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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진 Aug 13. 2022

의약품 네이밍의 비밀

UFC 법칙

<코메키나?>


계절이 바뀔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녀석이 있다. 젊었을 때는 찾아오지 못하게 하려고 무진 애를 써 봤다. 그러나 계속 찾아오는 녀석을 막을 길이 없었고 결국엔 무사히 지나가도록 대비하는 쪽으로 전환하였다. 이 녀석의 정체는 바로 비염이다. 비염으로 인한 코막힘과 콧물은 일상생활을 힘들게 하였지만 잘만 관리하면 그럭저럭 환절기를 보낼 수 있었다.  


비염을 대비하기 위해서 항상 찾는 곳이 있다. 집 근처 약국에 들러 '비염약 주세요'라고 했더니 약사는 '평소 선호하시는 제품 있으세요?'라고 묻는다. 환절기마다 구입하는 약품임에도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추천해 주시겠어요?'라고 말하자 평소 친분이 있던 약사는 제품을 건네면서 '코메키나?'라고 묻는다. 제품을 보고 순간 웃음이 빵~터져 나왔고 '코메켜요.'라고 답하면서 약품을 건네받았다. 비염 약 이름이 '코메키나'였다.


과거의 의약품들은 의사나 약사를 마케팅 대상으로 하였기에 네이밍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의사와 약사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재미있고 눈에 띄는 네이밍이 중요한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 수없이 많은 의약품 중에서 소비자들에게 특정 의약품을 각인시키는데 알기 쉽고 재미있는 네이밍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명문제약의 멀미약인 '키미테'는 원래 이름이 '스코로보'였다. '스코로보'는 약의 성분명인 '스코폴라민'에서 따온 것인데 발음이 쉽지 않았다. 초기 제품 판매량이 저조하자 '귀 밑에' 붙여 사용하는 사용법에 힌트를 얻어 '키미테'로 개명하였다. '키미테'로 개명한 후 놀랍게 판매량이 급증하였고 멀미약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이는 의약품 네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 주는 대표적이 사례이다.


브랜드 네이밍의 기본 원칙은 의약품 네이밍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여기에 의약품 네이밍만이 가지는 독특한 법칙이 추가된다. 바로 '효능(Use)'과 '재미(Fun)', '성분(Component)'이라는 세 요소(UFC)가 의약품 네이밍의 성공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1. 효능을 활용한 네이밍


최근 들어 의약품 네이밍은 의사와 약사, 환자들이 이름만 보고도 어떤 증상에 사용되는 약인지 알 수 있도록 작명하는 것이 트렌드이다. 이는 증상이 생겼을 때 해당 의약품 이름이 떠올라 이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판매를 촉진시키는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동아제약의 혈액순환개선제인 '써큐란'은 순환을 의미하는 'circular'를 사용하여 혈액순환효능을 나타낸다. 그리고 중외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인 '제피드'는 제트기와 같이 빠른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알파벳 'Z'와 속도를 뜻하는 'Speed'를 합성해 제품의 특징인 '빠른 효과'를 나타낸다.


[서큐란/ 제피드]


종근당의 해열진통제인 '펜잘'은 ‘Pain(고통)’이라는 영어 단어와 ‘잘 이겨내다’라는 한국어의 합성어로 ‘고통(통증)을 잘 이긴다’는 뜻을 나타낸다. 그리고 대웅제약의 비타민제인 '임팩타민'은 임팩트(Impact) 있는 비타민이란 뜻을, 해열진통제인 '이지엔 6'은 'Easy'와 'End'의 합성어로 통증을 쉽고 빠르게 없앤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펜잘/ 임팩타민/ 이지엔6]



2. 효능에 재미를 더한 네이밍


의약품 네이밍에서 효능을 재미있게 표현한 제품명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의약품 이름으로부터 효능을 유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미까지 더해져서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효능에 재미를 더한 의약품 네이밍으로는 발기부전치료제 사례를 들 수 있다. 화이자의 '비아그라'는 활기를 뜻하는 'VIGOR'와 나이아가라를 뜻하는'NIAGARA'를 결합하여 만든 이름으로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넘치는 활기를 의미하고, 릴리의 '시알리스'는 보다를 뜻하는 'SEE'와 이상한 나라 앨리스의 'ALICE'를 결합하여 만든 이름으로 경이로운 세계를 경험해 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한미약품의 '팔팔'은 '날듯이 활발하고 생기 있다'는 의미로 재미와 강렬함까지 더하고 있다.


