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먹는 것을 즐겨하고 가성비를 중시 여긴다. 함께 집에서 영화를 보기로 한 어느 날 저녁, 남편은 상기된 얼굴로 커다란 버터쿠키를 안고 들어왔다. "여보, 이마트에서 이렇게 큰 버터쿠키를 싸게 팔더라고. 영화 볼 때 먹으려고 사 왔어." 남편은 득템한 얼굴로 행복하게 버터쿠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버터쿠키에는 'No Brand'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평소 먹거리에 있어 브랜드를 중시하던 나는 적잖이 놀라며 “No Brand잖아. 브랜드가 없는 상품을 어떻게 믿어?”라며 남편을 나무랐다. 그러자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No Brand도 브랜드인데? 이마트의 No Brand!.”
남편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쿠키 통에는 너무나 분명하게 "No Brand"는 "브랜드가 아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A 기업은 두루마리 휴지 모양과 NO BRAND문자가 결합된 상표를 출원하고, 이러한 상표를 '물티슈, 화장지' 등의 상품에 사용하였다.
특허심판원은 A 기업의 상표는 이마트의 "No Brand" 상표와 유사하여 상표등록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A 기업의 상표 등록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함께 이마트도 A 기업에게 자신의 No Brand 상표와 혼동되므로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장을 보냈다.
A 기업은 특허법원에 특허심판원의 위와 같은 판단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하였고, 이마트도 A 기업의 상표가 등록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하였다.
A 기업은 양 상표의 'NO BRAND' 또는 ‘No Brand' 부분은 '브랜드를 붙이지 않고 포장비 및 광고비 등의 원가를 줄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상품'을 의미하는 '기술적인 표장'이므로 식별력이 없어 요부(중요 부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오히려 양 상표의 도형 부분이 요부(중요 부분)이고, 도형에 현저한 차이가 있으므로, 양 상표는 서로 다르다고 주장하였다.
이마트는 2015년경부터 ‘No Brand'라는 상표를 화장지 등에 부착하여 사용하여 왔고 일반 수요자는 'No Brand'를 이마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요부(중요 부분)에 해당하므로, 양 상표는 서로 유사하다고 주장하였다.
특허법원은 양 상표가 유사하다고 보아 이마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 주된 이유는 양 상표의 'NO BRAND' 또는 ‘No Brand' 부분이 식별력 있는 '요부'에 해당하고 서로 유사하므로, 함께 사용될 경우 누구의 상품인지에 대하여 오인 또는 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특허법원 2019. 2. 19. 선고 2018허7347 판결(확정)].
<이해의 길잡이>
기술적 표장이란?
상품의 품질, 효능, 용도 등을 표시한 표장을 '기술적 표장'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기술적 표장은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3호). 기술적 표장에 대하여 상표등록을 금지하는 이유는 거래계에서 누구라도 이를 사용할 필요가 있고 그 사용을 원하기 때문에 공익상 특정인으로 하여금 이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적 표장은 상표로서의 식별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요부란?
상표에서의 요부는, 다른 구성 부분과 상관없이 그 부분만으로 일반 수요자에게 두드러지게 인식되는 것으로 강한 식별력을 갖는 중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주지·저명하거나 일반 수요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상표에서 요부가 있는 경우 요부만으로 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는 요부가 동일하면 일반 수요자는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No Brand'가 '기술적 표장'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요부'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아래 그림과 같이 'No Brand'를 '기술적 표장'으로 식별력이 없다고 보게 되면 양 상표는 도형 부분의 차이로 서로 다른 상표가 된다.
반대로, 아래 그림과 같이 'No Brand'를 식별력 있는 '요부'로 보게 되면 양 상표는 '요부'가 동일하기에 서로 유사한 상표가 된다.
A 기업은 'No Brand'가 기술적 표장임을 증명하기 위하여 인터넷 사전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하였다. 두산백과 등에는 ‘노브랜드 상품’ 또는 ‘노브랜드’에 대하여 ‘원가를 줄이기 위하여 포장을 간소화하거나 상표를 붙이지 않고 파는 상품’을 뜻하는 것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반면, 이마트에서는 실제 거래계에서 'No Brand'는 ‘원가를 줄이기 위하여 포장을 간소화하거나 상표를 붙이지 않고 파는 상품’으로 인식되지 않고, 오히려 이마트의 상표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광고내역 및 매출액 등의 자료를 제출하였다.
특허법원은 'No Brand'를 일반 수요자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No Brand'가 이마트의 상표라는 것이 일반 수요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고 인정하여 독자적인 식별력을 갖고 있는 요부라고 판단하였고, 결국 이마트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이마트의 'No Brand' 코너에는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보인다. 이마트 관계자 말에 의하면 “소비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뭔지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뜻”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나 내게는 위 문구는 다음과 같이 이해된다.
(브랜드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브랜드가 아니다. (바로) 소비자다.
그렇다 소비자가 브랜드라고 인식하면 브랜드가 아니라고 외쳐도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남편이 'No Brand'를 보면서 '이마트의 No Brand'라고 인식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