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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진 May 03. 2022

눈에 확 띄는 브랜드 만들기

브랜드 네이밍 기본원칙

둘째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을 때였다. 모처럼 반차를 내고 하교시간에 맞추어 아이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리 지어 나오는 아이들은 모두 두꺼운 점퍼에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리는 하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이 많은 아이들 중에 내 아이를 어떻게 찾지?'라는 고민을 하기도 전에 저 멀리서 손 흔들면서 뛰어오는 둘째 아들을 발견했다. 비슷해 보이는 아이들 무리 중에서도 내 아이는 마치 돋보기로 확대한 것처럼 너무나 잘 보이는 것이다.  


왜 내 눈에는 너만 보일까?


이유를 생각해 본다. 내 아이이기 때문에? 내겐 너무나 소중하고 특별하기 때문에? 내겐 너무나 친근하고 익숙하기 때문에? 그러나 한 마디로 답할 수 없는 가슴 뭉클한 그 무언가가 더 이상 표현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한다.


브랜드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수많은 브랜드 중에 어느 한 브랜드만이 시선을 사로잡는 경우가 있다. 왜 그 브랜드만이 유독 눈에 띄는 것일까? 이러한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거나 기억이나 연상을 잘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비자들은 '갤럭시'라는 브랜드만으로 수많은 스마트폰 중에서 '삼성'의 스마트폰을 너무나 잘 구분하여 구매한다. 이러한 브랜드는 전문적인 표현으로 '다른 상품과 구별하는 힘'인 '식별력'이 강한 브랜드라고 말한다. 식별력이 강한 브랜드는 상품 판매량과 브랜드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그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식별력이 강한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 눈에 내 브랜드만 보이게 할 수 있을까? 내 아이와 같이 특별하게 그리고 친근하고 익숙하게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라.


첫 아이의 이름을 작명할 때가 기억난다. 누구도 사용한 적 없는 새로운 이름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나에게 너무나 특별한 아이에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름을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은 아마도 모든 부모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소비자들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에는 특별함을 느끼기 어렵다. 새로운 조어를 보면 '무슨 의미일까? 이런 말도 있었나?' 하면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한번 더 확인하게 된다. 신세계의 'SSG' 광고를 보면서 'SSG(쓱)'가 뭐지?라고 의문을 가졌던 분들도 있을 것이다. 'SSG(쓱)'는 '신세계'의 영어 이니셜인 'S, S, G'와 한글 초성인 'ㅅ, ㅅ, ㄱ'을 따서 만든 조어이다.


'SSG(쓱)' 광고에서 공효진은 공유에게 'SSG'라고 쓰여 있는 화면을 가리키며 묻는다. "영어 좀 하죠? 이거 읽어봐요." 공유는 쓱 쳐다보고 "쓱."이라고 답한다. 공효진은 그 답변이 정답이라고 느끼듯 "잘하네."라고 말한다. 'SSG=쓱'이 되는 순간이다.


조어는 특별하기는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기에 자칫 잘못하면 기억 속에서 쉽게 사라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조어는 되도록 짧고 강한 인상을 주도록 만들어야 한다. 'SSG' 브랜드는 '에스에스지'로 호칭하지 않고 'ㅅ, ㅅ, ㄱ'을 합친 '쓱' 한 글자로 호칭하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며 쉽게 기억하도록 하고 있다.


2. 발음하기 쉽고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단어를 선택하라.


아이 이름을 작명할 때 많은 부모들이 발음도 쉽고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이름을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어 한다. 아마도 자신의 아이가 사람들 사이에서 잘 기억되고 좋은 인상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브랜드도 다르지 않다. 발음하기 쉽고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브랜드가 기억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제품에 좋은 인상을 갖게 한다.


'애플(Apple)', '레고(Lego)', '나이키(Nike)' 등의 브랜드들은 세 글자 이내로 발음하기 쉽고 기억하기도 쉽다. '애플(Apple)'은 IT 제품에 과일의 한 종류인 '사과'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참신하고 상큼한 이미지를 부여한다. '레고(Lego)'는 덴마크어로 ‘레그 고트(Leg godt)’의 줄임말로 ‘잘 놀다’라는 의미이다. 이는 만들고 싶은 모든 것을 블록으로 창작할 수 있는 '레고(Lego)'의 정체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나이키(Nike)'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인 '니케(Nike)'의 영어 발음이다. '나이키(Nike)'는 문자뿐만 아니라 도형으로도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니케(Nike)'의 날개를 옆에서 본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나이키(Nike)' 운동화를 신으면 마치 니케처럼 날아오를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니케의 조각상(좌)/ 나이키 로고 스우시(우)]


'애플(Apple)', '레고(Lego)', '나이키(Nike)'는 모두 세 글자 이내로 발음이 쉽고 기업이 추구하는 긍정적 이미지를 너무나 잘 반영하고 있다.


3. 상품의 성질을 암시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라.


둘째 아들이 태어나기 직전까지 아이에게 붙여줄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둘째 아들의 외모를 보고 이에 맞는 이름을 지어주기로 하고 태어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둘째 아들은 얼마나 힘들게 나왔던지 얼굴은 온통 울긋불긋하고 팅팅 부어올라 기대했던 외모가 아니었다. 태어난 지 이틀째에도 적당한 이름을 찾지 못해 안타까워하면서 둘째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반짝반짝 무언가가 보석같이 빛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을 뜬 아들의 눈은 별빛보다도 더 반짝이고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의 고민이 필요 없었다. 드디어 둘째 아들은 '빛나는 별'이라는 뜻의 '휘성(輝星)'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브랜드도 상품의 성질을 암시하도록 네이밍 하면 소비자는 해당 상품과 관련하여 브랜드를 쉽게 기억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이마트의 'No Brand'는 '브랜드를 붙이지 않고 포장비 및 광고비 등의 원가를 줄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상품'이라는 뜻을 갖는다. LG 생활건강의 '펌핑' 치약은 '펌핑하여 사용하는 치약'이라는 뜻을 갖는다. 두 브랜드 모두 상품의 성질을 나타내는 단어인 'No Brand'와 '펌핑'을 사용하고 있는데, 'No Brand'는 소비자들이 본래 의미로 직감하지 않았기에 이마트의 브랜드로 인정된 반면, '펌핑'은 소비자들이 '용기 상단의 펌프를 눌러 사용하는 형태'로 직감하기 때문에 LG 생활건강의 브랜드로 인정되지 않았다.


