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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진 Apr 03. 2023

반클리프 아펠의 영원한 행운

어릴 적 따뜻한 봄날이 되면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풀밭을 돌아다녔다. 친구들은 종종 네잎클로버를 찾아내고 자랑했으나 여러 시간 돌아다녀도 찾지 못한 나는 낙심해서 집에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네잎클로버는 '행운'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내게 그런 행운이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을 느꼈던 것 같다.


네잎클로버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로는 그 진위를 알 수 없으나 나폴레옹이 네잎클로버로 인해 목숨을 건진 사건이 있다. 나폴레옹이 포병장교 시절 자신의 발 밑에서 우연히 발견한 네잎클로버를 뜯기 위해 몸을 숙였는데 이로 인해 적군의 총탄을 피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일화로 네잎클로버가 행운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누구나 '행운'이 자신에게 찾아오길 소망하고 인생에 한 번쯤은 행운을 차지하기를 갈망한다. 이런 행운을 찾는다면 장식품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고 싶을 것이다.


반클리프 아펠은 1906년 프랑스에 설립된  주얼리 전문 브랜드 업체인데 사람들의 이러한 소망을 이뤄주길 원했던 것 같다. 1968년경 보석의 원석을 깎아 네 개의 동그란 꽃잎을 만들고 가장자리는 작은 금 구슬로 장식한 네잎클로버 형상의 ‘알함브라’ 컬렉션 목걸이를 출시하였다. 


알함브라 컬렉션은 프랑스의 영부인, 미국 부통령 부인 등 정치계 고위 인사는 물론 그레이스 켈리, 카메론 디아즈, 샤론 스톤, 제시카 알바, 장쯔이 등 동서양의 유명 영화배우, 머라이어 캐리, 아델 등 유명 가수들이 착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국내에서는 2002년경부터 판매되기 시작하였는데 최근에는 김건희 여사가 이 브랜드를 착용하면서 다시금 조명을 받았다.  


[출처: 반클리프 아펠 홈페이지]


<반클리프 아펠 vs. 네잎클로버 형상 팬던트의 싸움>


반클리프 아펠은 2014년경 네잎클로버를 모티프로 한 형상을 상표등록받았다. 그런데 A는 반클리프 아펠과 유사한 네잎클로버 형상의 펜던트를 사용하여 제품을 판매하였다.


A는  반클리프 아펠을 상대로 네잎클로버 형상을 제품의 디자인으로 사용한 것이지 상표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반클리프 아펠의 상표를 침해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특허심판원에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였다.  



<누가 이겼나?>


특허심판원은 A가 사용하고 있는 펜던트는 제품의 디자인으로 사용된 것이지 제품의 출처를 의미하는 상표로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보아 A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반클리프 아펠은 특허법원에 그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특허법원에서는 A가 사용하고 있는 펜던트가 소비자들에게 반클리프 아펠의 상표로 오인되어 혼동을 일으키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특허법원은 반클리프 아펠의 청구를 받아들여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하였다. 그 이유는 반클리프 아펠의 네잎클로버 형상의 상표는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고, 반클리프 아펠 상표와 A의 펜던트가 유사하므로, 소비자들이 A의 펜던트를 반클리프 아펠의 제품으로 오인 또는 혼동할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특허법원 2021허3215 판결).


결국 A가 판매하는 펜던트 제품은 반클리프 아펠의 상표권 침해가 되므로 A는 더 이상 이러한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되었다. 


<승패 이유는?>


보통 사람들은 상표를 떠올릴 때 '삼성', '애플', '나이키', '샤넬' 등과 같이 문자로 이루어진 상표를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제품의 디자인이나 형상 또한 상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게 된다. A 또한 소비자들이 반클리프 아펠 제품을 '반클리프 아펠' 또는 '알함브라'라고 호칭하기에 이러한 문자들만이 상표로 보호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제품의 디자인만 보고도 그것이 어떤 상품인지 쉽게 아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는 코카콜라와 빙그레 바나나 우유, 롯데 스크류바 입체상표이다. 소비자들은 상표를 보지 않고 상품 외관만 보더라도 코카콜라인지 빙그레 바나나 우유인지 롯데 스크류바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누군가 이러한 제품 형상을 모방하는 경우 상표권 침해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제품의 형상을 상표로 등록받기 위해서는 상품의 출처 표시로 기능할 수 있을 정도로 이례적이거나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거나 또는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어야 한다. 


반클리프 아펠은 특허법원에서 자신의 '네잎클로버 형상'의 상표가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상표라는 점을 주장하면서 관련 증거를 제출하였고, 특허법원에서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져 승소하게 된 것이다. 


영원한 행운...


제품의 형상은 일반적으로 디자인권으로 보호받는다. 그런데 왜 반클리프 아펠은 별도로 상표등록을 받았을까?


디자인은 존속기간이 출원일로부터 20년이다. 그런데 상표의 경우 존속기간은 10년이지만 10년마다 갱신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등록받으면 갱신을 거듭하여 영원히 권리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디자인권은 20년 존속기간이 지나면 소멸하게 되지만 상표는 갱신을 통해서 영원히 권리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게 된다. 이 경우 경쟁사들은 디자인이 소멸하더라도 상표가 등록되어 있기에 동일 유사한 디자인을 사용할 수 없다. 


결국 반클리프 아펠은 상표등록을 통하여 행운의 상징인 네잎클로버 형상을 영원히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소한 행복...


네잎클로버를 찾기에만 집중하다 보면 수없이 많이 마주치게 되는 세잎클로버를 그냥 지나쳐 버리게 된다. 놀랍게도 세잎클로버는 아일랜드의 국화로서 하나님과 예수님, 성령님의 '삼위일체'를 의미하고,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네잎클로버를 찾아 헤매면서 수없이 많은 세잎클로버를 지나친다. 그런데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커다란 행운을 찾기 위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놓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내게는 행운을 상징하는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가 없지만... 가족 간의 행복한 식사 시간, 오랜 친구와의 만남, 아이들과의 포옹, 그리운 사람의 전화, 따뜻한 격려의 말, 추운 날 따뜻한 커피 한 잔, 봄날에 흩날리는 벚꽃 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소소한 행복들이 나의 삶 가운데 넘쳐남을 발견하게 된다.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행운보다는... 삶 가운데 소소한 행복들이 넘쳐 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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