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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진 Apr 11. 2022

'팔팔', 한미약품만 쓸 수 있다고요?

(팔팔 vs. 청춘팔팔)

화이자의 '비아그라', 일리릴리의 '시알리스', 그리고 한미약품의 '팔팔'은 대표적인 발기부전치료제이다. 이들 의약품의 이름은 어떻게 작명된 것일까?


'비아그라(Viagra)'는 화이자 제약에 근무하는 필리핀계 미국인이 필리핀 토속어인 타갈로그어 ‘바이그’(고환)의 복수형인 ‘비아그라’를 제안하여 채택되었다는 견해가 있다. 또 다른 견해는 ‘정력이 왕성한’이란 뜻의 영어 단어 ‘Vigorous’와 나이아가라 폭포의 ‘Niagara’의 합성어라는 견해도 있다. '시알리스'는 '보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see'와 '이상한 나라 엘리스'의 합성어로 '경이로운 세계를 경험해 보라'라는 의미로, '팔팔'은 '약을 복용하면 팔팔해진다'라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의약품의 효능을 나타내는 네이밍은 자칫 상표등록에 실패하거나 상표등록이 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미약품의 '팔팔'도 발기부전치료제에 있어서 그 효능을 의미하는 것으로 상표로서 식별력이 없는 것은 아닌지 실제 소송에서 문제된 바가 있다.  


<팔팔 vs. 청춘팔팔의 싸움>


한미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인 ‘비아그라’의 특허권이 만료되자 그와 동일한 실데나필 성분을 이용하여 제네릭 의약품인 '팔팔' 제품을 2012년부터 출시하였다. ‘팔팔’은 출시 직후 발기부전치료용 약제 시장의 점유율 3위에 올라 상당한 인지도를 얻었고, 2015년경에는 연간 처방조제액이 약 300억 원, 연간 처방량이 약 900만 정에 이르면서 '비아그라'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였다. 현재도 그 제품명과 같이 '팔팔'하게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해의 길잡이>

오리지널 의약품? 제네릭 의약품?

오리지널 의약품은 '원조' 의약품으로 특정 제약회사가 개발하여 처음으로 출시한 특정 성분으로 이루어진 신약을 의미한다.
 
반면,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성분 등이 동일한 제품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권이 무효가 되거나 특허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 시장에 출시되고 있고, 일명 복제약 또는 카피약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네추럴에프앤피는 2016년경  '청춘팔팔'이라는 상표를 남성성기능강화 건강기능제품 등과 관련하여 등록받았고, '청춘팔팔'이라는 제품을 판매하여 왔다. 


한미약품 측은 특허법원에 네추럴에프앤피를 상대로 '청춘팔팔' 상표는 한미약품의 '팔팔' 상표와 동일 유사하므로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하였다. 


<이해의 길잡이>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7호는 먼저 상표출원하여 등록된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는 등록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누가 이겼나?>


특허법원은 한미약품의 청구를 받아들여, 네추럴에프앤피의 '청춘팔팔'은 선등록상표인 한미약품의 '팔팔'과 동일·사하므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어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특허법원 2019. 11. 8. 선고 2019허3670 판결, 확정).  


<승패 이유는?>


소송에서 '팔팔'은 발기부전치료제와 관련하여 '약을 복용하면 팔팔해진다'라는 의미로 직감되어 상표로서 식별력이 없는 것이 아닌지 쟁점이 되었다. 


한미약품 측은 '팔팔'은 발기부전치료제와 관련하여 널리 알려진 주지·저명한 상표로서 식별력이 인정된다고 다투었고, 이와 관련하여 매출액 및 시장점유율, 광고 내역 등에 대한 증거를 제출하였다. 


특허법원은 제출된 증거에 근거하여 '팔팔'은 발기부전치료제로 주지성 있는 상표로서 일반 수요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요부'라고 보고, 네추럴에프앤피의 '청춘팔팔'은 한미약품의 '팔팔'과 동일·유사하여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고 판결함으로써 사건은 종결되었다. 


<이해의 길잡이>

요부란?

상표에서의 요부는 다른 구성 부분과 상관없이 그 부분만으로 일반 수요자에게 두드러지게 인식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주지·저명하거나 일반 수요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상표에서 요부가 있는 경우 요부를 가지고 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의약품의 네이밍 전략은? 


의약품을 시장에 출시할 때 어떠한 네이밍을 붙일 것인지는 제약회사의 최대의 고민일 것이다. 일반 수요자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의약의 효능이나 성분으로 네이밍 하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펌핑 치약' 사건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제품의 효능이나 성분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기술적 표장에 해당하여 상표등록받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효능이나 성분을 암시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게 바로 인식되지 않도록 네이밍 하는 것이 전략이다. 예를 들어 대웅제약의 '가스모틴(Gasmotin)'은 위장관운동촉진제인데 위장을 뜻하는 'Gastro'라는 단어를 이용하여 작명하였고, 한국로슈의 '타미플루'는 독감치료제인데 독감을 뜻하는 'Flu'라는 단어와 활성성분인 '오셀타미비르인산염'의 '타미'를 이용하여 작명하였다. 



의약품의 효능이나 성분을 암시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게 바로 인식되지 않도록 네이밍 하는 것이 전략이다.


한미약품의 '팔팔'이 승소한 이유는?


만약 한미약품의 '팔팔'이 일반 수요자 사이에 발기부전치료제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면, 이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 수요자가 '약을 복용하면 팔팔해진다'라는 의미로 인식한다고 보아 상표로서의 식별력을 인정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한미약품의 팔팔이 승소한 주된 이유는 아래 매출액이 증명하듯이 일반 수요자에게 너무나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아이큐비아/매출액(억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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