잘 알려져 있으므로, 해당 방법 발명을 실행하는 것이 자연적 산물인 cffDNA를 특허적격성을 갖춘 발명으로 전환하는 창의적인 개념의 결과라고 볼 수 없다. … (중략) … 해당 특허가 획기적인 발명인 것은 인정하나 그것만으로는 특허적격성을 충족한다고 볼 수 없다. … (중략) … Sequenom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cffDNA를 검사하는 대체적인 방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특허적격성이 없다는 결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미국 특허법 제101조는 “새롭고 유용한 방법, 기계, 제조물 또는 합성물 또는 이들의 새롭고 유용한 개량을 발명하거나 발견한 자는 누구든지 본 법률의 조건과 요건에 따라 그에 관한 특허를 받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특허 대상을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미국 특허법 제101조의 예외를 인정하여 자연법칙(law of nature), 물리적 현상(physical phenomena), 추상적 아이디어(abstract idea)는 특허적격이 없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이 자연법칙 예외 이론을 채택하는 이유는 자연법칙을 누군가가 독점할 경우 이를 기반으로 한 기술혁신에 방해가 되므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어느 누구도 독점해서는 안된다는 점에 근거한다.
종래에는 태아의 다운증후군 등 염색체 이상이나 성별 등의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모체 내의 양수에 주삿바늘을 찔러 양수를 채취하여 검사하였기에 감염이나 유산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 사건 특허발명은 산모의 혈액을 채취하는 것만으로도 위와 같은 진단을 가능하게 하므로 어찌 보면 종래기술에 비하여 획기적인 발명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획기적인 발명이라고 하여서 꼭 특허등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특허법 제101조는 특허 대상을 넓게 인정하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자연법칙 등에 해당하는 경우 특허적격성이 부정되어 특허를 받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미국 연방대법원의 확고한 견해이다. 자연법칙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이외에도 cffDNA 진단방법 발명은 선한 의도의 발명이 모순된 결과를 가져오는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감염이나 유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한 의도로 발명하였으나 다운증후군이나 원치 않는 성을 가진 태아의 낙태를 조장하는 수단이 될 위험성이 있다. 특허발명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라는 "따뜻한 심장"은 발명자뿐만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사람 모두에게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특허발명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과 관심'이라는 "따뜻한 심장"은 발명자뿐만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사람 모두에게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