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방 정리하는 데 좀 집착하고 있다. 안의 물건들을 정돈하고, 낡은 건 버리고 몇 개는 새로 샀다. 최근 산리오 쿠로미 캐릭터에 빠져서 여러 아이템들을 샀다. 산리오 쿠로미와 레스포삭이 콜라보한 숄더백과 파우치를 샀고, 숄더백에는 쿠로미 키링도 사서 달아줬다. 쿠로미 2025년 다이어리, 쿠로미와 제트스트림이 콜라보한 삼색 볼펜도 샀다. 쿠로미 투명 샤프도 샀다. 혹시 몰라 아주 오래 쓰던 샤프심과 지우개도 넣어 다닌다. 필통은 2016년에 태국에서 산 나라야 패브릭 제품. 핸드메이드 패브릭 공방인 달빛소네트의 쿠로미 패브릭 책갈피도 구입했다(내가 구입한 즉시 품절됨. 덕후-웃음). 쿠로미가 좋아진 건 지난 10월의 어느 날이었는데, 내가 정말 좋아하는 할로윈이 바로 쿠로미의 생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완전 빠지게 되었다. 내 딸 생일도 10월이라 더 좋았다. 쿠로미는 연애 소설을 즐겨 읽으며 검정색과 락교, 잘생긴 남자 아이를 좋아한다고. 쿠로미 덕분에 검정색이 좋아졌다. 쿠로미와 스페인 브랜드 버쉬카가 콜라보한 운동화도 구입해 놨는데 너무 행복하다.(닳을까 봐 두 켤레나 샀다!) 그나저나 쿠로미가 일본에서 멘헤라(정신병이 있는 여자를 지칭하는 속어)를 상징하는 캐릭터라는데, 뭔가... 꺼려지기보다는 아니, 뭐, 나도 정신병 있는데 쿠로미 좋아하는 걸 숨기고 싶진 않았다. 쿠로미는 여러모로 보아하니 어둡지만 사실은 상냥하고, 짓궂어 보이지만 사실은 다정한 바이브가 풍겨 나온다. 고스로리랑도 좀 통한다. 비록 고스로리룩을 입진 않지만... 싫진 않다. 가방에도 쓰인 CHEEKY BUT CHARMING이란 말도 맘에 든다. 건방지지만 매력적이라니, 너무 좋잖아!
시계는 병원에서 바이탈을 할 때 호흡 체크를 하기 위해 산 건데 손목에 발진이 자꾸 나서 그냥 가지고 다니기만 한다. 생각날 때만 껴야겠다. 카시오 제품이다. 담배는 언제나 말보로 블랙후레쉬. 라이터는 BIC 보라색 제품. 편의점에서 보라색 BIC 라이터를 다 쓸어왔다. 나름 비싸다, 라이터 치고는. 담배는 얼마 전 케이스가 바뀌었는데 맛도 더 깔끔하고 진해졌다. 맘에 든다. 핸드크림은 이솝 레저렉션 아로마틱 핸드밤 75ml. 지인이 좋다고 해서 사봤는데 향도 좋고 발림성도 좋다. 지갑은 3년 전 구입한 불가리 세르펜티 라인. 소가죽인데 빨리 낡을까 봐 걱정이다. 오래 써야 하는데. 보조배터리는 페넬로 제품으로 폰을 구입할 때 증정품으로 받은 것이다. 연핑크색.(쿠로미 덕분에 핑크색도 좋아지고 있다) 이어폰은 삼성제품. 단자가 맞지 않아 이어폰잭을 따로 구입해서 끼워 쓰고 있다. 곧 죽어도 무선 이어폰은 안 쓰겠다는 의지. 폰은 삼성 갤럭시 S24 Ultra 티타늄 블랙 제품. 지난 9월에 구입했다. 거의 6년 만에 폰을 새로 바꾸니 뭔가 바뀐 게 많아 쓰는 데 좀 헤맸다. 폰케이스는 프롬더블유투의 Vintage Jellyfish 제품인데 무광 하드 치고는 그립감이 좋다. 묠니르 모양의 USB는 전남편이 사준 것. 작고 귀엽고 용량도 크다. 안경은 레이벤 제품인데 오늘 구입했다. 레이벤 RB 5429 모델 51 사이즈 호피 무늬로, 요즘 긱시크다 뭐다 해서 오벌 형태의 안경이 유행한다고 하는데, 난 그냥 쓰던 거랑 비슷한 걸로 구입했다. 잘 산 것 같다. 안경점을 30년 만에 바꿨는데 검진도 잘해 주시고 꼼꼼히 안경 작업도 해주셔서 만족도가 크다. 립제품은 세 가지를 번갈아 쓰는데, 맨 왼쪽은 니베아 '체리' 색상으로 거의 20년째 쓰는 립밤. 중간의 틴트는 지인에게 선물받은 것으로, 어퓨 과즙팡 틴트 '대추발라도예뻐' 색상이다. 맨 오른쪽의 흰색은 샤넬 루주 코코 밤 'IN LOVE' 색상 제품. 대망의(!) 책은 요즘 읽는 <그리스인 조르바>. 내가 좋아하는 '열린책들' 출판사 번역본으로 구입했다. 너무 재밌게 읽고 있어서 끝나가는 게 아쉬운.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만.