[비아그라/ 시알리스/ 팔팔]


한미약품의 치질 약인 '치쏙'은 아픈 치질이 쏙 들어간다는 뜻을, 동화약품의 인후염치료제인 '모가프텐'은 목이 아플 때 먹는 약이라는 뜻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치쏙/ 모가프텐]


3. 성분을 활용한 네이밍


의약품 네이밍에 있어서 성분을 활용한 네이밍이 종종 이용된다. 의사나 약사는 의약품 이름만을 보고도 의약품의 성분을 쉽게 알 수 있어 의약품 처방이나 제조에서의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대원제약의 뇌질환치료제인 '알포콜린'은 그 성분인 '콜린알포세레이트'에서, 독감치료제인 '오셀타원'은 그 성분인 '오셀타미비르인산염'에서 유래되었다. 그리고 안국약품의 위장관운동촉진제인 '모사프라'는 그 성분인 '모사프리드시트르산염'에서 유래되었다.  



4. 성분과 효능을 활용한 네이밍


의약품 네이밍에서 성분과 효능 모두를 나타나는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크다. 의약품의 처방과 제조에 오류가 없도록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증상이 생겼을 때 약 이름이 떠오르는 연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분과 효능 모두가 나타나도록 네이밍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보령제약의 ARB계열 고혈압치료제인 '카나브'를 들 수 있다. '카나브'는 황제란 의미의 'KAHN'과 약품계열명칭인 'ARB'를 결합하여 'ARB 계열 고혈압치료제 중 황제'라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카나브]


'카나브'는 의사와 약사, 보령제약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을 통해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후보명으로는 ‘카나브’를 비롯해 ‘코피탄’(Kofitan: Korea+Fimasartan), 코보탄(Kobotan: Korea+Boryung+Sartan)이 있었는데  총 3000여 명의 응모자 중 40% 정도가 ‘카나브’를 선택함으로써 '카나브'라는 브랜드가 탄생되었다.


5. 성분과 효능에 재미를 더한 네이밍


의약품에 있어서 모든 제약회사들이 가장 만들고 싶어 하는 최고의 네이밍은 성분과 효능뿐만 아니라 재미까지 갖춘 것이다. 의약품 처방과 제조에서의 오류를 줄일 뿐만 아니라 증상에 따른 약 이름을 쉽게 연상시키고, 재미까지 더하여 누구나 쉽게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효능'과 '재미', '성분' 중 한 가지만 갖추기도 쉽지 않은데 세 요소를 모두 갖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웅제약의 비염치료제인 '코메키나'는 의약품 네이밍의 지존이라고 할 정도로 위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코메키나'는 비염증상이 발생하는 신체부위인 ‘코’와 성분인 ‘메퀴타진’, 그리고 비염으로 인한 코막힘을 ‘코맥히나’라는 재밌는 사투리와 조합하여 만든 이름이다. '코맥히나'라는 사투리가 연상되어 웃음이 절로 나오고 이와 함께 비염으로 코가 막힐 때 먹는 약이라는 의미가 떠올라 약의 효능까지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의사와 약사라면 '메퀴타진' 성분의 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대웅제약 뉴스룸]


<UFC의 승리자는 누구일까?>


의약품 네이밍에서 '효능(Use)'과 '재미(Fun)', '성분(Component)'이라는 세 요소(UFC)를 구비하데 가장 큰 장애물을 '성분'을 포함시키는 일이다. '키미테'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개명 전 이름인 '스코로보'는 약의 성분명인 '스코폴라민'에서 따왔으나 발음하기 쉽지 않았다. 성분명은 대부분 외래어로 되어 있고 발음도 쉽지 않기에 이를 사용할 경우 기억이 어렵다는 위험이 따른다. '코메키나'는 놀랍게 UFC를 모두 갖추고 있으나 이러한 네이밍은 결코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제약회사들은 '효능'과 '재미' 두 요소를 활용해 네이밍하고 있다.


후발주자라면 수없이 많은 의약품 중에 자신의 제품이 눈에 띄고 쉽게 기억하도록 네이밍하는 것이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 된다. 이름이 쉽고 재밌으면서 이름만으로도 무슨 약인지 안다면 약국에서 '○○ 제품 주세요.'라고 지명 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약을 만들더라도 네이밍에 실패한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헛될 수 있다.


이가 튼튼 '이가탄', 아픈 치질이 쏙 '치쏙', 임팩트 있는 비타민 '임팩타민', 벌레 물릴 때 '버물리', 목 아플 땐 '모가프텐', 코 막힐 때 '코메키나'... 향후 UFC의 승리자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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