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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진 Jul 26. 2022

'블루 다이아몬드'의 주인은 비아그라다.

(비아그라 vs. 팔팔)

드라마 '마인(Mine)'에서 효원그룹의 한회장은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중대한 발표를 한다. “오늘은 내가 아주 중요한 걸 가족 중 누군가에게 선물할 생각이야. 이건 내가 이번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낙찰받은 ‘블루 다이아몬드’야. '블루 다이아몬드'의 주인은...바로...”라고 말하는 순간 걸려온 전화를 받고 쓰러진다. 


'마인(Mine)'은 2021년 tvN에서 방영한 인기 드라마이다. 평소 좋아하던 여배우인 이보영과 김서형이 출연하였고 스토리가 긴장감 있게 전개되었기에 16회로 종영될 때까지 본방사수를 유지했던 기억이 있다.


극 중에서 블루 다이아몬드는 200억 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나온다. 다이아몬드 중에서도 0.02%밖에 없는 매우 희귀한 보석으로, 붕소가 함유되어 있어 푸른색을 띠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소성과 최고의 가치를 가지는 블루 다이아몬드의 주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차지하기 위한 효원가(家) 사람들의 전쟁을 예고하면서 드라마가 전개되었다. 


블루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은 효원가(家)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블루 다이아몬드를 사이에 두고 발기부전 치료제인 화이자의 '비아그라'와 한미약품의 '팔팔' 사이에 이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다툼이 있었다. 


<비아그라 vs. 팔팔의 싸움>


신약은 통상적인 임상시험 과정을 거쳐 개발되게 된다. 임상시험 중에 독성이나 부작용이 나타남에 따라 신약개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약개발에서의 실패가 새로운 기회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화이자의 '비아그라'이다. 비아그라의 성분인 실데나필은 원래 협심증 관련 약물로 개발되었으나 임상시험 중에 음경해면체 확장이라는 부작용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부작용에 아이디어를 얻어 협심증과는 전혀 다른 발기부전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비아그라'가 탄생하게 되었다. 


화이자는 특허 기간인 20년 동안은 독점적으로 비아그라의 성분인 '실데나필'을 사용할 수 있으나, 특허 기간이 만료되면 이러한 독점적 지위는 사라지고 누구나 '실데나필'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비아그라'의 특허 기간이 2012년경 만료되자 국내 제약회사들은 이를 복제한 제네릭 의약품을 앞다투어 출시하기 시작하였고, 한미약품도 '팔팔'이라는 제네릭 의약품을 출시하였다. 


<이해의 길잡이>
 
오리지널 의약품 vs. 제네릭 의약품

오리지널 의약품은 '원조' 의약품으로 특정 제약회사가 개발하여 처음으로 출시한 특정 성분으로 이루어진 신약을 의미한다.

반면,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성분 등이 동일한 제품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권이 무효가 되거나 특허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 시장에 출시되고 있고, 일명 복제약 또는 카피약이라고도 한다. 


'비아그라(Viagra)'의 유래에 대하여 여러 견해가 있으나 '정력이 왕성한’이란 뜻의 영어 단어 ‘Vigorous’와 나이아가라 폭포의 ‘Niagara’의 합성어로 만들어졌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반면, 한미약품의 '팔팔'은 '약을 복용하면 팔팔해진다'라는 의미로 알려졌다. '비아그라'와 '팔팔'은 브랜드의 호칭면에서는 서로 상이한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알약의 형상에 있었다. 비아그라 알약은 일명 '블루 다이아몬드'로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고 이러한 형상을 입체상표로 등록하였다. 그런데, 한미약품이 '비아그라’와 유사한 푸른색의 마름모 형상인 '팔팔' 제품을 판매함에 따라서 분쟁이 시작되었다. 


화이자는 한미약품을 상대로 한미약품의 ‘팔팔’이 자신의 입체상표를 침해한다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한미약품도 화이자를 상대로 화이자의 입체상표는 알약의 일반적인 형태에 불과하므로 무효라고 다투었다. 


<누가 이겼나?>


1. 화이자의 비아그라 입체상표가 무효인가? NO !


법원은 비아그라의 블루 다이아몬드 형상은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는 블루 다이아몬드 형상은 알약의 일반적인 형태이긴 하나, 오랜 기간 사용되어 수요자들이 블루 다이아몬드 형상의 발기부전 치료제를 보고 '이 약은 화이자의 비아그라 제품이네'라고 누구의 제품인지 그 출처를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블루 다이아몬드 형상은 입체상표로서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이해의 길잡이>
 
입체상표란?

수요자들이 제품의 형상이나 디자인만 보고도 그것이 어떤 상품인지 쉽게 아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상표를 보지 않고 상품 외관만 보더라도 코카콜라인지 빙그레 바나나 우유인지 롯데 스크류바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입체상표는 제품의 입체적 형상만으로 상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입체상표]


2. 비아그라 알약과 팔팔 알약은 유사한가? NO !


법원은 비아그라의 알약과 팔팔의 알약은 서로 유사하지 않으므로 수요자들이 두 제품을 오인 및 혼동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는 비아그라 입체상표는 마름모 도형 형태이고 옆에서 볼 때 전체적으로 긴 타원형이지만, 팔팔 제품은 육각형 형태이고 옆에서 볼 때 전체적으로 사각형에 가까운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약품은 전문의약품으로써 대부분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사에 의해 투약되고 있으므로 수요자들이 오인 또는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3. 소송 결과


결론적으로 비아그라의 입체상표는 유효하나 팔팔의 알약 형상과는 서로 다르므로 상표권을 침해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다84568 판결). 결국 화이자는 한미약품을 상대로 한 상표권 침해소송에서 패소하였다. 


<승패 이유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의 전략]


제약 시장에서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행사해 왔던 오리지널 의약품은 특허 기간이 만료된 시점에는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제네릭 의약품을 저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반면, 후발주자인 제네릭 의약품은 선두주자인 오리지널 의약품을 추격하기 위해 전력 질주한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은 동일한 성분이므로 약의 효과에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오랜 기간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용한 수요자들은 오리지널 의약품에 강한 신뢰를 갖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제네릭 의약품은 낮은 가격만으로는 수요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어렵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성능이 갖는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오리지널 의약품과 유사한 브랜드나 디자인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오리지널 의약품은 자신의 브랜드와 디자인(제품의 형상)을 보호하기 위해 상표로 등록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존속기간 도과 후 소멸하는 특허나 디자인과는 달리, 상표는 존속기간이 10년이지만 10년마다 갱신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등록받으면 갱신을 거듭하여 영원히 권리를 보유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이러한 상표권에 기하여 자신의 브랜드나 디자인과 유사한 제네릭 의약품을 상대로 침해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제네릭 의약품을 저지한다. 


[화이자 패소?

NO !~ 블루 다이아몬드의 주인은 비아그라다.


다이아몬드는 4월의 탄생석으로 '영원한 사랑'과 '고귀함'을, 파란색은 '남성'을 상징한다. 이 둘을 합친 '블루 다이아몬드'는 희소성과 최고의 가치를 갖는다. '비아그라'의 브랜드 네임이  ‘Vigorous’와 ‘Niagara’의 합성어로 약의 효능을 나타낸다면 '블루 다이아몬드' 형상은 '남자의 영원한 사랑'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담고 있다. 


화이자는 소송에서는 패소하였지만 이 소송에서 이득을 얻었다. 비아그라의 입체상표가 유효하다고 인정됨에 따라 '블루 다이아몬드'는 비아그라만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블루 다이아몬드'의 주인은... 바로... 비아그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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