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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진 Apr 18. 2022

'초코파이'는 빼앗겼고 '보톡스'는 지켰다.

(브랜드 생존 전략)

둘째 아들이 태권도 학원을 갔다 온 후 냉장고 안에 초코파이를 꺼내 먹는다. 달콤한 초코파이를 한 입 베어 물고 오물거리는 아이의 표정에는 일상의 작은 행복이 느껴졌다.


"아들, 초코파이는 원래 브랜드였는데 사람들이 이런 모양의 빵을 모두 초코파이라고 부르면서 더 이상 브랜드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대." 아이는 초코파이를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 치운 후 대답한다. "엄마, 초코파이의 희생으로 초코파이를 초코파이라고 부를 수 있어 감사해요. 초코파이를 초코파이로 부를 수 없으면 이 맛있는 빵을 뭐라고 불러요."


둘째 아들의 대답을 듣고 보니 '초코파이'가 브랜드 자격을 빼앗기면서 수요자들은 '동그랗고 안에 마시멜로가 들어 있으며 겉은 초콜릿으로 덮인 빵'을 '초코파이'라고 쉽게 부르게 된 것이다. 반면, '보톡스'는 브랜드 자격이 유지되면서 '주름제거 주사제'를 '보톡스'라고 부를 수 없게 되고, 오직 알레간이 생산한 주름제거 주사제만을 '보톡스'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보통명칭이 된 초코파이에게 감사해야 할 것도 같다.


'초코파이'는 브랜드를 빼앗겼고, '보톡스'는 브랜드를 지켰다. 양자 모두 등록된 상표였고,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너무나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럼 왜 '초코파이'는 '보통명칭'이 되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보톡스'는 '저명상표'로 인정되어 오직 알레간의 상품에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알레간이 '보톡스'가 '보통명칭'이 되지 않도록 어떠한 방법으로 브랜드를 지켜냈는지 살펴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해의 길잡이>

보통명칭?

보통명칭은 특정 종류의 상품을 지칭하는 명칭으로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스피린, 호두과자, 초코파이 등을 들수 있다.

보통명칭은 상품들을 구분하는 식별력이 없으므로 특정인으로 하여금 이를 독점하여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고 누구라도 자유롭게 사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1. '저명상표'도 '보통명칭'이 될 수 있다.

종래에 없었던 새로운 상품을 시장에 출시할 경우 그 상품을 지칭할 명칭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품이 사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 될수록 '저명상표'가 너무나 빨리 '보통명칭'이 되어 간다. 사람들은 새로운 상품류를 지칭하는 적합한 명칭을 찾기보다는 유명해진 상표로 쉽게 부르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신이 출시한 새로운 상품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되어 시장점유율과 매출액이 증가하는 것을 보고 안심할 수 있다. 자신의 상표가 유명해졌으므로 상품의 출처를 명확히 표시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코파이' 사례에서 '초코파이'가 유명해졌지만 시장에는 상표권자인 오리온뿐만 아니라 롯데와 크라운도 '초코파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초코파이'가 누구의 상품인지 식별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저명상표'가 '보통명칭'이 되어 상표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 등록상표임을 명확히 표시하라.


상표가 보통명칭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상품을 홍보하거나 광고할 때 반드시 등록상표임을 알 수 있도록 상표 오른쪽 옆에 "Ⓡ" 표시하여야 한다.


알레간은 '보톡스'가 보통명칭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상품 안내서와 홍보 자료에  "보톡스는 엘러간사의 등록상표입니다. 보톡스는 보톨리눔 독신을 지칭하는 일반명사나 약칭이 아닙니다. 복톡스는 엘리간사의 등록상표이므로 보톡스 상표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과 함께 표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등의 문구를 기재하였다.


만약 보통명칭화가 진행 중이라면 신문광고를 활용하여 전국적으로 고지하는 방법도 있다. 알레간은 다음과 같은 문구를 사용하여 일간지에 여러 차례 '보톡스'가 등록상표임을 광고하였고, 알레간 상품을 사용하는 성형외과 등에도 이런 문구를 사용하도록 요청하였다.


보톡스(BOTOX)Ⓡ는 대한민국 상표법에 따라 대한민국 특허청에 적법하게 등록되어 있는 등록상표입니다.


3. 인터넷 등에 상표가 보통명칭처럼 표시되어 있는 경우 수정을 요청하라.


정기적으로 인터넷을 검색하여 인터넷 백과사전, 블로그, 카페 등에 자신의 상표가 어떠한 방식으로 소개되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게재된 자신의 상표가 보통명칭처럼 표시되어 있는 경우 상표권자와 등록상표임을 표시해 줄 것을 요청하여야 한다.


'보톡스'의 경우는 두산백과사전, 매일경제용어사전 등에 알레간의 상표명 내지 브랜드명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4. 동일 · 유사한 상표의 진입을 막아라.


누군가 자신의 상표와 동일 ·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는 자가 있다면 경고장을 보내서 자신이 해당 상표의 등록권자임을 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키프리스에 상표 검색을 통해 동일 · 유사한 상표가 출원되었는지 검토하고, 만약 그러한 출원상표가 발견된다면 이의신청을 하여 사전에 동일 · 유사한 상표가 등록되는 것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  


누군가 자신과 동일 · 유사한 상표를 등록한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경우라면 특허심판원에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고, 이와 함께 법원에 상표 사용 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도 고려하여야 한다.  


알레간은 '보톡스'와 동일 · 유사한 상표에 대하여 이의신청과 등록무효심판을 여러 차례 제기하는 등 시장에 동일 · 유사한 상표가 진입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하였다. 그 결과 보툴리눔 독소를 주름개선용 주사제로 사용하는 상품에는 보툴렉스(Boutlax), 이노톡스(Innotox), 나보타(NABOTA) 등과 같이 다른 상표들이 사용되고 있다.

반면, 초코파이 사례를 살펴보면, 오리온 초코파이가 1974년경 출시된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자 경쟁업체인 크라운제과, 해태제과, 롯데 등에서도 앞다투어 '초코파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상품을 출시하였다. 심지어 크라운제과와 빙그레는 각각 '크라운초코파이', '빙그레초코파이'로 상표등록을 하였다. 상황이 이러하자 오리온은 “오리온 상표를 꼭 확인하세요”라는 문구를 넣어 초코파이를 광고하기에 이르렀다. 오리온은 상표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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