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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진 Apr 17. 2022

보톡스, 아무나 사용하면 안 돼요.

(보톡스 vs. 보노톡스)

어느덧 친구들이 눈가의 주름을 걱정한다. "A는 보톡스 맞고 더 젊어 보이던데... 나도 보톡스 맞아볼까?" 20대에 만난 친구들이 어느덧 40대 중후반에 이르면서 대화의 소재로 '보톡스'가 자주 등장한다. 이렇듯 우리에게 익숙한 '보톡스'는 주름방지 치료제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지만, 글로벌 제약회사 Allergan(알레간)의 '상표'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보톡스'는 '보툴리눔 독소'를 주성분으로 하는데, 이는 세균에서 생성되는 독소 중 하나로 근육을 마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사시 치료에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주름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미용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알레간의 '보톡스']

알레간이 2002년경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얼굴주름 성형치료제로도 승인받고 '보톡스'를 출시하자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다른 제약회사들도 앞다투어 '보툴리눔 독소'를 주성분으로 한 주름 치료 주사제를 출시하였다.


'보톡스'가 주름 방지 치료제로 알려지면서 화장품 분야에서도 주름방지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보톡스'를 제품 네이밍이나 제품 설명에 사용하는 사례가 증가하였다.


<보톡스 vs. 보노톡스의 다툼>


[보노톡스 제품]

화장품 회사인 주식회사 보노톡스는 '보노톡스(BONOTOX)' 상표를 출원하여 등록받고 이를 주름개선이나 미백 등과 같은 기능성 화장품에 사용하였다.


알레간은 보노톡스를 상대로 저명한 자신의 '보톡스' 상품과 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보노톡스(BONOTOX)' 상표에 대한 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이에 보노톡스는 '보톡스'는 알레간의 '저명상표'가 아닌 '보툴리눔 독소'를 이용한 주사제를 지칭하는 '보통명칭'으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상표로서의 식별력을 상실하였다고 강력하게 대응하였다.


결국 '보톡스'가 알레간의 '저명상표'인지, 아니면 '보통명칭'이 되어 식별력을 상실한 것인지가 분쟁의 주된 쟁점이 되었다.


<이해의 길잡이>

저명상표?

저명상표는 일반 수요자와 거래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까지 널리 알려지고 양질감을 획득한 상표를 의미한다(예: 삼성, 현대, 샤넬, KT, 월마트 등).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1호는 저명상표와 혼동을 일으키게 하거나 그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경우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저명상표와 오인 · 혼동시키는 부정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보통명칭?

보통명칭은 특정 종류의 상품을 지칭하는 명칭으로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예: 아스피린, 호두과자, 초코파이 등).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1호는 보통명칭은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통명칭은 본질적으로 자타상품의 식별력이 없어 특정인에게 이를 독점하게 하는 것이 부당하고 누구라도 자유롭게 사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누가 이겼나?>


특허법원은 알레간의 청구를 받아들여 '보톡스(BOTOX)'는 알레간의 '저명상표'에 해당하고 '보통명칭'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는 '보노톡스(BONOTOX)' 상표로부터 알레간의 저명상표인 '보톡스(BOTOX)'를 쉽게 연상하고 알레간에 의하여 생산 또는 판매되는 것으로 오인·혼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보노톡스(BONOTOX)' 상표의 등록은 무효가 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특허법원 2021. 2. 4. 선고 2020허6071 판결(확정)].



<승패 이유는?>


보노톡스는 '보톡스'가 보통명칭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하여 인터넷 기사, 소비자 및 병원 블로그 등에 보톡스가 주름 치료용 주사제를 지칭하는 명칭으로 사용된 다수의 사례를 증거로 제출하였다. 반면, 알레간은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보톡스'가 알레간의 등록상표임을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광고함으로써 보통명칭이 되지 않도록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증거를 제출하였다.


양자 모두 팽팽하게 대립되어 있었고 누가 승리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특허법원이 알레간의 주장을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특허법원은 각종 인터넷 사전에 '보톡스(BOTOX)'가 알레간의 상표명 내지 브랜드명으로 기재되어 있고, 알레간이 '보톡스'를 보통명칭처럼 사용하는 자들에게 경고를 하고 일반 수요자와 거래자에게 자신의 등록상표임을 계속하여 광고 및 홍보하여 왔던 사정 등을 주되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알레간은 오랜 기간 치열하게 '보톡스' 상표를 관리하고 지켜왔던 것이다.

알레간은 오랜 기간 치열하게 '보톡스' 상표를 관리하고 지켜왔던 것이다.


'보톡스' 사건은 상표관리의 중요성과 상표관리의 방법을 제시하여 준다는 점에서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종래 없었던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 경우 상표가 보통명칭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시장에 어떤 상품이 처음으로 출시되고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될 때 일반 수요자는 그러한 종류의 상품을 지칭함에 있어서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종래 없었던 새로운 상품을 표현할 적합한 보통명칭을 찾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초코파이' 사건이다. (주)오리온은 1974년경 '초코파이' 상표를 초콜릿을 바른 원형의 빵 제품에 사용하였다. 당시 이런 종류의 빵을 지칭할 다른 명칭이 없었기에 일반 수요자들은 '초코파이'를 보통명칭처럼 사용하였고, 저명해짐에 따라 더욱 빠르게 보통명칭이 되었다. 결국 (주)오리온은 '초코파이' 상표를 지키는데 실패한 것이다.


이런 경우 '보통명칭'이 되는 것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 이는 다음 편의 '브랜드 생존 전략'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저명상표와 보통명칭의 갈림길은 상표관리에 있다!


저명상표와 보통명칭은 모두 일반 수요자에게 잘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그런데 어떤 것은 저명상표로서 영광을 누리고 어떤 것은 보통명칭이 되어 상표로서의 지위를 잃게 된다.


상표는 출원하여 등록받은 것으로 끝이 아니다. 끊임없이 관리하고 대중에게 자신의 등록상표임을 강하게 인식시키는 것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가장 훌륭한 마케팅은 끈질기고 철저한 브래드 관리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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