사실 얼마 전에 브런치에 왓츠인마이백 글을 썼었는데, 맘에 안 드는 소품들이 몇 있어서 버리고 다시 올린다. 읽는 책도 올리고 싶었다. 나는 보부상 타입이 아니긴 한데, 정말 정말 필요한 물건들만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자 주의라서, 스페어로 우산이나 물티슈 등을 챙기고 다니진 않는다. 가방이 무거운 게 싫다.(그런데 이제 충분히 무거워진-웃음) 친구에게 왓츠인마이백 사진을 보여줬더니 어디 행군 나가냐고 한다. 그렇게 많지 않은데... 암튼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물건들로 가득 채운 가방을 보자니 마음이 흡족해진다. 쿠로미 굿즈가 더 많아지면 안 되는데 큰일이다. 나이 사십에 쿠로미에 빠지다니. 내 딸은 쿠로미의 좋은 친구인 산리오의 마이멜로디를 제일 좋아한다. 할로윈 때 마이멜로디 굿즈를 한 트럭 사서 선물해 줬다. 매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너무나 행복했다. 전남편은 딸에게 마이멜로디 잠옷도 사준 것 같았다. 내년 어린이날에는 딸에게 마이멜로디 시계나 가방을 선물해 주려고 한다. 딸이 마이멜로디를 좋아하는 게 너무 귀엽다. 엄마는 마이멜로디의 소꿉친구인 쿠로미를 좋아하지. 엄마랑 너도 좋은 친구. 산리오 캐릭터들로 모녀 대통합.
왓츠인마이백을 쓰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의 왓츠인마이백 사진들도 많이 구경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가진 물건들이나 액세서리를 구경하는 걸 즐긴다. 그 사람의 취향이 보이고 성향도 조금 엿볼 수 있다. 어떤 브랜드를 쓰는지, 어떤 색상을 선호하는지, 어떤 걸 자주 쓰는지 그런 걸 관찰하고 알아가는 게 재밌다. 내 좋은 친구 하나는 산리오의 시나모롤 지갑을 쓰는데 그게 너무 귀엽다. 그리고 차 키에는 키링 인형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차 키를 찾는 데 한참 헤매서 그렇게 큰 것들로 주렁주렁 달아놓았다고. 그 친구에게 지금 산리오 시나모롤 파우치를 선물해 줄까 생각 중이다. 쓸지 안 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흰 강아지인 시나모롤이 그 친구와 어울리는 것 같다(웃음). 이번에 가방 정리를 하면서 생각했는데, 나는 내 취향의 물건에 좀 많이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느꼈다. 작은 아이템 하나도 남이 준 거는 잘 안 들고 다닌다. 꼭 내가 검색해서 구입한 물건만 들고 다니는 편 같다. 라이터 하나에도 브랜드와 색상까지 집착하니 말 다했지. 어디 가서 얻어 온 라이터 같은 거 절대로 안 쓴다. 나도 그냥 무덤덤하게 남이 준 거, 어쩌다 얻은 거 잘 들고 다니고 싶은데 성격이 그게 안 된다. 아주 사소한 아이템 하나도 내 취향이 아니면 싫다. 솔직히 맘에 안 들면 당근이고 나발이고 그냥 쓰레기통행이다. 안 좋은 버릇인데... 몇십 년째 고쳐지질 않는다.
구독자님들의 왓츠인마이백이 궁금하다. 내가 구독하는 작가님들도 왓츠인마이백 챌린지 한 번씩 해주셨으면(웃음). 다른 사람 것도 구경하고 싶다. 내 것도 구경시켜 주고 싶고. 아이템 추천도 하고 싶고 받고 싶기도 하다. 취향을 서로 나누고 이야기하는 건 정말 재밌는 일. 조만간 앞에 쓴 시나모롤 지갑 쓰는 친구 집에 가서 액세서리함 구경이나 해야겠다. 그리고 카페에서 왓츠인마이백도 시켜 봐야지. 궁금하다, 당신들의 취향이. 제 왓츠인마이백, 재밌게 보셨나요. 쿠로미에 빠진 마흔 살 여자의 가방은 이렇답니다. 좀 유치하지만 어때요. 제 취향 범벅인 왓츠인마이백이었습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