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악물고 산 자의 최후

너무 뜨겁게 살아버렸다

by 무나키

스플린트(Splint)란 '접골 치료용 부목'을 뜻하는 영단어이다. 앞으로 다룰 내용에서의 스플린트는 팔이나 다리에 대는 부목이 아니라 턱에 대는 부목이 될 텐데, 이는 내가 턱관절 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스플린트의 생김새는 흔히 알고 있는 마우스피스와 비슷하다. 실제로 다니고 있는 병원에서 운동선수들의 마우스피스를 맞춤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랫니에만 끼우는 형태가 있고 아랫니와 윗니 모두에 끼우는 형태가 있는데 현재는 아랫니와 윗니 모두에 끼우는 형태를 쓰고 있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자기 전이나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에 치아에 끼우면 된다. 잠시 불편한 느낌이 들지만 적응이 되면 곧 괜찮아진다. 가격은 조금씩 차이가 있겠으나 70만 원에서 90만 원 사이이며 한 달에 한 번씩 스플린트 점검을 받으러 치과에 가는 비용이 추가로 든다.




만약 당신이 다음과 같은 증상을 겪고 있다면 빠르게 가까운 치과(구강내과)로 달려가도록 하자. 질긴 음식이나 육류를 먹을 때 턱에 통증이 있거나 하품을 할 때 턱에서 '뚜둑'하는 소리가 나고 통증이 심하다. 입을 조금만 크게 벌려도 지지직하는 소리가 나거나 으드득하는 소리가 난다. 말을 할 때 턱 통증이 심하다. 이런 증상이 있을 때 이를 방치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첫 번째,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한다. 소고기, 돼지고기의 경우 고기의 결이 분명하지 않아 턱으로 뜯고 씹어야 먹을 수 있는데 이것이 불가능해진다. 그나마 닭고기처럼 결대로 찢어지는 고기만 먹을 수 있다. 두 번째, 하품을 한 듯 만 듯하게 된다. 턱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품을 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야말로 답답한 방법이다. 입을 다물고 속하품을 하든지 혀를 경구개에 대고 일정 정도 이상으로 턱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면서 하품을 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나 영 시원치 못한 느낌이다. (실제로 글쓴이의 평생소원은 입을 쩌억 벌리며 시원하게 하품하는 것이다)




하루에 5~6시간 정도 끊임없이 말을 해야 하는 직업을 갖고 있어서인지 일 년 하고도 반년이 더 지났지만 병은 나을 줄을 몰랐다. 음식을 씹는 것이 힘들어 점심 식사를 죽으로 때우는 일이 잦아졌고, 체중은 6개월 동안 5kg이 줄었다. 먹는 것이 삶의 큰 낙인 사람에게 먹을 때마다 통증이 동반된다는 것은 굉장한 스트레스였고 결국 먹는 일이 하나도 즐겁지 않게 되었다. 과일과 고기는 채 썰어 먹어야 했고, 나물 같이 얇은 음식은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닿지 않아 먹을 수 없었다.




물론 예상했겠지만 병의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집중하거나 심각한 일이 있을 때 나도 모르게 이를 악무는 버릇이 있었나 보다. 잠을 잘 때도 이를 악물고 자는 것 같다고 한다. 턱에 과부하가 와서 근육이 과하게 긴장하게 되고, 관절이 갈려나가는 것이다. 관용어구 중에 '이 악물고 버텨라'는 말이 있는데, 어쩌면 나는 매일매일 이 악물고 버텨야만 하는 삶을 살아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무엇을 얼마나 잘하려고 그렇게까지 이를 악물었을까. 잠을 잘 때도 그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던 것일까. 그래서 그 결과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턱을 희생할만한 가치가 있었는가?




스스로의 가장 미운 부분이 있다면 '뭘 그렇게까지 과하게 하느냐'는 점이었다. 너무 과한데 자각하지 못하는 채로 하던 것을 이어나간다. 잘못된 방향인 줄도 모르고 그저 나아간다. 사람을 만날 때도 지나치게 다가간다. 부담스러울 거리까지 다가갔다가 밀쳐지고 나서야 '아, 너무 가까웠구나' 깨닫는 일의 반복. 돌이켜보면 창피한 기억들이 대부분이다. 힘 좀 빼고 살 걸, 그냥 흘러가는 대로 놔둘 걸 싶은 일투성이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뭐 어쩌겠나, 이게 나인걸. 스플린트를 끼우고 잠자리에 들 때마다 조금씩 배워가는 게 아니겠어. 너무 차갑지도, 너무 뜨겁지도 않은 따뜻한 사람이 되어 가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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