브랜드가 상품의 성질을 "직감"하게 하는 경우인지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이는 법원의 판단이 있기 이전까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상품의 성질과 관련된 브랜드를 네이밍 하는 것은 어쩌면 "모험"에 가까울 수 있다. 성공하면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브랜드를 평생 독점할 수 있기에 해볼 만한 도전일 수 있다. 그러나 '펌핑'과 같이 상품의 성질을 직감하는 정도가 강한 브랜드라면 소비자들의 언어습관과 인식까지 변경해야만 식별력을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그 모험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4. 문자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라.


나의 아이에게 특별한 이름을 지어주기 위하여 문자가 아닌 도형으로 이름을 지어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이름은 다른 사람과 구별하여 "부르는 말"이므로 불려질 수 있도록 문자로 네이밍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브랜드도 불려질 수 있도록 문자로 네이밍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나이키(Nike)의 스우시 로고나 퓨마(Puma)의 퓨마 모양 로고는 도형이지만 이를 호칭함에 있어서 그 문자상표인 나이키(Nike)나 퓨마(Puma)라고 부르고 있다. 이는 브랜드가 유명해지면서 그 로고도 동일한 명칭으로 자연스럽게 불려지게 된 것이다.


최근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됨에 따라 시각적인 도형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도형도 이를 어떻게든 호칭하여야 하므로 문자의 중요성이 감소된다고 볼 수 없다.   


5. 식별력이 없거나 약한 상표는 +α가 필요하다.


내 이름인 '혜진'이는 식별력이 크지 않았다. 초등학교 다닐 때 혜진이라는 이름이 한 반에 두 세명은 꼭 있었다. 결국 여러 명의 혜진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키가 큰 혜진은 '큰 혜진', 키가 작은 혜진은 '작은 혜진'으로 불리거나 혜진이 두 명 이상이면 번호 순서대로 '혜진 1', '혜진 2', '혜진 3' 등으로 불려졌다. 키가 작은 나는 '작은 혜진', '혜진 1'로 불려졌다. 내 이름에 형용사나 숫자가 추가되는 것은 달갑지 않았으나 이러한 방법으로라도 나와 또 다른 혜진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다행이었다.


브랜드도 다르지 않다. '초코파이'와 같이 특정 종류의 상품을 지칭하거나 '펌핑'과 같이 상품의 성질을 나타내는 경우는 브랜드로서 식별력이 없다. 이러한 경우 식별력을 보강할 +α가 필요하다. '초코파이'에 '오리온'을 추가한 '오리온 초코파이'는 '해태 초코파이', '크라운 초코파이', '롯데 초코파이'와 명확히 구분된다. 또한 '펌핑 치약'에 '페리오'를 추가한 '페리오 펌핑 치약'은 '2080 펌핑 치약'과 명확히 구분된다.


식별력이 없거나 약한 브랜드는 +α를 추가함으로써 식별력을 취득할 수 있으나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뿐 좋은 브랜드라고 보기는 어렵다.


6. 소비자들에게 계속하여 노출시켜라.


'혜진'이라는 이름처럼 흔한 이름에는 '현주'가 있다. 오죽하면 카카오에는 "전국의 혜진, 현주, 수진이 여기 모여라"라는 이모티콘이 판매될 정도일까. 흔한 이름을 가진 여배우에는 '김현주'가 있다. 그러나 그녀의 통통 튀는 연기를 좋아하기에 내게 있어 '김현주'라는 이름은 매우 특별하다. 세상에 수없이 많은 '김현주'라는 이름이 있음에도 다른 '김현주'와 구분되는 이유는 여배우로서 너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더욱 강한 식별력을 갖게 된다. 강한 식별력은 매출액 증가와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브랜드 또한 더욱 강하게 보호받기에 누군가 유사해 보이는 브랜드를 사용하면 쉽게 침해가 인정된다.


특히 식별력이 미약한 브랜드라면 더욱 광고나 홍보를 통해서 소비자에게 특정 기업의 브랜드임을 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마트의 'No Brand'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이마트의 브랜드라는 것을 계속 광고함에 따라 이마트의 브랜드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대기업에서는 막대한 자본을 들여 브랜드를 광고를 하고, 동일 · 유사한 브랜드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왜 내 눈에는 너만 보일까?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인지심리학에서는 '확증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이라고 하는데, 이는 자신이 소망하는 결과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의 경향성을 의미한다.


왜 내 눈에는 너만 보일까? 어쩌면 내가 보고 싶고, 듣고 싶고, 믿고 싶기에 그것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내게 특별하고 친근하며 신뢰감을 주는 브랜드가 너무나 잘 보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나는 그 브랜드만 보고 싶고, 듣고 싶고, 믿고 싶으니까. 


나 또한 누군가에게 특별하고 친근하며 신뢰감을 주는 그런 브랜드가 되고 싶다.

이전 22화 '초코파이'는 빼앗겼고 '보톡스'는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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